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력을 찾다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철강 탄소중립, 재생에너지가 숙제다"
[미래동력을 찾다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철강 탄소중립, 재생에너지가 숙제다"
  • 김세움
  • 승인 2024.02.14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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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탄소화' 글로벌 생존 과제…철강 게임체인저
유럽·북미 등 대규모 예산 투입…친환경 기술 선점
포스코 '하이렉스' 실현 위해 재생에너지 확보 '必'
재생에너지 '비대칭 원가'…국내기업 가격경쟁력↓
전력비 합리화 등 정부가 재생에너지 시장 키워야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우측)가 미국 콜롬비아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개최한 'CKI Steel Workshop'에서 발표하는 모습.

◆ 인터뷰 :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최근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Paradigm)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 친환경 등 ESG 경영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의 쌀' 철강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산업계에서는 저탄소, 무탄소 철강재를 활용한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탈(脫)탄소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는 이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법 등 탄소중립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유럽이 앞선 2000년대부터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해 관련 기술과 자원 선점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미 후발주자라는 설명이다.

김경식 대표는 "우리나라 철강 상공정 경쟁력은 설비 대형화, 국제 표준원가 정착에 기인했다"며 "반면 수소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는 비대칭 원가로, 수소환원제철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경우 국내 철강사들은 유럽, 북미 기업들과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산업용 전력 수요인 50%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시장은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요 발굴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면 공급시장에서도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동기가 발생한다"며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달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꾸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Q> 지난해 미국 콜롬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개최한 'CKI Steel Workshop'에서 국내 탄소중립 현황에 대해 발표하셨는데. 해당 워크샵에 대해 소개한다면.

- 친환경 스타트업과 학계, 녹색 투자자 등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 행사다. CKI는 총 12개 주제로 진행되며, 첫 번째가 철강산업이다. 이는 철강산업이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자 모든 제조업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탈(脫)탄소화'는 북미는 물론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철강사들이 직면한 과제로, 향후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상업성을 확보한 기업이 전체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주최 측에서 참가 제안을 받아 국내 탄소중립 및 기술개발 현황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철강업계 출신이면서 재생에너지 등 전력산업, 배출권거래제 등 경영환경 전반을 경험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Q> 'CKI Steel Workshop'에서는 어떤 내용들을 공유했는지.

- 스웨덴 H2 그린스틸(H2 Green Steel)의 수소환원제철 외에 플라즈마 수전해, 전해채취 방식 등 다양한 신기술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중 크리스 바테일(Chris Bataille) 콜롬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 박사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오는 2050년이 되면 2020년 대비 중국, 일본, 한국의 조강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3~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는 이들 나라는 친환경 공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주로 고로-전로-탄소저장, 직접환원철(DRI)-전기로-탄소포집, DRI-전기로-그린수소 등이 예측된다. 앞으로 철강산업 경쟁력은 자국 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녹색전력과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달렸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표였다.

<Q>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이 개발 중인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해외 반응은.

-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 중이다. 지난 2007년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량, 유동로에서 분광석을 수소 환원해 DRI을 생산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후 전기로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DRI를 녹이면 탄소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워크샵에서는 이같은 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독자적 기술개발 방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현재 북미, 유럽 철강사들이 도입한 샤프트형 미드렉스(Shaft Midrex) 공법에 비해 상업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제철의 전기로-고로 혼탕도 관심이 높았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탄소배출량을 최대 40%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전기로와 고로 양면에서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사례다. 다만 100% 탄소중립 실현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Q> 해외에서는 정부가 산업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 중인지.

- 유럽연합(EU)은 2004년부터 '울코스(Ultra Low CO2 Steelmaking, ULCOS)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부생가스 회수 등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두루 추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탈탄소 연구개발(R&D)에 총 853조 원을 순차적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자르스탈(Sarrstahl)에 3조7000억 원 규모 탈탄소 지원금을 승인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향후 8년간 총 480조 원을 투입해 관련 기술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2020년 '그린 이노베이션(Green Innovation)' 전략을 발표하고 ▲그린 전력 보급 ▲에너지 구조 전환 ▲산업 구조 전환 등 3개 프로젝트 그룹에 R&D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수소환원제철 관련 예산만 32조 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3년간 1700억 원에 불과해 출발선이 다른 상황이다. 이미 선진국은 새로운 원천기술 개발에 나선 가운데 우리는 상용기술을 따라잡기도 벅차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 'RE 200' 도입 등 막연한 미래 대신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Q>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 과거 우리나라 철강 상공정 경쟁력은 설비 대형화, 국제 표준원가 정착에 기인했다. 이는 철광석, 원료탄 등을 얼마나 저렴하게 들여오고, 효율적으로 배합하는지 여부가 결정했다. 반면 수소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는 비대칭 원가로, 수소환원제철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경우 국내 철강사들은 유럽, 북미 기업들과 경쟁이 어렵다

티센크룹(ThyssenKrupp)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52.6% 규모다. 2030년에는 8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전력을 한전이 독점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기존 부생가스 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중대한 변수다. 포스코의 경우 한전 공급량은 약 15% 수준으로, 나머지 85%는 자체 발전을 통해 수급한다. 향후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도입할 경우 외부 전력이 현행 대비 5~6배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수소 온도를 높이기 위한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덤이다. 이번 워크샵에 참여한 티센크룹도 해당 문제를 가장 염려하고 있었다.

친환경 철강재 생산체제 전환은 곧 그린수소 확보 여부가 판가름을 낼 전망이다. 이미 중동 등 글로벌 주요 생산국가에서는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Q> 철강업계나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제언한다면.

- 먼저 민간 에너지 투자를 활성화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단기 21.6%, 중장기 50%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시장은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신규 수요 발굴에도 집중해야 한다.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는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가 가능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가능해진다. 이때 가장 문제 되는 게 한전의 송배전 요금이다. 지금 전력직접거래제(PPA)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송배전 요금이 기존보다 거의 2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려면 이러한 불합리한 점이 시정되어야 한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공급시장에서도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동기가 발생한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 발전비용보다 저렴해지는 교차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꾸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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