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③
[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③
  • 김종대
  • 승인 2020.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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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船電의 감초 ‘강철’…탄소함량 2% 이하로 낮춰 생성한다

포스코 회장을 지낸 금속공학자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철의 문명사적 궤적)가 드디어 6월 10일 페로타임즈 출판국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철의 모든 것’을 이론·실무적으로 총정리한 교양서다. 서울공대에서 철에 대한 공부를 본격 시작한 권오준 저자는 “포스코 회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백년 가까운 세월을 철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책은 철에 대한 이해와 보다 더 많은 관련 지식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본지는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의 요약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제1장 인류 역사와 함께한 철 ➁

(현대식 일관제철소 제조공정
(사진1) 현대식 일관제철소 제조공정.그림=페로타임즈 DB

철은 탄소 함유량을 기준으로 크게 순철(純鐵), 선철(銑鐵), 강철(鋼鐵)로 구분한다. 사진1은 현대식 일관제철소에서의 철강제품의 제조공정의 개요를 보여주고 있다. 용광로에서 광석을 녹여 선철을 만들고 이 선철을 전로에서 정련한 다음 연속 주조에 의해 강철의 슬래브(Slab)와 같은 반제품을 제조한 후 가열하여 열연, 후판 또는 선재 압연을 하는 것이 일관제철소의 공정이다. 용광로에서는 철광석, 석탄/코크스 및 석회석을 원료로 녹이면 탄소량 4% 정도의 선철이 만들어지고 불순물은 슬래그(Slag)가 되어 용융 선철 위에 뜬다. 슬래그를 분리한 용융 선철은 제강공정의 전로 정련을 거치면 탄소의 함유량은 0.03% 정도로 줄고 불순물도 제거되는데, 이 용융강철을 2차 정련공정을 통해 탄소함량을 조정하고 필요한 합금도 첨가하여 원하는 조성의 슬래브(Slab), 빌릿(Billet) 등 강철 반제품을 만든다.

철은 탄소가 적게 들어 있을수록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는 반면 탄소가 많으면 경도(硬度)가 높아지고 강해지고 질기게 변하기도 하나 잘 처리하지 않으면 부서지거나 부러지는 경향이 나타나므로 탄소의 함량은 매우 중요한 제조인자(因子)이다. 이 강철 반제품들은 고온 압연공정을 거쳐 열연코일, 후판 및 봉재·선재(棒材·線材)제품으로 제조된다. 열간압연(熱間壓延)코일, 즉 줄여서 열연코일 표면의 산화층을 제거한 다음 상온에서 압연, 소둔(燒鈍, 금속을 가열 후 서냉하여 강도 따위의 기계적 성질을 변화시키는 일), 도금을 하면 냉연강판 및 도금강판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박판(薄板), 후판, 선재, 봉강(棒鋼) 등 제품들을 이용해 다리, 배, 자동차, 기계, 생활용품 등 각종 구조물과 부품을 제조한다. 오늘날 제조되는 모든 금속의 90%는 철강이다.

순철(純鐵)은 탄소 함량 측면에서 상업적 설비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안 되는 고순도(高純度)의 철을 말한다. 순철은 불순물(규소, 망가니즈, 인, 유황 등)이 거의 없는 순도 99.9% 이상의 철로서, 대부분의 순철은 전기분해를 해서 만들어진다. 순철의 종류로는 암코철(Armco Iron, American Rolling Mill사의 제조에 의한 순철의 상표명), 전해철(電解 鐵, 철을 전기분해하여 공업적으로 만드는 순철), 카보닐(Carbonyl)철 등이 있으며 카보닐철이 가장 순수하다. 상온에서 전성(展性)·연성(延性)이 풍부하며 항복점(降伏點)·인장강도(引張强度)가 낮아 구조용 재료로는 쓰이지 않으나, 투자율(透磁 率)이 높아 전기재료(변압기, 발전기용)로 많이 사용된다. 순철의 물리적 성질은 비중이 7.87, 용융점이 1,538°C, 열전도율이 67Watt/m·K, 인장강도 18~25N/mm2, 브리넬 경도는 60~70N/mm2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철이라 부르는 것은 선철과 강철(鋼鐵)이나,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강철이다. 강철은 선철을 정련하여 탄소 함량을 2.0% 이하로 낮춘 것이다. 강철은 충격에 강하고, 질기며,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자동차, 조선, 가전, 건축용 소재 등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탄소 함량은 0.04~0.6% 정도인 것이 가장 많이 쓰이며, 용도에 따라 열처리를 하여 원하는 물성(物性)을 확보한다. 강철에는 탄소강과 특수강이 있는데, 순수 철에 다른 금속 원소가 많이 포함되지 않고 주로 탄소만 함유된 것을 탄소강 또는 보통강이라 하고, 니켈, 크로뮴, 망가니즈, 텅스텐, 몰리브데넘 등의 특수한 금속 원소가 포함된 강을 특수강 또는 합금강이라 한다. 합금강은 저(低)합금강과 고(高)합금강으로 나누는데, 저합금강은 합금 첨가 총량이 2% 이하인 강으로 구조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고합금강은 합금의 총 첨가량이 30%가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내식성(耐蝕性)이 강한 스테인리스강(鋼)을 비롯해 항공우주용, 군사용, 화학산업, 건물, 주방용품, 가전제품의 제조에 널리 쓰인다.

