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⑪] 진정한 제국, 로마 번성의 원동력 '철(鐵)'
[철강과 인문학⑪] 진정한 제국, 로마 번성의 원동력 '철(鐵)'
  • 정하영
  • 승인 2020.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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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지중해 주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철로 무장한 우월한 군사력을 갖추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부 유럽에서 아프리카 북부, 소아시아, 브리튼 섬에 이르는 대제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전성기 로마제국(서기 117년)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전성기 로마제국(서기 117년)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히타이트의 쇠락 이후 페니키아인이 전하고 그리스가 발전시킨 철기문명은 로마에서 꽃피워졌다. 로마 성공의 역사는 포에니 전쟁부터다. 카르타고와 3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은 본격적인 철과 철의 전쟁이자 로마제국 번성의 기점이었다.

기원전 800년 경 지중해 남쪽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페니키아인이 원주민인 베르베르인과 함께 세운 도시국가 카르타고는 철제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히타이트 멸망 후 철과 대장장이를 지중해로 전파한 장본인이 페니키아인들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에 맞선 로마 역시 철기국가였다. 로마제국의 근거지인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서북부 코르시카 사이에 엘바 섬이 있다. 엘바 섬은 나폴레옹으로 유명한 섬이다. 나폴레옹은 1814년 엘바 섬의 ‘포르토페라이오’라는 항구 도시로 유배된다.

그런데 ‘엘바(Elba)’의 고대 그리스식 이름은 ‘아이탈레(Aithale)’인데 ‘검댕이가 낀’이라는 뜻이다. 또 ‘포르토페라이오(Portoferraio)’는 이탈리아어로 ‘철의 항구’라는 뜻이다. 실제로 엘바 섬은 로마 시대의 대표적 철광석 산지였다. 특히 철 함유율 60%가 넘는 고품질 철광산이었다.

로마는 포에니 전쟁이 한창일 때 엘바 섬을 차지한다. 당시 엘바 섬에는 에트루리아인이 철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기원전 9세기경에 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엘바 섬을 점령한 로마는 에트루리아인을 핍박하기는커녕 시민으로 대우했다. 로마 번성의 큰 원동력인 ‘통합의 힘’을 발휘해 오랫동안 철 관련 기술을 축적해온 에트루리아인들을 최대한 활용한 것은 물론이다.

결국 로마는 엘바 섬의 철을 교두보로 카르타고에 승리하고 지중해 패권을 차지해 제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후에도 로마는 철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유럽 각지에 철광산을 개발했다.

로마제국과 엘바 섬의 철광산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로마제국과 엘바 섬의 철광산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로마제국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중부는 철광석이 풍부한 곳이 아니었다. 제국 초기 이탈리아반도 북부 갈리아치살피나(알프스산맥 남쪽 및 동쪽 지역)와 투스카니, 이탈리아 반도 서쪽의 엘바 섬과 사르디니아 섬에서 철광석을 채취했다. 포에니 전쟁 승리 이후에는 갈리아트란살피나(프랑스 남부 지역)와 이베리아 반도로 뻗어나갔는데 모두 철광석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브리타니아, 다키아, 노리쿰도 마찬가지였다.

철광석은 ‘철의 가도’라 불리는 카이사르가 만든 교통망을 따라 로마의 주요 도시로 운송되고 철기로 재탄생했다. 로마는 철과 함께 융성한 제국이었다.

로마의 철 생산은 당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아일랜드의 고대사학자 라울 맥로린이 2010년 출간한 ‘로마와 원동(遠東)’에 따르면, 로마의 철 생산은 매년 1인당 1.5㎏, 제국 전체로 8만톤에 달했다. 이는 당시 동방의 제국이었던 한(漢)나라의 16배에 이른다.

철제 무기와 갑옷, 투구로 무장한 로마군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철제 무기와 갑옷, 투구로 무장한 로마군 재현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한편 로마 병사들은 철로 만든 투구와 방패로 무장했다. 라틴어에서 ‘칼’을 의미하는 ‘글라디우스(Gladius)’라 불린 그들의 검은 벨 수 있는 기능뿐만 아니라 찌를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이 검은 적들의 검보다 훨씬 우수했다. 길이 약 56㎝의 양날 검으로 육박전에서 아주 유리했다.

또한 로마군은 장창(長槍) 대신 투창(投槍)을 주로 사용했는데 투창의 끝이 바로 ‘글라디우스’였다. 로마군대의 오랜 성공적인 역사는 그들이 전장(戰場)에서의 요구에 부응해 무기와 전투방식을 지속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더불어 로마제국의 군사력을 떠받친 중요 물적 토대로서 제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했던 철을 빼놓을 수 없다. 제국이 존속했던 내내 로마인들은 철을 아주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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