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 HD현대마린솔루션, 조선업 PER이 31배?
[이경주의 IPO] HD현대마린솔루션, 조선업 PER이 31배?
  • 이경주 딜스토리 대표
  • 승인 2024.03.26 03: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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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명확한 비교대상 없어 부담…슈퍼사이클 이상 에퀴티스토리 필요

[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 관련업종이 주가수익비율(PER) 30배 수준을 제시한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합당한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필요해 보인다."

올 상반기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출)에 대한 일부 기관의 평가다. 평가 시가총액(밸류)을 4조7000억원대로 산출했는데, PER을 31배 수준으로 적용한 결과다.

30배 수준의 PER은 '핫(Hot)'한 업종이 받는 멀티플이다. 조선업은 슈퍼싸이클에 돌입해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적정PER에 대한 잣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익변동성이 워낙 큰 업종인 탓이다. 업황에 따라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다가 수년 뒤 그만큼 적자를 내는 것을 반복한다. PER에 대한 신뢰가 낮다. 이에 조선업은 과거부터 PER보다는 보유자산 규모를 따지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잣대로 활용해 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을 수리·유지, 보수하는 에프터서비스(AS) 기업이라 PER방식이 어울리는 것은 맞다. 다만 피어그룹이 조선지주사이거나 이종사업을 큰 비중으로 영위하는 해외 조선기자재사다. AS업에 대한 멀티플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곳들인데 대다수 PER이 30배 이상으로 높게 조성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해당 멀티플을 수용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반면 구주주측은 밸류가 높아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재무적투자자(FI)가 IPO를 통해 3000억원대 구주매출에 나선다. 멀티플이 투자당시 보다 두 배 높아진 것인데 그만큼 FI 수익률이 높아진다. 

◇ 흑‧적자 오가는 한국조선해양 피어그룹 포함

25일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평가 밸류를 4조7612억원으로 제시했다. 2023년 온기 순이익 1511억원에 적용PER 31.5배를 곱한수치다. 할인율(21.4~30.9%)을 적용한 밸류는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기준 3조2889억, 상단기준 3조7421억원이다. 할인 후 PER은 22배~25배로 낮아진다.

올 들어 공모주 시장이 과열돼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20~30% 가량 초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최대어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즉 PER이 30배 내외로 확정될 될 수 있는데, 일각에서 우려한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

PER 평가방식은 발행사에 적합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AS전문이라 조선업과 달리 대규모 사업장(조선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 등 조선계열사들이 신조선을 건조하는 것이 조선업 밸류체인 첫 단계라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조 이후 단계인 유지보수나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수리, 정기검사, 선박개조 등을 담당한다.

우수한 부품을 공수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없이 AS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요하는 사업이다. 생산시설은 필요치 않다. 이에 유형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6566억원)에서 유형자산(11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그친다.

신조선을 수명(25년)만큼 관리하는 사업 특성상 조선업과 달리 매출과 함께 수익성이 안정적이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5억원, 영업이익률은 14.08%다. PBR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다.

불확실성은 발행사가 꾸린 피어그룹 4곳에 있다. 국내사는 HD한국조선해양 한 곳으로 PER 36.5배를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HD현대그룹 조선중간계열사라 역시 수익변동성이 크다. 2020년 74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가 2021년엔 1조3848억원, 2022년엔 355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다시 2822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PER로 평가하기 힘든 곳이다.

해외사 3곳은 AS사업을 하긴 하지만 일부다.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ASA)사가 PER이 31.8배로 평균치(31.5배)에 가장 가깝다. 콩스버그는 지난해 매출기준 해양사업이 48.7%로 주력인데, 국방‧항공 사업도 38.5%로 큰 비중으로 영위한다. 더불어 해양사업 내 AS사업(Global Customer Sopport) 비중은 54%다. 전체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 AS사업이다. PER(31.5배)이 AS사업에 기인하는지 불명확하다.

또 다른 해외피어그룹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는 PER이 32.1배다. 세계적 선박엔진 메이커로 직접적 경쟁대상은 HD현대중공업이다. 지난해 매출 45%가 엔진을 만드는 해양동력(Marine Power)부문에서 발생했다. 다만 해양동력 내 AS매출 비중은 48%다. 역시 선박AS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 주력매출처는 에너지부문(42%)인데 풍력과 태양광 등 발전 장비와 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들고 있다. 선박AS와 무관하다.

나머지 한 곳은 스웨덴 알파라발(Alfa Laval AB)인데 PER은 25.6배로 평균치보다 낮다. 알파라발 역시 지난해 매출비중이 해양사업부 30%, 에너지사업부 30.3%, 식품 및 수자원 사업부 39.7%로 다변화해 있다.

이에 발행사도 피어그룹 부적합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발행사처럼 AS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찾아낼 수 없어 부득이 해당 4개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어그룹 선정에 자의성이 있을 여지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 KKR 구주매출 50%, 투자당시 PER 17배

FI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3년 전 투자했을 당시보다 멀티플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도 밸류에 대한 저항감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KKR은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38%를 2021년 6월 6533억원에 매입했다. 지분 100% 가격(밸류)이 1조7200억원이었다.

2020년 온기 순이익이 108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PER을 15.9배(1.72조/1080억원) 적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IPO 멀티플(31.5배)이 3년만에 두 배 수준이 됐다. 실적으로만 보면 큰 폭의 멀티플 상향을 인정할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매출은 2020년 1조90억원에서 2023년 1조4305억원으로 41.8% 늘었다.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3.9%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80억원에서 1511억원으로 28.6%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9.5%다. 퀀텀점프 수준은 아닌 무난한 성장이다.

이에 향후 진행될 기업설명회(IR)에서 발행사가 밸류와 멀티플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2023년 개선된 이익만으로 FI투자 당시보다 멀티플을 대폭 상향한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며 “결국 에쿼티스토리로 프리미엄을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IR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액은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6523억~7422억원이다. 구주매출 비중은 50%이고 전량 KKR 보유지분이다. KKR 구주매출액은 3261억~3711억원이다. KKR은 구주매출로 지분율이 상장 전 38%에서 상장 후 24.2%로 낮아진다. 잔여지분(24.2%)에 대해선 6개월 보호예수를 걸었다. 6개월뒤 오버행(대규모 매도물량 출회) 리스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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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2024-04-03 14:56:47
조선업 최대 per은 13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