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⑤
[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⑤
  • 김종대
  • 승인 2020.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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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을 지낸 금속공학자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철의 문명사적 궤적)가 드디어 6월 10일 페로타임즈 출판국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철의 모든 것’을 이론·실무적으로 총정리한 교양서다. 서울공대에서 철에 대한 공부를 본격 시작한 권오준 저자는 “포스코 회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백년 가까운 세월을 철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책은 철에 대한 이해와 보다 더 많은 관련 지식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본지는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의 요약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제2장 철의 기원 ②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118 개의 원소 중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원자번호 92로 가장 큰 우라늄을 포함해 66개가 있다. 우리는 빅뱅 이후 1단계 별 내부 핵반응에서는 원자번호가 철보다 작은 원소와 철까지 26개가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나머지 40개의 무거운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원소들은 초신성이라는 거대한 폭발에 의해서 만들어져 현재의 은하계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초신성은 별이 중력붕괴에 의해 생명을 다해 큰 빛을 내며 파멸적인 죽음을 맞는 현상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은 자체질량에 의해 수축하는 중력과 핵융합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입자가 만들어내는 팽창하는 압력 간의 평형이 유지되고 있다.

만일 핵융합 반응이 줄어들면 평형이 깨지면서 중력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힘에 의해 강력한 충격파를 형성하면서 별이 산산조각으로 폭발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현상을 중력붕괴라고 한다. 대부분의 별들은 연료인 수소를 태우는 가운데 불이 ‘쉬잇’ 하고 피식 꺼지는 반면, 중력붕괴를 일으키는 초신성에서는 일부 별들이 글자 그대로 ‘쾅’ 하면서 요란하게 폭발하면서 생명을 다한다.

별의 진화 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서는 초신성이 일어나면서 지름이 태양의 수십 배 내지 수천 배로 커지고 표면온도가 낮은 별인 백색왜성이나 적색거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 빅뱅 당시 생긴 헬륨(He)은 탄소(C)와 산소(O) 원자로 전환시키고 그 원자들은 이제 핵융합에 의해 별이 생산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태의 원자인 철(Fe) 원자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별의 중심부에 만들어지는 철 원자는 더 이상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중력이 발생하여 핵이 수축한다.

그러나 이 별은 바로 수축의 한계에 도달하여 단단한 덩어리가 되고, 이 때 주위에 분포한 물질이 힘차게 중력 낙하하여 단단한 중심부의 철과 충돌해 질량도 증가하고 충격파가 발생한다. 철과의 충돌로 큰 충격파를 발생하는 이 별의 질량이 어느 한계(태양의 1.4배)에 도달하면 핵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이와 함께 원자핵이 해체 되고 초신성이 일어나 별의 생명을 다하게 된다.

별의 중심에 만들어진 철의 원자핵을 해체하려면 다른 어떤 원소의 핵을 해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핵융합을 통해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에너지 방출이 아니라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이 별은 핵융합 반응으로부터 에너지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별은 빠른 속도로 중력 붕괴를 시작한다. 그리고 철 원자들은 함께 으깨지면서 핵의 온도가 1,000억℃ 이상까지 오르고 에너지가 공급된다. 원자핵들 사이의 척력(斥力, 두 물체가 서로 밀 어내는 힘)이 중력을 이기며, 충격파 속에서 핵이 별의 중심부로부터 튕겨 나온다.

초신성 폭발 / 사진=NASA
초신성 폭발 / 사진=NASA

이것이 우리가 보는 초신성 폭발이다. 이 충격으로 별은 겉껍질 속의 물질과 만나면서 가열돼 핵융합 반응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이를 통해 철보다 무거운 새로운 원소들과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형성 한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들 가운데 많은 것들은 별의 핵 속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반면,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형성하는 데에는 초신성 폭발이라는 불안정한 여건이 요구되는 것이다.

충격파로 인해 생성된 이 물질은 전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 성운(星雲)을 형성한다. 별에서 멀리 떨어져 폭발하는 물질은 이제 초신성 잔해로 알려져 있는데, 이 안에는 철보다 가벼운 원소뿐만 아니라 무거운 원소도 함께 존재한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별로서 생명을 마감하는 초신성이 일어날 때 철 원자는 산소 및 탄소 원자와 함께 분해되어 우주 속으로 멀리, 그리고 넓게 내뿜어진다. 엄청난 빛을 내는 초신성의 폭발은 방대한 양의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게 되는데, 이러한 물질은 다시 별의 모태가 되는 성간물질(星間物質)이 된다.

