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의 중국철강 이야기] 중국 철강재 가격 등락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홍식의 중국철강 이야기] 중국 철강재 가격 등락을 어떻게 봐야 할까?
  • 김홍식
  • 승인 2024.01.19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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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철강재 내수 가격 추이를 보면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올 들어 중국 열연 내수 가격은 2일 톤당 4180위안(상해 유통가 기준)에서 15일 3920위안으로 260위안(6.6%)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철근은 톤당 4000위안에서 4110위안으로 110위안(2.7%) 올랐다. 철근 수요가 좋아서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다. 일종의 기술적 반등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관심사는 이같은 변화가 우리나라 수급 및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철강재 가격 변동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 보겠다. [편집자 주]  

철강재 가격, 왜 등락을 반복할까?

자료=CUMIC
자료=CUMIC

근본적 이유는 경기부진 때문이다. 특히 건설경기가 문제다. 상위 100대 건설사의 절반 이상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건물을 완공했지만 입주하지 못하는 공실(空室)이 무려 1억2000만 채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같은 건설경기 부진의 본질은 '공동부유' 때문이다. 빈부격차 심화, 부패 문제, 인구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꺼내든 카드가 '진정한 공산주의 국가로 회귀'다. 이 말은 부동산과 주택문제도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두 번째 이유는 메이커의 가격 인상 노력 때문이다. 물론 희망 사항이다. 중국 철강 트레이딩 서비스업체 CUMIC에 따르면 1월 중순 현재 고로사들은 톤당 100위안 전후의 적자를 내고 있고, 전기로 업체는 150위안 전후 적자다. 즉, 그만큼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뜻이며, 할 수만 있다면 가격을 올리려 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유통상들의 봄철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 경제정책은 3월 양회에서 결정난다. 또 최근 몇 년간 경기 활성화 정책이 계속되다 보니 유통은 연초부터 성수기에 대비한 사재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러한 구매패턴도 변화가 생겼다. 불안감 때문에 재고 비축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중 재고는 증가세다. 불안심리는 선물시장에서 잘 나타난다. 가격 등락은 차치하고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연내 회복 가능할까?

자료=CCEF, 뉴스핌
자료=CCEF, 뉴스핌

전적으로 건설경기에 달려있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 뿐만이 아니다. 지방정부 부채, 청년실업,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이후 수출 부진 등 산적한 문제가 너무 많다.

혹자는 '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에 나설경우 연내 경기가 살아나고, 철강 수요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에 이어 올해도 1조 위안(한화 약 185조 원)의 자금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내 회복은 힘들어 보인다. 지금의 위기는 체질 개선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다. 성장 구조를 근간부터 바꿔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대출금리를 낮추고, 각종 세금 혜택을 부여하거나 연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정부 주도 대규모 인프라를 진행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은 미국과 패권경쟁에 대비한 데이터센터, 5G기지, 양자물리학, 반도체, 바이오 등 이른바 '신형 인프라'다. 철강재 소비가 많았던 공항과 항만, 도로, 주택건설 등 전통 인프라 투자는 계획 대비 90%가 완료된 상태다.

또 대출금리를 인하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개인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대신 저축률은 사상 최대다. 이 말은 지금 정책이 과거와 같이 철강 수요 견인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 역시 지금 경제가 어렵고,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잘 알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민들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반부패와 대만 문제다.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 '수출'

정리=페로타임즈

철강 수요는 경제가 살아야 늘어난다. 따라서 지금의 수요 부진을 만회하려면 감산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노후 설비 폐쇄 조치를 통해 2억4000만톤을 감축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전기로 증설과 '이구환신(以舊換新 :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한다는 뜻. STS와 특수강 설비 증설 원인을 제공했다)' 등을 감안하면 전체 생산능력은 오히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봄철 황사가 시작되면 중국 정부는 북방 제조업 공장 가동 중단 및 운송 제한을 다시 시작하겠지만 전체 생산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남방 지역, 특히 동남부에 대규모 설비들이 있고, 이들 지역이 감산하는 양보다 전체 생산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올해 철강재 수요는 9억 톤 전후가 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가격은 선물시장을 필두로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일단 분기점은 3월 양회다.

그러면 중국 철강업체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저가(低價) 수출이다. 이미 지난해 중국의 철강재 수출은 9026만 톤으로 전년 대비 36.2%나 급증했다. 2016년 이후 최대치다. 무역과 관련해서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산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된 1554만9000톤 중에서 중국산은 872만8000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56.1%를 차지했다. 지금과 같은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중국의 수출은 1억 톤을 넘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중국산 철강재와 사투(死鬪)를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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