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탄소중립 달성과 과제 上] '용광로'의 성장과 한국의 현황
[특별기고-탄소중립 달성과 과제 上] '용광로'의 성장과 한국의 현황
  • 김경식
  • 승인 2023.05.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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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高哲)연구소 소장 (전 현대제철 기획실장)

철강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로 운영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효율 향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단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은 철강업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할 과제다.

기고자  :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기고자  :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세계적으로 용광로 철강이 증가한 이유

지난 200여년 동안 철강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를 대형화하는 등 나름대로 발전을 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주도한 국가는 유럽에서 시작해서 미국,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 인도로 가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유인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인구가 많은 저개발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철강 수요량이 많아졌다. 다음으로는 안전을 강조하다 보니 기술 혁신이 계속 요구되었다. 특히 자동차의 안전과 연료비 절감, 고가공성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인장강도가 좋은 자동차 강판의 기술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수요 변화는 자연스럽게 전기로 철강 보다는 용광로 철강이 늘어나게 했다. 용광로 철강은 원료가 풍부했고, 대량 생산이 가능했고, 우수한 품질을 가능하게 했다. 전기로 철강은 원료, 규모, 품질 등 이 모든 것이 반대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대가없는 공짜는 없다. 인간이 철광석(Fe₂O₃)에서 산소(O)를 버리고 철(Fe)을 이용해 욕망을 채우자 변심한 산소는 탄소(C)를 유혹해 이산화탄소(CO₂)를 볼모로 위자료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 비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세계 많은 철강회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수소(H)가 탄소(C)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철강·전력이 한국경제에서 갖는 의미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45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3만5000달러가 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당초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던 국가를 선진국으로 옮긴 것은 설립 이래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은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서 수출지향 제조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철강산업과 전력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으로 최고의 철강 제품을 가장 값싸게 공급했다. 철강이 근육이라면 전기는 피 같은 역할을 했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한국전력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서 값싼 전기를 공급해 주었다. 그 결과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이 한국 경제를 받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성공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부심은 앞으로도 철강과 전력에 대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대가를 지불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철강과 전기 둘 다 탄소를 줄여야 할 운명이 되었는데 쉽지가 않다. 더구나 철강의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의 탄소배출 현황

에너지 소비 기준으로 보면 철강산업의 에너지 소비는 석유화학산업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림 2-1에서 보듯이 2021년 (최종소비)기준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는 19.5%로 석유화학(나프타) 산업의 51.8%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리고 철강산업 내에서 에너지원별 소비 비중은 석탄이 85.4%로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철강산업의 특성 때문이다.(이하 소개되는 내용은 강병욱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 생산공정 전환 시나리오 분석 연구>, 에너지경제연구원 기본연구보고서 2022-03 참조)

온실가스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별 온실가스(tCO₂)는 전력에서 2억700만톤(35.1%), 철강제조업에서 1억1600만톤(19.7%)로 이 두 산업에서 배출되는 양이 54.8%로 거의 반을 차지한다. 아래 그림<2-2>는 2001년부터 2021년까지의 철강산업의 에너지 월별 소비 추이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조금 감소하였다가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를 가동했다. 용광로 제철소를 2010년에 1, 2호기 가동하고, 2013년에 3호기를 가동했다. 연산 1200만톤의 철강생산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포스코 독점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에 포스코는 용광로 용적을 키우는 개수 작업을 하고 파이넥스 1, 2호기를 새로 가동했다. 늘어난 철강 생산CAPA는 약 1300만톤이었다. 2000년 2600만톤이었던 용광로CAPA가 2017년에는 5100만톤으로 증가되었다.

 

< 포스코 설비 Revamping 현황 >
 

아래 그림 <2-3>은 산업부문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나타낸다. 맨 위의 노란색으로 나타나는 철강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그림 <2-2>와 같이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철강 생산량 증가에 기인한다.

그런데 불행한 점은 아래 그림 <2-4> 다. 주요 산업별 배출원단위를 지수화하여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2001년을 기준(100)으로 하는 지수로 표현했다. 맨 위 노란색인 철강산업만 원단위가 악화(상승)하고 석유화학 등 나머지 산업들은 모두 원단위가 개선(하락)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철강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로 운영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효율 향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단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은 철강업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할 과제다.

결과적으로 철강산업의 이러한 특징은 산업부문 전체의 원단위 개선을 지연시켰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철강산업을 제외한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은 연평균 3.6% 하락했으나 철강산업은 0.7% 상승하여 전체적으로 2.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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