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②] 우주 만물의 중심에 존재한 철(Fe)
[철강과 인문학②] 우주 만물의 중심에 존재한 철(Fe)
  • 정하영
  • 승인 2020.01.20 0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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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후 38만년 지나 최초의 원소 수소 탄생
별은 용광로, 수소 등 핵융합 새로운 원소 만들어
초대형 별에서 만들어진 철, 초신성으로 우주 확산
철 등 핵분열 반복 27~92번 원소 탄생, 만물 이뤄

철(鐵)은 우리말로 ‘쇠’다. 솥 같은 부엌용품에서부터 호미며 낫 같은 농기구, 하물며 안방의 바늘에서부터 화로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 쇠로 만든 물건은 매우 흔하다. 이처럼 철은 인간과 매우 친숙한 금속이다.

원소기호 Fe, 원자번호는 26번인 철은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지구에서 산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인 철의 기원은 저 멀리 우주 탄생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빅뱅(Big Bang)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년 전, 대폭발(Big Bang)과 함께 탄생한 우주는 점점 식어가면서 수많은 은하와 별을 만들어 냈다.

“태초에 하나의 점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그 점이 원자만큼 작았을 거라고 한다. 반면에 밀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를 수천억 개 만들 수 있는 물질과 에너지가 그 점에 응축되어 있었다고 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점이 빵 터졌다. 이 대폭발이 바로 빅뱅이다. 빅뱅 직후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 때 터져 나온 물질과 에너지는 점점 더 멀리 퍼져 나갔고 그렇게 우주는 계속 커졌다.

빅뱅 이후 1초도 지나지 않아 쿼크라는 입자가 생겨났고 곧이어 쿼크들이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어 냈다. 물론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 원자핵이 되었다. 전자 역시 빅뱅과 함께 등장했지만 처음에는 활성도가 지나쳐 원자핵과 짝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훌러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자 전자들은 차분해졌고 이 때 원자핵들이 중력으로 전자를 끌어당겨 비로소 원자가 탄생했다. 빅뱅 이후 38만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라고 한다.

최초의 원자는 우주 첫 원소, 원자번호 1번, 모든 원소들의 조상 바로 수소이다. 수소들 중 둘씩 짝을 이뤄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들도 있었고 그 결과 원자변호 2번 헬륨이 만들어졌다. 이후 우주는 다수의 수소와 소수의 헬륨으로 가득찼다. 얼마 뒤 원자번호 3, 4, 5번인 리튬, 베릴륨, 붕소가 차례로 등장하게 된다.

빅뱅은 엄청난 에너지로 다섯 원소를 만들어냈지만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빅뱅에 버금가는 또 다른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빅뱅이 일어나고 38만년 정도 흐른 뒤의 우주는 대부분 빈 공간이었고 그 속을 수소와 헬륨이 뭉친 거대한 구름 덩어리들과 극소수의 몇몇 원소들이 떠다녔다. 구름 내부의 온도와 밀도 차이가 점점 커지면서 중력의 높고 낮음이 생겨났다. 중력이 높은 부분이 낮은 부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별이 태어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구름 내부에서 중력이 높은 부분이 주위를 끌어당기자 그 속의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며 엄청난 마찰을 일으켰다. 수소가 타기 시작하며 초당 수백만 톤의 물질이 에너지로 바뀌었고 그 에너지가 별을 생성한 것이다.

별의 진화와 원소의 탄생 (출처 ZUM학습백과)
별의 진화와 원소의 탄생 (출처 ZUM학습백과)

별은 일종의 용광로다. 수소가 융합하여 헬륨으로 재탄생한다. 별의 평균 수명을 인간과 비유해 80살이라고 가정한다면 별은 일생의 대부분인 72년 동안 수소를 융합한다. 그러다 말년이 되면 별의 운명은 두 갈래로 나뉜다. 작은 별은 수소를 다 써버린 뒤 천천히 죽어간다. 큰 별은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헬륨을 태워 새로운 원소인 원자번호 6번 탄소를 만들어낸다. 이 탄소가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 질소, 산소, 마그네슘을 차례로 생성해 냈다. 어떤 별은 이쯤에서 힘이 바닥나 원소 만들기를 멈추는데 더 커다란 별은 거듭해서 온도를 높이며 원자번호가 큰 알루미늄, 규소 등을 생성해 낸다.

별의 온도가 40~60억도에 이르면 비로소 지금껏 기다려 왔던 일, 철이 태어나게 된다. 과학자들은 철이 빅뱅이 일어나고 약 10억년 뒤에 등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철은 별의 생성 과정에서 가장 뒤늦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다른 어떤 원소들보다 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다른 원소의 도움으로 태어난 철은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원자번호 27번 코발트부터 92번 우라늄까지 66종의 원소를 탄생시켰다. 다만 원자번호 26번 철까지는 별이 살아있을 때 만들어졌지만 그 이후 원소는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진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합성 (출처 ZUM학습백과)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합성 (출처 ZUM학습백과)

별의 일생에서 핵융합으로 철이 만들어지는 단계에 이르면 별은 거의 다 살았다고 봐야 한다. 이때부터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는 줄고 결국 아예 에너지 생산이 중단된다. 그러나 별은 그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별의 중력이 커지면서 그로 인해 중심핵이 별의 표면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켜 별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장렬한 전사’, 이 현상을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초신성은 빅뱅에 버금가는 엄청난 폭발이다. ‘미니 빅뱅’이라고 부르는 과학자가 있을 정도다. 초신성은 별 10억 개가 발하는 빛보다 밝은 빛을 뿜어낸다. 초신성에서는 철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철의 원자핵에 있는 일부 중성자가 붕괴해 양성자로 변하며 새로운 원소가 생겨난다. 철이 만들어질 때의 핵융합이 아니라 반대로 핵분열이 일어나며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와 같은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원자번호 27번부터 92번까지의 원소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 우주 만물을 이루게 될 원소 92종이 모두 등장했는데 그 중심에 철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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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2022-04-02 12:11:19
잘보구 갑니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