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세아그룹의 21세기형 투자
[페로칼럼] 세아그룹의 21세기형 투자
  • 김종혁
  • 승인 2019.1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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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활기가 오른다. 과거의 명성을 쌓았던 기업은 역사로 남고, 새로운 도전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글로벌 마켓’에서 힘의 구도는 분명히 재편성되고 있다.

미국 사업가이자 민주당 하원의원이었던 로버트 앨런(1902~1963)은 20세기 당시 “많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기업이 부정적 사고를 가진 기업을 인수해 부자가 됐다”고 했다.

21세기 현재의 글로벌 M&A는 저성장 장기침체를 견뎌낸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을 인수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변화에 적응했느냐의 여부가 운명을 가른다. 인수의 목적은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에 있다. 20세기 성장 국면에서의 단순한 외형 및 시장 확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M&A는 신규 투자에 비해 비용을 낮추면서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공급과잉과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투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투자가 기업 성장의 필수 요건이라고 볼 때, 21세기 글로벌 업황에서 인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인식된다.

한국에서는 포스코와 KG동부제철이 M&A 시장에 등장했다. 포스코는 베트남 SSVINA(SS비나)의 철근사업 매각을 위한 지분 정리를 결정했다. KG그룹은 동부제철을 인수했고, 현재 전기로 설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다.

주목되는 기업은 세아그룹이다. 한국이 글로벌 행보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가운데 적극적인 인수자로서 시장에 등장하는가 하면 위기에 앞서 선제적인 전략과 신규투자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글로벌에서도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이 회사는 탄소 합금강 시장의 독보적 1위다. 단지 점유율만으로도 불황을 버틸 만 하지만 그 움직임은 신흥 세력의 적극성에 뒤지지 않는다.

현대제철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자, 머뭇거림 없이 수출 확대에 온 힘을 쏟았다.

그간 실적을 들여다보니 2016년 수출 비중은 전체 1조6193억원 중 14.4%(2336억원)에서 2017년 1조9275억원 중 17.8%(3436억원), 2018년은 2조424억원 중 24.4%(4973억원)까지 비약적으로 확대해 갔다. 불황의 골이 깊은 올해는 1~3분기 기준 전체 1조3755억원 중 26.0%(3578억원)까지 또 끌어올렸다.

투자는 장기침체 상황에서도 주도 면밀하게 진행했다. 국내외 시장을 모두 대상으로 삼았고, 그 규모도 결코 작지 않았다. 2015년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해 심화되는 국내 경쟁에 대응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미국 판매법인인 SGI(SeAH Global Inc.)를 설립했다. 당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제재에 대한 선제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에서의 수주에 성과를 더했다. SGI는 출자를 통해 올해 6월 에버가드(Everguard Inc.)를 세웠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안전관리 솔루션 개발 업체로,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는 패러다임에 따랐다.

작년과 올해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패를 던졌다. 작년 태국에는 SGT(SeAH Global Thailand)를 설립해 판매 및 가공 서비스를 갖췄다. 중국까지 겨냥했다. 올해 10월은 베트남 생산법인인 SGV(SeAH Global Vina)를 완공했다.

그룹 또 하나의 축인 세아제강 역시 2016년 미국 현지 강관사를 인수, SSUSA를 세워 생산거점을 확보했고, 세아창원특수강은 올해 8월 출자를 통해 씨티씨를 설립, STS강관 모재를 정밀관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하공정 기반을 갖췄다.

그간의 국내 1위, 글로벌 톱 기술 경쟁력이란 타이틀은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 더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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