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⑦] 전투 방식 변화 · 전쟁 승패 좌우한 철…인류 역사를 만들다
[철강과 인문학⑦] 전투 방식 변화 · 전쟁 승패 좌우한 철…인류 역사를 만들다
  • 정하영
  • 승인 2020.03.12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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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생산 증가 본격적인 철의 혜택 시작…신의 소재에서 사람 속으로
최대 강점 '강인함' 살린 도구 무기(武器)…전투 방식과 전술 변화
히타이트 철 사용한 '전차'로 이집트와 카데쉬 전투에서 실질적 승리
'전투의 민주화' 등 철제 무기 전쟁 승패 좌우…인류 역사 '좌지우지'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카데쉬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철제 전차와 목제 전차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카데쉬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철제 전차와 목제 전차

히타이트 인들에 의해 철 생산량은 크게 늘어났고 인류 최초의 철기문명이라는 명예를 얻게 된다.

철의 지위는 떨어진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철의 혜택을 입게 된다. 신의 소재(素材)에서 드디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금속, 철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철의 가장 큰 장점, 매력은 ‘강인함’이다. 그 강인함을 최대한 살린 도구가 바로 무기(武器)다. 생산량이 늘어난 철은 대부분 무기를 만드는데 쓰였다. 히타이트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우수한 철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제 무기는 기존의 전투 방식과 전술을 변화시켰다.

첫 번째는 ‘전차’의 개량이다. 히타이트 건국 당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차’였다. 전차는 중앙아시아에서 기원전 2000년경 처음 등장해 메소포타미아로 전해졌다. 전차 군단이 등장하자 보병은 크게 약화되고 만다. 말이 끄는 전차는 기동력이 뛰어나고 궁수를 여러 명 태울 수 있어 공격력이 뛰어났다. 전차 부대가 보병 부대 주위를 빙빙 돌며 진영을 흐트러뜨리고 궁수들이 화살을 쏟아 부어 대량 살상이 가능했다. 전차 보유 여부, 과다가 승패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히타이트 인들은 철을 사용하여 기존의 전차를 대대적으로 개량하는데 성공한다. 더 빠른 전차, 더 많은 궁수(弓手)가 탈 수 있는 전차를 개발해냈다.

구약성서 『사사기』 4장에 ‘전차’가 나타난다. 기원전 12세기 가나안 왕 야빈 아래에 있던 지휘관 시스라는 철로 만든 전차 900대와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나온다. 900대나 되는 전차를 어떻게 확보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당시 상황을 미뤄 보건대 히타이트 인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철과 전차를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은 히타이트 인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철로 만든 전차는 구조 대부분이 철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 생산량이 늘었어도 많은 전차를 모두 철로 만들기에는 부족하였을 것이고 또 전차 무게를 고려할 때 바퀴 테와 축, 그리고 발판 일부만 철로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철제 전차는 당시만 해도 엄청난 혁신이었다. 구조적 강도 향상은 궁수 1~2명을 더 태워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이제 전차가 아니라 철제 전차 보유 여부, 과다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최초의 제국 히타이트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철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 보병까지 철제 무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전차군단이 승패를 좌우했지만 아직까지 전차는 소수 권력자들의 독점물이었다. 철제 무기도 이들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철 생산량이 늘어 철제 무기를 일반 병사들까지, 보병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철제 무기로 무장한 보병들이 이제 전차와의 전투가 가능해진 것이다. 철 방패로 화살을 막고 근접해 창이나 철검으로 전차 위 병사들을 공격했다. 게다가 일부 보병이 말을 타고 기병이 되자 전차의 위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철제 전차를 가진 귀족들에게 절대 유리했던 전투가 철제 무기 확산으로 다시 평민 출신 군인들로 중요성이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전투의 민주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제 무기는 전투의 양상과 방식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전쟁은 인류 역사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Turning Point)이다. 결국 철이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것이다.

바다 민족의 이동 (히타이트 제국 멸망시킴)
바다 민족의 이동 (히타이트 제국 멸망시킴)

히타이트는 이를 입증한 대표적인 국가다. 하지만 서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그들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원전 12세기경 고대 그리스인의 한 계통인 도리아 인이 발칸반도로 남하해 왔다. 도리아 인에게 밀려난 원주민인 프리기아 인이 소아시아 반도로 쳐들어왔고 이들에 의해 기원전 1190년경 히타이트의 수도 하투사가 함락된다. 히타이트는 이후 수백 년 동안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기원전 8세기 무렵 앗시리아 왕 사르곤 2세에게 완전히 멸망당한다.

철의 제국 히타이트는 멸망했지만 오히려 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그들의 높은 철 생산 기술이 세계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해 철의 영향력 역시 더욱 넓고, 크게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철과 인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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