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게임 이론과 풍선 효과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게임 이론과 풍선 효과
  • 김진혁
  • 승인 2023.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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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인생이 내 뜻대로 되기 어렵다. 스트레스와 슬럼프는 삶의 기본값이다. 삶은 죽음으로 향하는 불치병이다. 우주 천문학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참으로 하찮은 존재이고 한 톨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 의사결정도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순투성이다. 스피노자의 말이다. “사람은 모든 정보를 이해와 동시에 먼저 받아들이고 틀린 정보는 나중에 물리친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역사 속 대 사건의 선택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이었는지 알게 된다. 1934년 총통이 된 히틀러와 나치당의 지지율은 90%까지 상승했었다. 미국 전 대통령 부시는 백악관 내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이라크 전쟁이라는 나쁜 결정을 내렸다. 게임에서 두 참가자 모두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전략을 찾기 위한 상호 의존적이면서 수학적 이론이 게임 이론이다.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존 내시 교수의 게임이론(game theory)은 경쟁상태를 모형화하여 참여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최적 전략을 선택한다. 개인 또는 기업이 행위를 할 때 자신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추구한다.

이런 사례를 들어보자. A와 B는 절친으로 사전에 범죄사실을 잡아떼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5년씩을 받게 되었다. 증거가 불충분해 A와 B가 자백하지 않으면 구속되기 어렵게 되었다. 이때 경찰이 두 사람을 각기 다른 취조실로 데려가 회유와 위협을 섞어 말했다. “A야, 네가 먼저 자백하면 풀어주겠지만, 네 친구가 자백했는데 너만 끝까지 부인하면 위증죄까지 더해져 징역 9년의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가 만약 친구를 믿고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둘 다 풀려날 수 있다. 그러나 A와 B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고민하다가 모두 자백해 징역 5년을 받는다.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다.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주식 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미인대회에서는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선택할 사람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승자를 예측하는 과정을 케인즈는 “우리의 정보력을 평균적 견해에 대한 평균적 견해를 예측하는 데 바쳐야 한다.”​ 라고 표현했다. 평균적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예측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풍선효과(風船效果/Balloon effect)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또 불거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마치 풍선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과 비슷하다. 합법적인 공권력이나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공급을 모두 차단해도, 수요가 있는 한 어떤 형식으로든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경제용어이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본다.

미국은 마약 밀수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마약 밀수입 문제 해결을 위해 마약 수입 의심국으로 지목된 중남미의 몇몇 국가들에 대해 통관절차를 대폭 강화시켰다.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마약사범들이 다른 중남미 국가로 활동무대를 옮겨 마약 밀수가 더 늘어났다.

미국은 1920년에서 1933년까지 14년간 금주를 법으로 강제했다. 그러나 금주법의 시행 이후 밀주 밀매와 사재기를 통한 암시장에서의 불법이 급증하고 급기야는 암시장의 브로커들이 조직화된 마피아까지 등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1958년 마오쩌둥은 쓰촨성(四川省)을 방문했을 때 “참새가 곡식을 먹어 사람이 먹을 게 없다.”라는 보고를 들었다. 마오는 즉각 참새를 없애라고 지시했고, 정부 주도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그래서 ‘인민의 적’ 참새가 박멸되어 수확이 늘었을까? 천적 참새가 사라진 들판은 메뚜기 떼가 장악하여 곡식이란 곡식은 메뚜기가 다 먹어 치웠다. 결국 ‘참새 박멸’ 정책은 3천만여 명의 아사(餓死)라는 사상 유례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잘못된 정책임을 알고 소련에서 급히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지만, 속수무책이다.

구소련 과학자인 트로핌 리센코(1898~1976)는 일명 ‘빽빽이 농법’이라고 불리는 농사법을 주창했다. 빽빽이 농법은 씨앗을 좀 더 빽빽하게 파종하고, 집중과 선택으로 비옥한 땅에만 비료를 집중하면 곡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론이다.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의 일환으로 ‘빽빽이 농법’을 도입하여 실행하였지만, 오히려 중국의 농업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풍선효과’는 인도의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로 이어졌다. 인도에서 코브라를 제거하기 위해 보상금을 지급했더니 뱀 사육농장이 성행했고, 보상금 제도를 폐지했더니 키우던 뱀들을 야산에 버려서 다시 코브라가 폭증했다. 코로나19 재앙 이후 헬리콥터 머니는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를 가져왔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당황하여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트는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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