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강 시황 호조는 예상치 못한 측면이 있다. 약 6억톤에 달하는 생산능력 과잉으로 세계적 공급초과 현상이 계속돼왔고 이를 쉽사리 해소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팬데믹 현상은 2020년 세계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4%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크게 위축시켰다. 철강산업도 2020년에는 감산과 판매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고 철강시황의 극단적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감이 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의 재정투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국의 예상 밖 호조로 세계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위축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철강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생산 탄력성이 극히 낮은 철강산업의 특성상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철강수요 증가는 세계 공급량 감소로 수급불균형을 심화시켜 세계 철강재 가격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철근, 열연강판 등 주요 품목의 공급부족으로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등 전혀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국내 생산업체들이 비교적 감산 없이 팬데믹 상황을 극복해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지 않았지만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중국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수입이 크게 줄면서 공급부족과 함께 주요 품목인 열연강판과 철근이 톤당 13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호황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 번째는 우선 이번 시황 호조가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황금기’가 여름철 비수기를 지나 3분기 이후에는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3분기 이후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수급 상황이 일시적으로 바뀌었지만 세계 철강산업의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인 구조가 변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종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산업의 쌀’이라 일컬어지는 철강재의 공급을 해외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품목에 따라 국내 시장의 거의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커진 것이 중국산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공급부족을 더욱 재촉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에 대한 수출량을 크게 줄였을 뿐만 아니라 국산 이상의 더욱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저가를 무기로 삼던 중국산 철강재가 현재 오히려 국산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졌다. 이를 사용하는 수요산업의 생산 활동을 저해하고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 번째로 이러한 문제들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철강산업의 생산판매 시스템을 보다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함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양보다는 원가 중심의 생산판매 시스템을 구축, 운용해 왔다. 이번에 상황이 급변해도 쉽사리 저원가 조업시스템에서 최대 생산체제로의 변화는 쉽지 않았다. 결국 공급부족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진 이유다. 차제에 이러한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산판매 시스템 구축에 대한 연구와 실행을 적극 준비하는 것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현재 철강산업이 당면한 최대 과제들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의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또 극단적으로 탄소중립 철강재만 사용하겠다는 수요자단체 ‘스틸 제로’ 탄생이 시사하듯 탄소중립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저탄소 배출 공정인 전기로 증설로 인한 철스크랩 확보와 궁극적인 해결방안인 수소환원제철법 개발과 상용화가 과제다. 또 전자상거래(플랫폼)의 확산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러한 중장기적인 과제들에 철강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함은 물론 유연 생산판매 시스템 구축이 현재 우리 철강금속업계에 주어진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