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망간합금철 담합 공정위 제재에 대한 단상
[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망간합금철 담합 공정위 제재에 대한 단상
  • 최영수
  • 승인 2024.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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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법무법인 스퀘어 고문  (전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최영수 법무법인 스퀘어 고문 (전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DB메탈, 심팩, 동일산업, 태경산업 등 4개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10개 제강사들이 실시한 망간합금철(페로망간, 실리망간) 구매 입찰에서 투찰 가격 등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5억 3,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업체인 이들 4개 사는 국내 입찰 시장에서 가격하락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고자 약 10여년 동안 투찰 가격, 거래 물량 등을 담합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전체 제강사의 입찰 물량을 사전에 일정 비율(합의된 비율, 디비메탈 34.5%, 심팩 30.0%, 동일산업 24.5%, 태경산업 11.0%)대로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입찰 후에는 그 비율대로 상호 간에 물량을 나눠 공급함으로써 비교적 오랜 기간 실질적인 경쟁 없이 각 사가 안정적으로 공급량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담합한 업체 4곳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의 비정상적인 원료 구매행태가 언급되고, 이들 대형 철강사들은 통상적인 입찰방식과는 다른 계약 가격과 물량 결정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일부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무늬만 입찰 같다”느니 “구매 카르텔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입찰의 형식이지만 포스코의 계약 단가를 기준으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소 제강사 등 규모 순으로 망간합금철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 현대제철의 2014년 계약 단가는 포스코 계약 단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특정 품목은 약 1달러 차이에 불과했다. 심사과정에서도 중소 제강사의 계약 단가가 포스코, 현대제철의 계약 단가를 추종한 점을 인정하였다고 알려졌다.

일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망간합금철 생산기업 4곳의 담합 행위에 대한 최종 과징금 부과율을 애초 심사보고서 조치 의견에서 제시했던 관련 매출액 대비 7%보다 크게 낮춘 2%로 확정했다고 한다. 당초 공정위는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이들 기업이 ‘생존형 담합’인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대폭 경감했다느니, 발주처 특히 포스코의 구매 입찰방식이 비정상적인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등의 후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망간합금철 4사는 2009년 12월~2019년 6월 국내 10개 제강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YK스틸, 한국철강, 대한제강, 한국특수형강, 태웅, 두산중공업)가 실시한 165회의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투찰 가격, 거래 물량 등을 합의했다. 합의 이전인 2007년~2008년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에 망간합금철 수입량이 증대되고 저렴한 수입(인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제품이 국내시장에 늘어나게 되었다.

실상이 이러한데 2009년 9월 포스코가 ‘포스하이메탈’을 설립하여 페로망간 등의 망간합금철을 생산하게 되자,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공급사 간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이에 4개 망간합금철 제조사들은 상호 간의 경쟁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방지하고 각 사의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 사건 담합을 한 배경으로 설명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공정위 의결 이후 담합 4사에 “과징금의 약 50%를 포스코 피해 금액으로 추산한다”며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에 포스코는 이 사건 입찰 등이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담합이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자칫 진실게임으로 갈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업무처리 관행에서 서면 등 직접증거 또는 녹취 등 간접증거, 그리고 관련 정황증거를 명확하게 확보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 그래야 억울함이 없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든지 간에 이번에 담합으로 제재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이유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업무 관행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지금 우리 회사가 수행하는 제반 활동들이 법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수행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법령에 적합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이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결연함으로 관련 전문가와의 진솔한 상담이나 자문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혹여 문제가 있다고 진단된다면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번 사례와 같이 주어진 사업환경 아래 자발을 위장한 강요된 내용의 위법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법에 따른 제재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를 떨쳐낼 수 있는 선행 및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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