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④
[연재]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④
  • 페로타임즈 편집국
  • 승인 2020.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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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우주가 준 선물…핵융합으로 탄생, 가장 안정된 원소

포스코 회장을 지낸 금속공학자 권오준 박사의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철의 문명사적 궤적)가 드디어 6월 10일 페로타임즈 출판국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철의 모든 것’을 이론·실무적으로 총정리한 교양서다. 서울공대에서 철에 대한 공부를 본격 시작한 권오준 저자는 “포스코 회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백년 가까운 세월을 철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책은 철에 대한 이해와 보다 더 많은 관련 지식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본지는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의 요약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제2장 철의 기원 ①

원소의 원자핵 결합에너지 및 핵반응
원소의 원자핵 결합에너지 및 핵반응

유성(流星)은 ‘지구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빛을 내며 떨어지는 작은 물체’이다. 우주 속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대부분 소멸한다. 하지만 엄청난 열 (熱)을 견디고 지구에 착륙하는데 성공하는 유성체도 있다. 이런 유성체를 천문학에서는 운석(隕 石)이라고 부른다. 고대 인류가 철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운석을 통해서다.

인류가 철을 처음 마주친 것에 대해 대체로 세가지 설이 있다. 첫째가 채광착오설(採鑛錯誤説)이다. 청동의 원료인 황동석(Cu₂Fe₂S₄) 대신 비슷한 색깔의 적철석을 잘못 채취하여 제련하게 되면서 철을 알게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산불설이다. 즉 지구 표면에 불거진 철광석이 산불에 녹아 버려 철을 알게 되었다는 설이다. 산불에 의해 겉으로 드러난 철광석이 환원된 상태로 된 것, 즉 자연의 힘에 의해 저절로 제련된 것을 인간이 가져다 두드려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운석설이다.

이들 세가지 설 가운데 인류가 제일 먼저 철을 마주친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당연히 ‘운석설’이라고 할 수 있다. 운석은 많은 경우 순수 철과 니켈의 합금(운철)이다. 누군가가 발견하면 추가적인 가공 없이 발견 당시의 상태 그대로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채광착오설이나 산불설에 근거할 경우 철을 정련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온도는 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인류와 철의 첫 만남에 대한 설명은 운석설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운철(隕鐵)’에는 철 이외에도 니켈 성분이 4~20% 함유되어 있고 코발트(Co) 성분이 0.3~1.6%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철이 인류에게 발견되어 비로소 ‘탄생’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철을 광물에서 제련하여 인공적으로 만들게 된 것은 훨씬 후대였다. 철강 제조가 최초로 시작된 곳은 터키의 아나톨리아 지역이다. 이 시기는 기원전 2000년경이다. 그 이전의 철은 일부는 채광착오설이나 산불설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우연히 정련되어 나중에 발견될 수 있겠으나 대부분은 운석에서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기록에 나오는, 운석을 지칭한 옛말은 다양하다. 이집트인은 ‘비아 엔 펱트’, 수메르인은 ‘안 바르’, 히브리인은 ‘파르 질’, 그리고 하이티인은 ‘쿠안’이 라고 불렀다. 이 모두가 철은 ‘우주가 준 선물’ 또는 ‘하늘의 별’이라는 의미로서 분명 운석이 하늘에서 날아온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중국에서도 기원전 14세기 유물에서 청동기의 칼날 부분에 운석을 붙여 사용한 제품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인류가 최초에 사용했던 철이 운석이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부의 핵반응에 의한 별의 진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최초 형성→수축→양파 구조
내부의 핵반응에 의한 별의 진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최초 형성→수축→양파 구조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멘델레프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118개의 원소로 구성되었다. 이 중에서 천연으로 존재하는 원소는 92개이다. 나머지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다. 합성 원소는 불안정하여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뿜으며 다른 원소로 변환하기도 한다. 원소의 수명은, 즉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원소마다 다르다. 그 중에는 한 순간에 사라지는 원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소들은 안정성이 충분하여 자연 상태로 존재한다.

