[남영준 칼럼] 부도(不渡)의 정석(定石)
[남영준 칼럼] 부도(不渡)의 정석(定石)
  • 남영준
  • 승인 2024.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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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부도 소리가 들린다. 어느 회사가 어렵고, 어느 곳은 얼마 가지 못한다는 등 사방에 불안한 소문이 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월 15일까지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5곳이다. 4월 총선이 끝나면 중견 건설기업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위기설이 팽배하다.

정석(定石)은 바둑에서 시작된 말로, 공격과 수비에서 최선으로 인정되는 방식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경험과 연구를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에서 정석이 시작되었으나 현대적으로 체계화한 곳이 일본이다. 사업도 부도가 나는데 정석(?)이 있다.

기업이 어려워 적자가 계속되면 자금순환이 힘들어져 부도로 이어진다. 또 나는 괜찮지만, 도미노처럼 연쇄 부도로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부도로 가는 이 큰 두 가지 큰 정석이 있으며 그 아래 세부 정석이 있다.

적자로 부도가 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 관련된 사람이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연쇄 부도는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한순간에 닥친다.

기업이 매년 흑자가 나면 좋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적자가 날 수 있다. 문제는 적자가 나는데도, 경영자가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경우, 부도 징후가 농후하다. 업종이나 주종 상품을 바꾼다고 과한 투자를 하는 경우, 경영자의 사적인 일에 쓰고, 사옥 등의 과시에 많이 쓰는 경우이다.

또 직원들의 내부 불만이 높으며, 사무실의 기강이 무너지고, 사원들의 퇴사가 늘어난다. 부도의 징후이다. 개미가 긴 행렬을 지어서 가거나, 물고기가 연못 위로 입을 내밀면 비가 온다고 한다. 개미들은 비가 오기 전 식량과 알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물고기는 저기압에 물속 산소가 부족해 입을 내밀어 호흡한다. 미리 눈치채야 한다. 부도는 사장보다 자금 담당 직원이 먼저 걱정한다.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로부터 파급되는 연쇄 부도의 위험성이 높다. 건설업계는 2023년 기준 매입 채무 중 어음 지급 비중이 약 40%로 추정된다. 자재 구매의 어음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건설업계의 부채비율이 152.5%로 제조업(106.2%)보다 높다. 여기에 유동비율이 95.4%로 낮아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

건설업체 하나가 부도나면 하청업체, 자재 공급업체 등 줄줄이 부도의 위험에 직면한다. 건설업체의 평균 매입 채무 기일은 90일이다. 자재를 공급하고 그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3개월 후를 내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건설업체의 사장이나 자금 담당 임원이 부지런히 금융기관을 찾아다닌다면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2023년 기준 건설업체의 공사 대금은 어음 비중이 19%이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받는 시기가 기성고나 분할로 받으므로 공사 진척과 관련이 있다. 금융기관을 분주히 다닌다는 건 들어오는 돈에 차질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 회의가 잦다. 그리고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안 좋다. 회사가 어려우면 회의가 많아진다. 회의도 건전한 토의보다 경영자의 짜증과 질책이 많아진다. 회의 분위기가 어둡다.

거래업체가 건설회사가 아니라도 매출을 건설업계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연쇄 부도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부도로 가는 조짐이 많다. 경영이 잘 되는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부도가 나는 경우는 사기 외에는 드물다. 부도의 정석을 밟아 나가기 때문에 부도가 난다. 이런 부도의 정석을 보고도 빠져나오지 않으면 함께 부도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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