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퍼비딘’은 두려움 모르는 무모한 군인 만들뿐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퍼비딘’은 두려움 모르는 무모한 군인 만들뿐
  • 김해은
  • 승인 2021.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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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법률가 보다는 생각의 원리 이해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대한의사협회 정책자문위원)

독일의 장군 만슈타인은 자신이 고안한 프랑스 침공 작전계획을 설명하였고 이를 경청한 히틀러는 바로 자신이 원하던 작전이었다고 적극 찬동하며 그의 ‘낫질 작전’을 전격적으로 채택하였다. 1940년 5월10일 독일의 공병대가 비밀리에 닦아 놓은 아르덴 숲의 도로와 교량을 통해 독일의 기갑부대가 진격했고 독일군은 놀라운 속도로 적진을 돌파하여 독일 A집단군이 프랑스, 영국군 주력의 배후를 차단하자 그것으로 사실상 프랑스 전역은 독일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만슈타인은 그가 지휘하는 독일군 38군단을 이끌고 최초로 센강을 건너 파리로 입성하였다. 이후 그는 뛰어난 전략과 전투력을 인정받아 중장으로 진급하였고 뛰어난 전략적 안목을 가진 야전 지휘관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프랑스를 침공하기 전에 독일군은 3500만개의 복용약제 퍼비딘을 준비했다. 템러가 개발한 퍼비딘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장거리 운전사나 철도기관사는 졸음을 피하기 위하여 약을 먹었고 수술 중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피하려고 의사들도 퍼비딘을 복용하였다. 퍼비딘은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이고 무모할 만큼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수면 욕구가 줄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식욕과 갈증도 줄여 전투에서 무적의 용사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전략 요충지 스당을 점령하기 위해 3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하였다. 두려움도 피로도 모르는 최강의 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퍼비딘은 지금은 마약으로 분류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다. 우리에게 행복감과 자신감을 선사한 신비의 약을 마약으로 분류하여 복용을 엄격하게 금지한 이유는 사회적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과도한 각성작용으로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는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독 증상은 그 약이 없으면 정상적인 일상적 삶이 불가능해지며 약에 의존하게 된다. 마약은 중추신경의 전달물질 도파민을 대량으로 분비시켜 흥분이 극에 달하게 만든다 고갈이 되면 반대되는 증상 즉 불안, 초조, 두려움이 고통이 되어 엄습한다. 자신의 의지로 남용과 탐닉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약물을 마약으로 분류한다. 암성통증, 동맥의 폐쇄로 유발되는 일반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처방한다. 약물 의존도를 높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정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 지나간 과거는 설명이 가능한 코스모스의 세계이지만 다가올 미래는 사소한 변수로 혼돈에 빠지기 쉬운 카오스의 세계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와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대부분이 오류로 판정되고 소수의 것만 취사선택되어 지식과 경험으로 정리된다. 정부는 불행한 개인이 약물을 이용하여 행복의 세계로 가고 싶은 자유를 제한하고 범죄자로 사회의 낙인을 찍는다. 가상의 세계에서 약물로 얻어지는 행복감이 최고의 경지일지라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사회적인 유대감과 공감성이 없는 행복은 타인에게는 극심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쾌락보다 의미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과학시대의 최고의 선물인 가상세계의 감각적 쾌락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나치의 약물로 만들어진 거짓 용기는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량의 학살을 저지르고도 자신들이 옳다고 여겼다. 두려움을 모르는 무모한 군인은 죽음을 피할 수 없어 살아남지 못한다. 죽음의 공포로 극도로 불안한 군인도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역시 살아남지 못한다. 용맹한 군인은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무모한 군인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과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자신을 믿는 군인이다.

현대철학과 사회과학은 새로운 물질의 발견과 상품개발을 유도하지 못한다. 물질문명의 선도적 입장이 되지 못하고 현상을 해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물질문명과 새로운 상품개발이 선진사회로 가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욕망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었다고 축제 분위기이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부유함을 공감하지 못한다. 정치인과 법률가들이 선도하는 시대를 넘어 생각의 원리를 이해하는 분야의 리더가 문명을 주도하는 세상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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