초신성의 폭발로 우주에 흩어진 성간물질은 별의 모태가 되고, 만들어진 별은 성년기인 주계열성(主系列星)으로 자라나서 빛나다가 적색왜성을 거쳐 노년기인 백색왜성, 중성자 별, 또는 블랙홀의 과정을 거쳐 다시 생명을 마감하기도 한다.

지구의 생성과 철 초신성은 통계상으로 드문 사건이어서, 우리 은하 전체를 통틀어 100년에 단지 몇 차례만 발생한다. 하지만 초신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초신성이 없으면 철, 구리, 금, 납, 우라늄 같은 질량이 큰 원소들을 만들어낼 만큼 충분한 세기의 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성운의 초신성 폭발의 특정한 파편이 우주를 통과해 먼 거리를 여행하여 다른 위성에 정착하는데, 이것이 운석충돌이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모든 항성과 행성은 성운의 상호 작용에 의해 합쳐지고, 분해되고, 팽창하고, 수축하면서 형성되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항성이 구성하는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행성이다. 이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초신성 폭발 이후 비교적 늦게 형성된, 후(後)세대 별이다. 따라서 지구는 철이나 니켈,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을 함유 하고 있으며, 태양계의 수성, 금성, 목성 등과 같은 많은 행성들 역시 철을 위시한 무거운 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항성의 대부분은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린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므로, 태양계의 성인(成因)이 보통 항성의 경우와 다르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에 의하면 태양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거대한 분자 구름의 일부분이 중력 붕괴를 일으키면서 형성되었다.

붕괴한 질량 대부분은 중앙부에 집중되어 태양을 형성했고, 나머지 질량은 행성, 위성, 소행성 및 다른 태양계 천체들을 형성하게 될 얇은 원반 모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圓盤)으로 진화하였다. 이상 의 가설이 성운 모형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태양계 생성 이론이다.

태양계의 중심부분은 자체중력에 의하여 수축되어 원시태양을 형성하면서 오늘날의 태양으로 진화해 왔다. 그리고 태양계 성운 원반에서는 티끌들이 생성, 회전하면서 응축되고 밀도가 증가하면서 미행성체(微行星体)가 생성된다. 이렇게 생긴 미행성체는 원시태양계 전체에 걸쳐 약 10조 개 이상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미행성체가 서로 충돌하며 합쳐지거나 파괴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속 충돌이 일어나 변형 되면서 충돌에너지가 흡수되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간다.

