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동맥경화에 걸린 철강유통 '메이커 의존도 낮춰야'
[페로칼럼] 동맥경화에 걸린 철강유통 '메이커 의존도 낮춰야'
  • 김종혁
  • 승인 2020.02.0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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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타임즈 김종혁 국장
페로타임즈 김종혁 국장

요즘 철강 유통 시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판매는 최악이고,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 돼 버렸다. 개선 기대감이 바닥인 현실에서는 손실이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유통 기업들은 1년 이상 계속된 침체로 체력이 바닥났다. 업계는 올해를 어떻게 견뎌낼지 벌써부터 깊은 한숨을 내쉰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메이커들 사정도 여의치 않다. 철광석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작년 4분기 실적 추락의 뜨거운 맛을 본 탓에 원가부담 해소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이커들은 올 초부터 철강재 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었다.

유통업계가 실수요 업체들에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자니 이마저도 시장이 받아주지 않는다. 실수요 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난색을 드러낸다. 자금회전이라도 하려면 손실을 떠안을 각오가 필요하다. 유통업계는 이들 사이에서 ‘넛크래커’ 신세다.

금융권 자금 조달 환경은 녹록치 않다. 작년 매출은 적어도 30% 급감했고, 이익은 적자를 오간다. 철강업체는 금융권에서 기피 대상이다. 유통 기업들은 안팎으로 돈 줄이 마르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돈맥경화’에 걸렸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주머니를 옥죄는 독약으로 돌아온다.

대형 유통사들의 부도는 충격을 더한다. 철강 메이커는 물론 금융권, 실수요 업체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보니 피해금액은 시장에 폭탄으로 떨어진다. 고의적인 부도는 의욕마저 앗아간다.

시장 거래는 자연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인상 명분은 분명하지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유통업계는 메이커들의 가격 인상에 공감한다. 필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개선 기대감은 낮고, 자금압박은 심한 상태여서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철강 메이커들이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철강 유통은 메이커로부터 실수요를 연결하는 시장의 혈관과도 같다. 유통이 동맥경화에 걸리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유통체계가 무너지면 메이커들의 매출과 이익 등의 실적에도 치명적이다.

가격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현재다. 철근 유통 가격은 61만원으로, 연초부터 5만원 이상 올랐다. 열연은 앞서 작년 12월 상승을 시작해 올 초 65만원까지 회복됐다.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철근은 다시 6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열연도 2주를 가지 못하고 약세로 전환됐다. 판매점 대리점 등 유통업계가 2월 인상을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 반영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메이커들이 인상을 강행하면 표면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유통은 멍들고, 그 부작용은 겉잡을 없는 사태로 번질 위험이 크다.

유통업계에서는 메이커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가격 결정의 주도권이 대기업에 전적으로 기울어 있는 한국의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거래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 한정된 수요 시장을 놓고 벌이는 출혈경쟁은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획기적인 원가절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오픈마켓, 즉 다단계로 얽힌 유통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철강 메이커들은 비교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철강산업은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철강 소비가 이미 정점에 달했다는 의미다. 메이커들이 해외 현재 공장을 세워 시장을 글로벌로 넓히거나 철강 연관 혹은 이종업종으로 신규 사업을 확대하는 움직임들은 바로 이 같은 환경 변화 때문이다.

메이커에 전적으로 의존된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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