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의 미디어 비평] 좋은 언론은 좋은 소비가 만든다
[김서중의 미디어 비평] 좋은 언론은 좋은 소비가 만든다
  • 김서중
  • 승인 2020.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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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

지금은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는 게 전혀 낯설지 않은 시절이 됐다. 클릭 장사를 하는 많은 언론과 언론의 영향력을 악용하는 일부 정파적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그런 현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의 문제점을 간명하게 지적하려 '기레기'라는 말을 쓸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언론 자체를 혐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비판하는 것과 언론을 혐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 못지않게 쉽게 폄하할 수 있는 영역이 정치권이다. 사실 언론은 정치권 비판을 넘어 비난하는 기사를 정말 많이 내보낸다. 언론이 정치권을 혐오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언론의 본질을 다하는 것일까?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는 대표적인 언론의 잘못된 보도이다. 우리가 정치권을 혐오하던 아니던 정치 현상은 존재하는 것이고, 정치인은 시민의 감시가 적을수록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하기 쉬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정치가 문제가 있으면 정치를 혐오하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두 눈 부릅뜨고 정치를 감시하고 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시민의 노력으로 정치 행위를 바로 잡는 게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언론을 혐오하여 멀리하면 언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자극적인 언론, 선동하는 언론, 정파적인 언론 등이 그런 언론들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결합하여 독버섯처럼 기생할 것이다. 언론이 나아지려면 언론의 잘잘못을 따져 비판해야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옥석을 가려 좋은 언론을 선택하려는 시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도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선택 받아야 생존이 가능한 존재다. 정파적인 시민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쓰레기 같은 기사,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반면, 각성한 시민들은 언론을 혐오하여 언론 자체를 멀리하면 좋은 기사, 좋은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언론이 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레기'가 득세할 것이다.

혹자는 도대체 볼만한 기사나 프로그램이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과거 언론이 엄혹한 독재 정권 밑에서 나팔수 구실을 할 때도 행간을 읽을 수 있는 기사로 여론을 전달하려 노력했고, 제도권 언론이 못한 언론의 기능을 저항적 언론들이 수행했다. 1980년대 5공 정권 당시 발간하면 압수, 구속 등의 탄압을 받았던 월간 이라는 잡지가 대표적 예이다. 좀 과장하면 의 보도지침 폭로 기사가 없었다면 1987년 민주화가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5공 정권보다 자유로운 지금, 비록 한편에서는 상업화·권력화 된 언론의 반사회적 행태가 존재하더라도, 』지와 같은 좋은 언론, 좋은 기사가 없을 리 없다. 각성한 시민의 적극적인 소비 행태가 사라졌을 뿐이다. 좋은 기사, 프로그램을 찾는 한 가지 요령은 각종 기관, 각종 단체에서 선정하는 좋은 기사,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진흙 속의 진주 같은 기사나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걸리는 기사들만 소비하는 행태로는 좋은 기사, 좋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함을 알기는 어렵다.

참고삼아 소개하면 전문가 단체인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이 매달, 매년 선정한 좋은 기사, 프로그램들이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시민언론운동단체도 매달, 매년 좋은 기사,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상을 준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협회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선정 시상한다. 상이란 경쟁이니 비록 수상하지 못했지만 여기에 후보로 올라 간 기사, 프로그램도 주옥같다. 이들 단체나 기관의 누리집을 찾아 좋은 기사, 프로그램을 검색하려는 적극적인 시민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좋은 언론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좋은 언론이 생존하려면 옥석을 가려 좋은 언론을 소비하는 시민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 김서중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신문학과 박사

現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자율학부 교수
現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KBS 이사회 이사(2015~2018), 제28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2014), 제15대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2013),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2007),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2005), 언론중재위원회 위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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