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신뢰지수의 위협, 쿼바디스?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신뢰지수의 위협, 쿼바디스?
  • 김진혁
  • 승인 2023.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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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한국사회의 신뢰 지수는 세계 하위권에 머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 레가툼 번영지수’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167개국 가운데 107위로 개인·사회 신뢰가 매우 낮다.

레가툼 번영지수는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 번영지수인데, 주로 사회적 자본·안전안보·경제 등 아홉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매년 각국의 순위를 매긴다. 이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29위로 상위권이지만, 신뢰지수는 동아시아-태평양 국가 18개 나라 중에서 15위로 하위권이다. 이 사실에 한경연은 “사회적 신뢰가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통계청의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기관은 지방자치단체(58.8%), 군대(53.8%), 중앙정부(50.0%), 경찰(49.6%), 법원(47.7%), 검찰(45.1%), 국회(24.1%) 순이었다.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국회의 각성이 요구된다.

우리 세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생활이다. 신뢰는 삶의 최소단위로 사람과 조직, 국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행복하기 어렵다. 신뢰는 유리거울처럼 한 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가기가 힘들 정도로 중요하다. 오죽하면 “신뢰를 잃은 사람은 세상에서 죽은 사람과 같다”, “신뢰는 성공의 제일 비결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늘날 디지털 정보의 바다 속에 빠져 살고 있다. 제도나 지도자의 잘못이 드러나면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신뢰를 잃고 회복불능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22 세계 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한국은 146개국 중 59위였다. 핀란드가 1위를 유지한 가장 큰 요인은 신뢰사회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인은 정직하며, 타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루오테타부스(Luotettavuus), 즉 믿음 또는 신뢰성이다.

신뢰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 주는 다리다. 신뢰는 미지의 대상과의 믿고 의지하는 관계의 편안함이다. 행복의 크기는 인간관계, 건강, 여가생활 수준 등으로 결정된다. 이 요소의 근저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과연 우리의 신뢰지수 쿼바디스는? 쿼바디스(Quo vadis)란 “어디로 가시나이까?”이다. 폭군 네로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베드로에게 예수가 나타난다. 베드로가 “쿼바디스 도미네?”라 묻자 예수는 “로마로 돌아가 형제들을 구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또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에 가리라”고 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다. 누구를 신뢰하고 신뢰를 받을 시스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 자신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수의 의견이나 상대방의 의견이라고 무조건 동의하고 공유하기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찰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는 잘못된 것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로 사과하기가 어렵다. 사과한다고 인격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흔쾌한 사과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인간은 믿음에 따라 행동을 바꾸기보단 행동에 따라 믿음이 존재한다. 조직의 CEO나 리더들이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지향점은 신뢰다.

“우리를 완전히 신뢰한 사람들은 그들도 우리의 신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 추론은 잘못된 것으로, 선물에는 권리가 없다.” - 프레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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