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의 미디어 비평] 언론의 위기, 전문성 강화가 해법이다
[김서중의 미디어 비평] 언론의 위기, 전문성 강화가 해법이다
  • 김서중
  • 승인 2020.10.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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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소비자인 수용자가 언론이 생산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기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직접 접하는 수용자가 줄어들고 이는 언론사의 수지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언론이 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언론사를 멀리할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언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언론 자체는 이전보다 훨씬 불신하기 때문이다. 언론 불신은 언론의 의도적 왜곡(정파적 행동)과 언론의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공기(公器)인 언론의 힘을 사유화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차치하고, 언론 콘텐츠가 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받을까? 인터넷이 발달하고 인터넷 바다에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전문적인 정보, 전문가들의 의견에 직접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웬만한 언론의 기사는 수용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는 환경이 됐다. 언론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전문적인 정보나 지식에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그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성도 커졌다. 그래서 검증이 기본인 언론의 존재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언론은 불신의 대상이다. 수용자들은 과거와 달리 언론의 오보를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어 언론을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다. 또 언론 불신을 선동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수용자의 생각과 언론 보도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재고하기보다는 언론을 공격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언론의 존재 자체가 힘든 환경이다.

그렇다고 외부 탓만 할까. 사실 언론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지금 대다수의 언론 기사는 취재가 부족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쓴 글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기사가 취재원의 말을 인용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인용으로 끝난다. 취재원을 ‘취재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취재원의 말을 검증하지 않은 인용은 취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심지어는 전문가나 주요 관련자도 아닌 댓글만으로 기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수용자가 그런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을 신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취재를 통해 검증하고 전문적인 식견으로 해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사회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종합지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전문 기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그런 의미에서 좁지만 전문 분야만을 취재하는 전문지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 전문 매체의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연차가 짧더라도 비록 사계의 전문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집중했던 전문 취재 분야에서 만난 전문가 중 옥석을 구별할 수 있고 취재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매체들은 일반 종합 매체에 비해 규모가 작고 영향력이 약해 그 분야 취재원들과 밀착하거나 취재원들의 요구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모 인터넷 경제 신문사 대표는 삼성그룹의 간부가 삼성반도체 피해자 관련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을 다룬 기사에 서운함을 표시하자 기사 삭제를 지시하고, 언론사 간부가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그 동안 보내준 애정에 감사한다고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정 취재원과 밀착할 수밖에 없는 언론 특히 전문 언론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실이 아닐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라이오넬 바버가 강연에서 민감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거대한 홍보업계의 압력을 언론의 경쟁력을 위태롭게 하는 첫째 위험 요소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수용자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언론이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언론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인터내셔널 미디어 컨설팅 그룹’이 발간한 ‘신문의 혁신 2019’에서 강조한 핵심도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이 해법이라는 것이었다. 소신과 전문성을 가지고 외부의 압력을 극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전문 매체들이 더욱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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