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경청’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경청’
  • 김진혁
  • 승인 2024.01.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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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일, 업무, 시간 등이 힘들겠지만, 가장 힘든 건 대인관계이다. 물론 저마다 살아온 날이 다르고 힘듦의 강도가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바로 기적이야.”

직장 이직 사유 1위로 월급이나 승진 문제가 아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근무환경을 꼽는다. 사장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각인해야 한다. 만일 사장이 직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영업, 인재양성, 매출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삼성가에서 내려오는 성공 DNA 중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傾聽)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과 그 내면에 깔린 동기나 정서에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는 것이다. 경청함으로써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경청은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소통의 첫 단추인 셈이다.

모 연구소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3분의 2(65.3%)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한다. 주된 장애 요인은 상명하복의 위계 문화와 개인과 부서의 이기주의,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를 꼽았다. 특히 직장인 중 지시만 받고 일하는 경우 48%가 업무에 열의가 없고, 완전히 업무에 몰입하는 경우는 6%에 불과한 열악한 상황이다. 소통이 부족한 조직은 그만큼 능률도 안 오르고 발전하지 못한다.

한자의 경청(傾聽)을 파자해보면 귀 기울일 경, 들을 청으로 구성된다. ‘청’자를 다시 뜯어보면 왕과 같은 귀이(耳), 열 개의 눈, 하나의 마음으로 이뤄져 있다. 조직 내의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경청과 조율은 경영자의 기본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협상 비결 방법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주의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어떠한 찬사도 경청을 대체할 수 없다. 경청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되살리기 위해 2008년 1월에 CEO로 되돌아왔을 때 경청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서 회사를 다시 일으켰다. 슐츠가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비난하지만, “너무 많이 듣는다”는 비난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경청 방법은? 1. 집중과 관심을 갖는다. 2. 비언어적인 신호를 중시한다. 말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적절한 순간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양한 표정, 몸짓을 짓는다. 3. 상대가 말하는 동안 말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4.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듣는다. 5. 질문을 활용하여 생각을 확대시킨다. 6.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고 반응한다. 7. 상대방을 존중한다.

미국에서 조직 내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리자가 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질로 경청이 상위권에 뽑히기도 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사소한 것도 보고하는 직원이 있다. “그런 걸 뭐 하러 보고하지?”라고 대응하거나 건성으로 들으면 더 이상 조직 관련 정보가 모이지 않는다. 그만큼 직장에서 잘 듣는 게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경청은 쉽지 않다. 듣는 것은 재능보다 인내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자아보다 정신을 요구하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중요시하는 배려의 예술이다. 사람은 생각을 처리하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4배나 빨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만의 생각에 빠지기 쉽다. 경청은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의식적인 노력과 연습을 통해 충분히 기를 수 있다. 당장 오늘 옆자리 동료와 대화할 때 진솔한 눈 맞춤, 공감의 끄덕임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 왕조시대에도 ‘경청’은 임금과 신하의 화두였다. 폭군이 아닌 이상 임금은 처음부터 신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유시를 내리지 않았다. 임금은 목석처럼 앉아 모든 소리를 다 듣는다. 설령 임금을 질책하는 소리가 있어도 얼굴에 노기를 띠거나 화를 내서도 안 됐다.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조익(趙翼, 1579~1655)은 포저집(浦渚集)에서 활발한 언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로부터 언로(言路)가 열렸을 때 잘 다스려졌으며, 언로가 막혔을 때 어지럽게 되었다.” 경청은 여러 의견 중 좋은 의견만 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과 정서까지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중국 노나라 왕은 어느 날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바닷새 한 마리를 궁으로 들여왔다. 좋은 향을 풍기는 술과 산해진미로 대접했다. 하지만 바닷새는 궁에 잡힌 제 처지를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사흘 만에 죽어버렸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경청은 공감과 일치하며 성장에 필요한 능력이다. 철학자 헤겔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의 인생은 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한 인정투쟁이다.” 직장에서 경청은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듣는 것은 당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듣고, 소수만 말하라.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두 배 많이 들으라는 숙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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