사진2
사진2=페로타임즈 DB

오늘날 현대인은 철에 둘러싸여 생활하면서도 철의 존재를 좀체 실감하지 못한다. 이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사람들이 그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철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철의 최종 생성물을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철강 제품은 생김새에 따라 크게 열연·냉연코일 및 박판, 후판(厚板), 봉강(棒鋼), 형강(形鋼), 선재(線材)코일로 나뉜다.(사진2 참조) 박판과 후판은 모두 판재류에 해당한다. 열연 및 냉연코일을 절단해 만드는 두께가 얇은 판재가 박판이다. 열연 강판은 연속주조 슬래브를 1,200℃ 정도의 고온에서 가열한 다음 압연(壓延)하여 만든 판재이다. 열연강판은 코일을 잘라서 그대로 산업소재로 쓰기도 하지만, 상온에서 추가적인 압연 가공을 통해 냉연강판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의 표면 산화층을 제거하고 더 얇게 가공한 강판을 말한다. 가공성이 높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쉬워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많이 쓰인다.

열연·냉연강판의 단점은 녹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녹이 쉽게 슬지 않도록 열연·냉연강판의 표면에 다른 물질을 덧씌워서 사용하는데, 이 제품이 도금강판이다. 도금강판은 어떤 물질로 표면처리를 했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아연도금강판은 주로 자동차·전자 제품, 건축용 내·외장재 에 쓰이고, 주석도금강판은 통조림 통 제조에 사용된다. 후판(厚板)은 연속주조 슬래브를 이용하여 1,200℃ 정도의 고온에서 가열한 다음 후판 전용 압연공장에서 직접 만든 판재인데, 두께가 최소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이다. 후판은 일반 구조용 강판으로 압연한 그대로 적절히 잘라서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형 교량, 초고층 건물, 석유 저장탱크, 유조선 등 산업소재로 많이 쓰이는데, 이 경우 용도에 따라 압연 중 또는 압연 후 열처리를 하여 용도에 맞는 기계적 특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철봉처럼 생긴 봉강은 절단면이 원형인 것도 있고 육각형인 것도 있다. 봉강을 고온에서 계속 압연하여 반지름을 줄인 가늘고 긴 제품은 선재인데, 선재코일로 생산한 다음 후속 가공하여 피아노선(線)이나 용수철·바늘·못·철사 등을 만든다. 부품을 서로 끼워서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볼트·너트는 그 크기에 따라 봉강 또는 선재를 소재로 만들어진다. 형강 제품은 단면을 잘랐을 때 절단면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절단면이 영어 알파벳 ‘H’자 모양이면 H형강이라 불리며, 한글 자음 모양을 딴 ㄱ형강(앵글) 및 ㄷ형강(채널)도 있다. 형강은 주로 다리·건물·공장·지하철 등의 골조나 기초공사 등에 쓰인다. 봉강, 선재 및 형강 역시 구조적 안정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데 이 경우 사용 목적에도 부합하고 후처리 공정에서의 편의성이나 기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열처리 및 표면 처리기술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니켈(Ni), 몰리브데넘(Mo), 크로뮴(Cr) 등의 합금원소를 다량 첨가한 고합금강은 내열, 내식, 내마모 등 특수 목적용으로 제조되어 발전(發電), 광산, 항공, 압력용기, 원자력 산업에 요긴하게 사용 된다. 대표적인 것이 녹이 슬지 않는 강철인 스테인리스강이다. 스테인리스강은 약 11% 이상의 크로뮴을 함유한 철계 고합금강으로 내식성이 탁월하게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스테인리스강의 표면에는 얇은 부동태 피막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피막이 철과 부식 환경 사이의 이온 이동을 어렵게 하여 철이 산화되는 것을 억제한다. 스테인리스강은 일반적으로 미세구조에 따라 오스테나이트계, 페라이트계, 마르텐사이트계 등 3가지로 분류하나 오스테나이트와 페라이트가 거의 동일한 분율을 차지하는 이상(Duplex) 스테인리스강도 있다.

특수목적으로 개발된 고합금강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먼저 우주항공용 강재나 장갑차용 강재를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우주항공용 합금강으로는 머레이징강을 들 수 있다. 이 합금은 상온뿐만 아니라 고온 기계적 특성도 우수해 로겟 구조체와 엔진, 비행기 랜딩기어 등의 용도로 많이 사용 된다. 장갑용 강재는 경도가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에 마르텐사이트 조직의 합금을 단독 또는 다층 압연하여 제조한다. 타이타늄(Ti)이라는 금속과 니켈을 섞어서 만들어진 형상기억합금도 합금강이다. 발포제를 넣어 물에 뜨도록 만든 스폰지 금속도 있고, 진동에 따른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만든 제진합금(制振合金), 1,000℃의 고온도 견디는 내열(耐熱) 합금 등이 있다.

제품의 고부가가치화(化)와 더불어 추진해야 하는 것은 제조원가의 절감과 품질 향상이다. 최근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철강 산업도 스마트화(化) 하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동향이며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에 큰 기여가 예상 된다. 소위 철강산업의 4차산업화 활동의 일환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개발되는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의 성능과 용도를 이해시켜 상호 윈윈(Win-win)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새로이 개발되는 신제품의 경우 조기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긴밀한 협력과 노력으로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철강산업의 경우 시장과 주문을 확보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능 평가를 위한 시험생산은 불가능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곤란하다. 그래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판매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  고객관계를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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