원자번호 26인 철(鐵) 역시 주기율표 상 118개 원소 중의 하나로 다른 원소와 마찬가지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다. 우주 창조론에 의하면 모든 원소는 빅뱅이 일어나고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만들 어진다. 그런데 지구상의 철은 다른 어느 원소보다 많이 존재한다. 이는 철의 생성 기원이 다른 원소와는 다르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철이 어떤 점에서 다른 원소와 다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원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창조가 시작된 빅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빅뱅은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에 일어났다. 우주에 엄청나게 큰 밀도의 작은 점으로 뭉쳐져 있던 에너지가 폭발과 함께 팽창하면서 물질로의 변환이 시작되는 현상이다. 즉 태초에 우주에 존재했던 에너지가 이 세상 삼라만상의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소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만져지지도 않는 에너지가 질량을 가진 물질로 바뀔 수 있고 반대로 질량을 가진 물질이 에너지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최초의 우주는 초고온, 초고 밀도로 작열하며 급팽창하는 빅뱅으로 시작하였다. 폭발 중에 우주 최초로 생긴 것은 쿼크와 전자 등 소립자들이다. 이 소립자들은 빅뱅 폭발 시 발생하는 에너지에 의해 질량을 가진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립자 생성 현상은 에너지와 물질은 등가(等 価)로 서로 변환할 수 있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79~1955)의 특수상대성원리로 이해가 가능하다. 190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는 ‘E = mc2’로 표현된다. 이 식에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그리고 c는 상수로 빛의 속도(30만km/s) 이다. 즉 여건이 만들어지면 에너지는 물질로 변환 할 수 있고, 반대로 물질도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우주의 정지 물체는 아무런 에너지를 지니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아인슈타인은 정지한 물체는 그 질량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즉, 질량을 지닌 물체가 순수하게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빅뱅 폭발과 함께 우주는 팽창한다. 팽창하면 온도는 내려가기 때문에 우주 탄생에서 100만∼10만 분의 1초 뒤에는 2조K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 때 단독으로 날아다니던 쿼크가 서로 모여 융합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원소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쿼크가 3개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지고,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결합하여 원소가 만들어졌다. 원소의 내부 구조를 보면 중간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원소 중 가장 단순한 구조를 지닌 수소는 빅뱅 이후 제일 먼저, 가장 많이 생긴다. 양성자 하나로 구성된 수소 원자핵은 우주의 탄생 초기 1∼3분 정 도에 대량으로 생성되었다. 소립자 융합 핵반응이 계속되어 두 개의 양자와 두 개의 중성자가 결합하면 헬륨 원자핵이 된다. 이런 핵융합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주기율표에서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우주 팽창에 의한 온도, 압력 강하 등의 이유로 어느 시점에서 반응이 멈추었다.

우주에 어떤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는 분광기(分 光器)로 별빛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이다.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원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질량으로 보면 70%, 원소의 수로 보면 90%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헬륨이다. 질 량으로 28%, 원소의 수로는 9%를, 다른 원소는 모두 합해도 질량으로 2%, 원소의 수로 0.1%에 지나지 않는다.