충돌에 의한 운동에너지로 미행성체의 온도가 올라가면 내부에서는 초신성 폭발 시 만들어진 원소들의 핵반응이 진행되어 추가적인 열이 발생하고 미행성체 전체가 용융상태로 변하며 초고온이 된다. 이 상태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은 철의 함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핵융합에 의해, 그리고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분열에 의해 철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미행성체 표면부의 경우 초고온화에 의해 함유 하고 있는 물을 포함한 모든 물질들의 가스화가 진행되어 원시대기를 형성하는데, 나중에 원시지구가 식어 가면 수증기는 응결되고 강수(降水) 현상이 일어나 바다를 이루게 된다. 지구에서 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구 전체로는 35%로 가장 많고, 산소(30%), 규소(15%) 마그네슘(13%) 및 니켈(2.4%)이 뒤를 잇는다. 지각에서는 철의 비율이 5.2%로 산소(46%), 규소(28%), 알루미늄(8.3%)에 이어 4번째이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무게의 99.9%를 차지하는데, 그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경우도 태양과 비슷해 99%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 되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인데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원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질량으로 보면 70%, 원소의 수로 보면 90%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헬륨이다. 질량으로 28%, 원소의 수로는 9%를 차지한다. 다른 원소는 모두 합해도 질량으로 2%, 원소의 수로는 0.1%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내부구조
지구의 내부구조. 그림=페로타임즈 DB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의 비율이 태양이나 다른 별에 존재하는 원소의 비율에 비해 차이가 큰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리고 지구 내부구조 그림을 보면 양파모양의 층상구조를 가진 일반적인 별의 내부 구조와 개념상으로는 유사하지만 꼭 같지는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주 전체로 보면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인 별의 구조에서는 철과 이보다 원자번호가 낮은 원소만 존재한다. 이에 비해 지구에는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자연원소가 존재한다. 이 사실은 지구가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 다음에 형성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철을 비롯하여 이보다 원자번호가 높은 원소는 초신성 폭발에 의해서만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초신성에 의해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더라도 우주 전체로 볼 때에는 극미한 양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 중에 초신성을 겪은 다음에 형성된 별도 아주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별들은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이고 일부만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가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인 별과 지구의 내부 층상구조를 비교 할 때 또 하나의 차이점은 일반적으로는 여러 개의 층상구조가 나타나고 있는데 지구는 지각, 맨틀(Mantle), 외핵 및 내핵 등 크게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맨틀 안쪽에 존재하는 외핵은 반지름 3,500km 정도의 액체 상태의 구(球)이며, 내핵은 반지름 1,200km의 고체 상태 구라고 생각된다. 너무 깊어서 직접 탐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진파를 통과시켜서 무엇으로 이뤄졌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핵의 대부분은 철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구성 물질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구성 물질로는 니켈이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5%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핵이 고체인 이유는 내부로 갈수록 온도는 높 아지나 동시에 압력도 높아져 용융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구의 핵이 원자핵의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철과 니켈 위주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지구가 만들어질 때 원자핵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어 열역학적으로 평형에 가까운 정도까지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온도, 압력, 시간 등 모든 조건이 핵융합과 핵분열 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철-니켈 합금의 핵이 만들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요행히도 그런 조건이 만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핵 외부는 맨틀로서 지구 부피로는 82%이고 무게로는 68%를 차지한다. 철, 규소, 몰리브데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원소의 복합 화합물인 암석질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석질의 용융온도는 철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액체 상태의 원시지구가 밖에서부터 식게 되면 용융온도가 높은 물질이 먼저 고체화되어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것이 맨 틀이다. 그러나 맨틀의 외각에는 지진의 원인이 되는 판(Plate)을 갖고 있어 수시로 용암을 지표로 내뿜곤 한다. 이를 보면 맨틀에는 상당량의 용암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며, 전체적으로 고체이긴 하지만 외핵 부근에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의 유동성도 갖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지각은 암석질의 육지와 물이 있는 바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 육지는 온도 강하에 따라 맨 먼저 고체화되어 여러 가지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산소, 규소, 알루미늄 등은 지각 전체에 널리 분산되어 있는데 비하여, 철은 광맥의 형태로 일정한 위치에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철이 일정 위치에 광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철이 일정 지역으로 모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구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면 그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지구가 처음 생기면서 원시대양을 형성할 즈음(약 38억년 전)에 지구 표피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던 철은 폭우가 내리면서 원시바다로 흘러갔다. 이 철이 일정 지역에 모여 퇴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당시 지구의 공기에는 산소가 충분치 않아 산화철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철은 순수한 상태로 있었는데 빗물과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서 녹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빗물이나 바닷물은 이산화탄소나 유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산성도가 매우 높아 철을 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지구상에 원핵세포의 남조류와 같은 미생물이 만들어지고 탄소동화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산소가 대량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산소가 철과 반응하여 바다 밑에 침적되면서 광맥을 형성 하였다. 미생물의 활동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르고 산소의 생성 정도가 다른데, 이런 차이 때문에 형성되는 광물의 종류가 달라져 층상구조를 만든다고 한다.

지구 표피의 철 광맥은 지진작용으로 바다 속의 지층이 솟구쳐 올라온 것인데, 이 광맥을 발견한 인간은 철광석을 채취하고 수천 년에 걸친 기술 발전을 통해 철을 정련하였다. 인류는 이 철을 오랜 옛날부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철은 가장 활용성이 높은 금속이 되었고 인간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철의 원자번호는 26이며, 원자량은 55.85이다. 철의 원소기호 ‘Fe’는 영어의 ‘Iron(철)’을 뜻하는 라틴어 ‘페럼(Ferrum)’에서 유래되었다. 철은 우리가 사용하는 금속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금속 원소이다.

철이 없다면 철도, 선박, 자동차도 만들 수 없고, 도로, 고층 건물, 긴 다리도 만들기 어렵다. 또 오늘 날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계나 도구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철을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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