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 철과 인간의 만남, 길고 긴 우연의 연속
[철강과 인문학] 철과 인간의 만남, 길고 긴 우연의 연속
  • 김종대
  • 승인 2019.12.19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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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으로 만든 칼
운석으로 만든 칼

우주 탄생과 철의 생성, 그리고 지구와 철의 관계, 인간 생존에 불가피한 존재로서의 철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구의 나이는 약 50억 살이다. 오늘날과 같은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약 5만 년 전이다. 지구 역사를 1년으로 본다면 현생 인류가 등장한 것은 약 5분 전이라는 얘기가 된다. 또 그 짧은 시간의 99%는 돌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 시기 인간은 야생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살았다.

이런 인류가 어떻게 자연을 극복하며 문명을 주도해 나갈 수 있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도구의 사용을 들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철의 사용이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인류가 철을 발견하고 활용하게 된 기원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그 중 채광착오설, 산불설, 운석설 3가지가 그럴 듯하다.

첫째, ‘채광(採鑛) 착오설’이다.

철기시대 이전, 인류는 청동을 녹여 무기와 생활 도구, 장신구 등을 만들어 썼다. 그런데 누군가 구리 원석인 줄 알고 넣었던 원료가 비슷한 색과 모양의 ‘적철석’이었다. 어렵게 제련을 하고 보니 전혀 다른 강도를 뽐내는 철을 얻게 됐다. 청동과 비교해 월등한 강도에 반했고 계속해서 같은 원료를 사용해 철을 얻게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 가설은 ‘산불설’이다.

지표 가까이나 표면의 철광석이 대형 산불을 만나 저절로 용해된 상태로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는 추측이다. 고대 인류가 일으킬 수 있는 불의 온도는 1천도(℃) 안팎으로 철의 용융점(1,538℃)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산불은 용광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철광석 안의 철이 비교적 쉽사리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얻은 철을 여러 가지로 가공하면서 철기시대에 접어들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마지막 가설은 ‘운석설’이다.

지상으로 떨어진 운석(隕石) 중 일부는 대부분이 철로 구성된 것들이었다. 하늘에서 빛을 내며 떨어졌으니 신성한 물건으로 취급받곤 했다. 그런데다 그중 철질운석(隕鐵, 전체 운석의 5% 정도)은 유난히 철을 많이 함유해 비교적 쉽게 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실제 고대 중국의 청동 무기 중에 이 운철을 덧댄 것이 발견되어 이 가설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인간과 철의 조우(遭遇), 그로부터 인류 문명은 극적인 변화와 발전을 맞게 된다.

인간이 철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천년 경, 약 4천년 전이다. 그러나 위 3가지 가설을 설명했지만 사실 그 모습이 어땠을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러면 철을 알기 훨씬 이전인 신석기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보자. 신석기 시대의 특징은 간석기, 농경과 목축, 정착 생활, 그리고 흙으로 만든 그릇, 토기가 그 특징이다.

토기는 그 이전 인류가 행했던 재료의 모양, 물리적 변화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성질,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최초의 도구다. 물론 흙의 성질은 저절로 변하지 않는다. 흙을 화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다시 말해 불의 도움이 필요하다. 온도가 높은 불로 흙을 구우면 성질이 변해 토기를 만들 수 있다.

신석기 이전인 구석시 시대에도 인류는 불을 이용할 줄 알았지만 요리를 하거나 보온, 맹수를 막는데 썼을 뿐이다. 그러나 인류는 신석기 시대에 들어 흙을 반죽하여 모양을 만들고 이것을 약 700℃ 이상으로 가마에서 구워 토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온도가 높을수록 단단한 토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단순히 불을 이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가마는 더 커졌고 더 많은 땔감을 태우고 더 강한 바람을 불어 넣었다. 가마의 온도는 1,000℃를 넘어 1,100℃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토기를 만들고 난 후의 가마 바닥에서 녹색 조각들을 발견했다. 바로 ‘구리(銅)’였다. 약 6천년 전의 일이다.

구리의 용융점은 1,084℃다. 가마 온도가 이 온도 이하일 때만 해도 인류는 구리의 존재를 몰랐다. 구리는 그저 다른 흙과 섞여 토기의 일부로 존재했을 뿐이다. 그런데 가마의 온도가 1,100℃에 가까워지면서 구리가 녹아 토기 표면에서 흘러나왔고 온도가 내려가자 구리끼리 뭉쳐 고체 덩어리로 나타난 것이다.

더 단단한 토기를 만들기 위해 온도를 높이는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 인간은 드디어 금속인 구리와 만나게 됐다. 구리는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구리 덩어리를 긁고 깎고 때리면서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성질도 알게 됐고 작은 구슬이나 못 같은 장신구 같은 작은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리의 연한 성질은 인류에게 좀 더 강한 재료를 찾게 만들었다. 그 해답은 바로 청동(靑銅)이었다.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주석이 조금 섞인 합금, 청동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류의 선사 시대를 구분할 때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로 구분한다. 신석기 시대 이후 당연히 나와야 할 동기(구리 시대)가 빠져 있다. 구리가 너무 무른 탓에 청동만큼 널리 활용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청동은 구리보다 강하면서 주조(鑄造)하기도 쉬워 쓸모가 많았다. 인간은 청동으로 새로운 무기, 농기구, 이전보다 복잡한 장식물 등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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