빅뱅 초기의 우주는 수소가 대부분이고 헬륨이 일부 섞여 있다고 했다. 각각의 존재량에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은 무슨 까닭일까? 물리학자에 의하면 원자핵 합성은 한정된 온도조건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일어날 수 있고, 그 온도 범위는 수조~수백만K 라고 한다. 우주 초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크고 온도가 너무 높아 양성자와 중성자가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결합할 수 없다. 따라서 핵반응은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식은 후 시 작되지만 불과 5분 정도 밖에 지속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가 너무 내려가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융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빅뱅 이후 우주는 핵융합에 의해 수소나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이 주로 만들어지면서 초기에는 전 우주에 걸쳐 균일한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우주 일부에 온도, 압력의 불균일이 생기면서 곧 평형이 깨지고 중력이 작용하면서 서로 단단하게 뭉쳐 별이 만들어진다. 뭉친 덩어리가 커지게 되면 중력은 더욱 증가하고 응집이 가속된다. 이런 현상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별 중심부의 원자들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더 무거운 원자를 형성하면서 열을 내게 된다. 발생되는 열에 의해 온도가 1,000만℃를 넘게 되면 별은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면서 생애를 마감하게 된다. 빅뱅 이후 2억 년경부터 우주는 수십 억 개의 별들로 가득하게 되며, 이 별들이 모여 은하를 형성한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1,000억 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우주에 생성된 대부분의 별들은 수십 억 년의 생애 중에서 수소를 태우는 핵융합 반응으로 90% 이상의 기간을 보낸다. 별들의 수명은 질량에 의존하 는데, 질량이 태양의 절반 이하인 작은 별들은 내부의 수소를 모두 태워버리면서 수십 억 년 이상 서서히 그냥 사그라진다. 하지만 질량이 태양의 2 분의1에서 8배에 이르는 큰 별들은 작은 별과는 달리 중심에서 2억℃에 이르는 높은 온도를 만들어 내어 수소를 다 태운 뒤 헬륨을 생성한다. 수소 연료가 바닥난 별은 계속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중심부의 헬륨을 융합해 태우기 시작한다. 헬륨 원자들은 온전한 상태로 융합하여 짝수 번호의 원소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분해되면서 융합이 일어나 홀수 번호의 원소가 생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핵융합 반응이 진행되면 별 내부에는 리튬, 붕소, 베릴륨, 탄소 등 원소들이 쌓이게 된다. 헬륨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수소를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보다는 작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별은 수억 년 안에 연료가 바닥이 나게 되고 이 단계에서 수명을 다해 적색거성(赤色巨星) 및 백색왜 성(白色矮星)의 단계를 거쳐 사라지게 된다.

질량이 태양의 8배 이상 무거운 별은 탄소를 연료로 사용해 그 다음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계속 일으키며 수백 년 동안 더 버텨나간다. 이 과정에서 질소, 산소, 플루오린(불소), 네온,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원소가 만들어지면서 핵융합 에너지가 공급되어 온도는 10억℃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별들이 수명을 다해 사라지지만, 일부 매우 무겁고(태양의 10배 이상) 뜨거운 (내부온도가 50억℃) 별들에서는 생성된 원소를 핵융합으로 태우며 수백 만 년을 유지하며 마그네 슘보다 무거운 원소들인 실리콘, 칼슘, 망가니즈, 철, 니켈 등을 생성한다. 이 때 별의 온도는 무려 30억℃ 이상에 달하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큰 별만 이 철 등의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태양보다 무거운(10배 이상) 별에서 연속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에 궁극적으로 철이 만들어진다. 그 이유는 철의 원자핵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원자핵을 구성 하고 있는 핵자(Nucleon) 간의 결합에너지를 이론적으로 계산했다. 핵자 간의 결합에너지는 원자번 호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증가한다. 원자번호 26인 철에 이르면 최대치에 이르러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철의 핵자간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철의 안정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수소, 헬륨 등 가벼운 원소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철이 많이 생성되는 열역학적인 타당성을 말해주고 있다. 흔히들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생성 가능성은 이 단계에서 없다고 하는데,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단지 생성 가능성 측면에서 확률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면 이 원소는 철보다 안정성이 낮기 때문에 철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분열이 일어남으로써 철로 변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 태양의 질량보다 10배 이상 큰 별에서는 철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전체로 볼 때 그 양은 수소나 헬륨에 비해서는 매우 적다.

핵융합(Nuclear Fusion) 반응이 되든지 핵분열(Nuclear Fission) 반응이 되든지 반응은 온도, 압력 등의 외부 조건이 만족돼야만 진행될 수 있다. 빅뱅 이후에 우주의 팽창이 일어나면 온도가 내려가고 압력도 낮아져 핵반응 조건이 맞지 않을 수가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반응의 진행이 멈추게 되고 더 이상 원소의 생성은 없게 된다.

이 때 마지막 단계에서 생성되는 무거운 원소는 항성을 만들 때 중간에 모이게 되고 그 주위에는 가벼운 원소가 형성되어 항성은 양파 모양의 층상(層狀)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층상 구조의 별에서 몇 개의 원소 층이 어떻게 겹쳐서 나타나는지는 별의 질량에 의존하지만, 가장 중심 부에는 철이 대부분인 구조를 보이고 그 외각(外 殼)에 철보다 가벼운 질량의 원소층이 만들어진다 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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