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⑯] 전쟁&무기(1) 인류 '전쟁의 역사' 승패를 좌우한 철제무기
[철강과 인문학⑯] 전쟁&무기(1) 인류 '전쟁의 역사' 승패를 좌우한 철제무기
  • 정하영
  • 승인 2020.12.0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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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초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쟁의 역사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많은 무기를 만들었다. 막강한 무기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무력이 강한 집단은 문명도 발전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무력은 곧 경제력이자 문명과도 비례했다.

히타이트의 철제 전차  ( 출처 = 페로타임즈DB, Livius.org )
히타이트의 철제 전차 ( 출처 = 페로타임즈DB, Livius.org )

돌멩이, 나뭇가지부터 시작한 무기는 청동 무기를 거쳐 철제 무기를 만들어냈다. 철의 우수한 성능은 무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히타이트가 인류 최초의 제국(帝國)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철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의 전쟁으로 유명한 카데시 전투에서 실질적으로 히타이트가 승리한 이유는 철제 전차였다. 로마 쇠퇴의 기점은 고트족과의 아드리아노플 전투에서의 대패였다. 황제인 발렌스는 물론 주요 지휘관이 모두 전사했다. 고트족은 훈족의 압박으로 서쪽으로 밀려났고 로마와의 전쟁이 불가피했다.

아틸라 대왕 시절의 훈족의 세력 확장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아틸라 대왕 시절의 훈족의 세력 확장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훈족에게서 배운 등자(鐙子, 말안장에 매달아 발을 걸치게 해두는 승마기구)를 매달아 가능해진 기마술(騎馬術)은 로마기병을 압도했다. 등자에 발을 고정시키고 창과 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고트족 기병에 로마병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창을 든 로마 기병은 적을 향해 창을 찌르는 순간 그 충격으로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창을 놓아야 했다. 활을 쏠 때도 한쪽 팔로 고삐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고트족 기병은 등자 덕분에 두 손이 모두 자유로웠다.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철 조각, 등자의 등장이 로마제국의 운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이다.

등자를 사용해 전투에 나선 고트족 기병 재현 모습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등자를 사용해 전투에 나선 고트족 기병 재현 모습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원시시대 이래 전쟁의 승패는 철을 누가 많이, 그리고 얼마나 우수한 특성의 철을 사용한 무기를 보유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잘 사용했는가에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의 성능이 향상되고 새로운 가공 기술의 발달로 무기의 성능은 점점 더 향상되었고 새로운 무기가 출현하여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조그만 화살촉에서 시작한 철제 무기는 창, 검을 거쳐 화약과 결합하면서 총, 대포로 발전했다. 철제 전차는 군함, 잠수함, 항공모함, 탱크, 전투기, 폭격기를 거쳐 미사일, 대륙간 탄도탄으로 진화했다. 이 진화가 전쟁의 우열을 결정했다. 권력자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철(製鐵)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성능이 우수한 철강재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게 했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전쟁의 역사는 철의 역사였다. 미국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는 “전쟁은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실제 싸움으로 정의할 때, 과거 3400여년 가운데 인류가 완전한 평화를 누린 해는 268년, 즉 전체 역사의 8%에 불과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쟁 사학자 리처드 가브리엘과 카렌 메츠가 1992년 출간한 “전쟁 약사 – 전쟁과 무기의 진화”에 따르면 기원전 1500년에서 기원후 100년까지의 기간은 인간의 생존과 사회의 진화와 관련해 여러 측면에서 진정한 혁명이 발생했던 시기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전쟁 수행 방법에서 혁명적인 발전이 일어난 것도 이 기간이었다. 이 시기에 인류는 크고 복잡한 사회에 맞춰 사회구조를 가다듬었다. 그런 가운데 새롭고 더 파괴적인 형태의 전쟁을 발생시켰으며 온갖 무기의 원형을 생산했다.

철기시대 전쟁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철기시대 전쟁 ( 출처 = 페로타임즈DB, 위키미디어 )

전 포스코 회장 권오준 박사는 저서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에서 전쟁의 성격과 사용된 무기를 기준으로 인류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제1기는 원시시대부터 화약이 발명될 때까지로 전투원의 육체적 힘이 주체가 되고 무기는 그것을 보완하는 구실을 했다. 돌·청동·철 등으로 만든 칼, 창, 도끼, 투창, 노궁 등이 사용됐다. 제2기는 화약 발명부터 19세기 말까지로 화약의 힘으로 탄알을 날리는 총포류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총포를 사용한 전투는 1346년 크레시전투였다. 제3기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말까지의 시기다. 전쟁의 성격이 국가 총력전으로 바뀌고 무대는 세계로 확대됐다. 무기의 발달이 획기적으로 이뤄져 비행기와 비행선, 전차(탱크), 잠수함이 등장했다. 레이더나 소나 등 전자무기와 미사일이 등장했다. 제4기는 제2차 세계대전 말 원자폭탄 출현에서 현재까지다. 전략무기의 출현과 항공기의 급진적 발전으로 전쟁의 양상을 일변시키고 군비와 무기체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원자폭탄, 수소폭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실전 배치된다. 원자력 잠수함, 우주무기 개발로 군사위성의 실용화, 고출력 레이저, 입자빔과 같은 무기가 도입된다.

다음호부터 몇 차례에 걸쳐 전쟁과 무기, 특히 철제 무기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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