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탄소중립 달성과 과제 下] 포스코 현대의 전략…한국의 과제는
[특별기고-탄소중립 달성과 과제 下] 포스코 현대의 전략…한국의 과제는
  • 김경식
  • 승인 2023.05.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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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高哲)연구소 소장 (전 현대제철 기획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년 5월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원회 명칭은 2022년 3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되면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변경됐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전략

포스코는 용광로 공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철강회사다. WSD가 평가하는 세계 철강사 경쟁력 순위에서 2000년부터 13년 연속 1위를 달성하고 있다.

포스코의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은 ~2030 △10%, ~2040 △50%, ~2050 Net 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계별로는 2030년까지는 현재 용광로 공법을 기준으로 고품위 광석과 수소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면서 AI기반의 최적 효율을 추구하겠다고 한다. 2040년까지는 전기로와 일부 HyREX 설비 가동을 통해서 5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전기로와 HyREX 및 CCUS를 통해 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 탄소중립 전략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HyREX가 과연 기술적으로 완결성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HyREX의 원조 격인 FINEX가 가진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산 CAPA 200만톤 이상을 못하고 있다. 수익성과 품질 측면에서도 기존 용광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까지는 FINEX의 수소환원 비중을 높일 필요성이 크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25%까지 올리는데 20년이 걸렸다. 2040년까지 전기로 가동과 HyREX 초기 운전을 감안할 때 회사 전체적으로 50%까지 저감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목표로 보인다. 지금은 2028년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HyREX 시험 설비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다.

둘째는 포스코에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2021년에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에는 약 50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여기에 기존 설비 매몰 비용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2022년 1월 포스코홀딩스 지주회사가 출범할 때 주주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로 자회사 포스코는 증권시장에 상장을 안 한다고 정관에 명시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포스코홀딩스가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셋째는 불행히도 한국에는 그린수소가 없다는 점이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그린수소는 350만톤 정도로 추정된다. 현대제철도 150만톤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장기 수소전략은 2050년에 필요한 수소가 2800만톤으로 국내에서 그린수소 300만톤, 블루수소 200만톤을 생산하고 나머지 2300만톤은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것이다. 수입 수소로 쇳물을 만들 때 한국 철강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은 없어질 것이다.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전략

현대제철은 전기로 조업 경험이 70년이나 되었고 용광로 조업도 10년이 넘었다. 생산CAPA는 전기로 1200만톤, 용광로 1200만톤으로 균형이 잡힌 회사다. 현대제철의 장점은 전기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기로로 특수강을 만들면서 스크랩 쇳물 70%와 용광로 쇳물 30%를 혼탕하고 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현대제철만 운영 중인 방법이다. 당진제철소에 용광로와 전기로가 같이 있어서 가능한 운용 방법이다. 수소환원제철에서 전기로 조업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현대제철의 이러한 운용기술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유명 철강회사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갔다. 중장기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전략은 2030년까지 12%를 저감하고 2050년에는 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중기 전략을 두 단계로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로는 휴지 중인 연산 100만톤 규모의 기존 전기로에서 철스크랩과 HBI를 용해해서 기존 용광로의 전로 쇳물과 혼탕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기존 용광로 쇳물 대비 약 20%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 쇳물 400만톤(기존 용광로 300만톤+전기로 100만톤을 혼합)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3년 말에 설비 개조 투자를 해서 2025년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로는 철스크랩과 HBI, 용광로 쇳물 세 가지를 혼탕하는 신개념 전기로를 도입해서 기존 용광로 쇳물 대비 이산화탄소를 40% 저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산량은 연 100만톤이다. 이렇게 해서 2030년까지 회사 전체적으로 12%를 저감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장점은 전기로 운용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수소환원제철이 DRI를 전기로에서 용융하는 기술이므로 다양한 전기로 기술 노하우를 가진 현대제철에게는 상대적인 강점이 된다. 단점은 포스코와 같다. 수소환원제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확보 애로와 한국에 그린수소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 철강산업 탄소중립 전략의 문제점

한국 철강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큰 특징은 회사의 기술적 능력은 신뢰가 가지만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 첫째는 경쟁 국가들 대비 정부의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EU는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포착해서 EU차원 및 각 국 차원에서 다양하고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30년까지 그린딜 기금 1조 유로(1300조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독일, 스페인, 스웨덴에서 DRI 공장을 세우고 그린수소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들이 넘치고 있다. 미국은 리쇼어링과 IRA 정책을 연계해서 10년간 4000억 달러(460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은 저탄소·친환경 철강을 위해 2030년까지 1414억원, 수소환원제철 R&D에 3년간 269억원이다.

▶ 둘째는 전력시장의 낙후성이다.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시장 독점과 정부의 전기요금 결정으로 고압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철강업계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 전기요금 인상 시에도 산업용 고압 전기는 일반용(2.5월/kwh)보다 5배 비싼 11.7원/kwh를 인상했다. 기존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용을 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차별적 인상은 지속될 것 같다.

정부는 이러한 차별을 중단하고 발전사와 철강회사 간에 전력 직거래를 허용해서 철강회사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수소환원제철을 할 경우 전력 공급의 중요성은 배가 된다. 현재 용광로 제철소는 COG 등 부생가스를 발전 연료로 사용해서 필요한 전력의 80%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 만약 수소환원제철을 할 경우 기존 전력을 대체할 전력 공급이 문제가 된다. 원자력 발전 몇 기의 전력 조달 대책이 필요하다.

▶ 셋째로 한국에는 그린수소가 없다. 한국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는 7%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13%나 되지만 전력계통 투자를 하지 않아 재생에너지 발전 중단을 자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다.

앞으로도 전력시장이 소매경쟁을 하지 않고 한국전력 독점으로 갈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은 물론이고, 전력 계통 투자, 스마트그리드 투자, ESS투자 등이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는 결국 재생에너지의 부족으로 그린수소를 못 만들고 따라서 한국에서 수소환원제철은 경쟁력이 없게 될 것이다. HBI를 만드는 상공정은 그린수소가 풍부한 호주나 브라질로 넘어갈 것이다. 철강산업 부가가치의 50%가 사라지게 되고 그 영향은 자동차, 조선 등 기간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 넷째로 철스크랩 산업의 낙후성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스크랩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철스크랩 자급률은 80% 수준인데 앞으로 스크랩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용광로에 투입하는 스크랩을 5%만 높여도 연간 250만톤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앞으로 추가되는 전기로가 포스코 250만톤 2기, 현대제철 100만톤 2기, KG동부제철 150만톤 1기다. 전체 850만톤이 늘어난다. 물론 여기에는 HBI와 용광로 쇳물도 들어가겠지만 스크랩이 가장 많이 소요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스크랩산업은 폐기물로 분류되어 산업단지 입주, 금융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러한 낙후성으로 스크랩 수거율이 선진국의 3%보다 낮은 2.1%에 불과하다. 한국 내 스크랩 축적량이 8억톤으로 추정되므로 수거율을 3%로 높이면 연간 약 700만톤이 더 활용될 수 있다. 하루 빨리 스크랩을 산업화로 육성시키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 다섯째로 배출권거래시장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부터 시작했으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참여자가 적다. 시장 참여자가 유럽은 1만4000개, 중국은 2300개이나 한국은 700개 회사 중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회사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시장 참여자의 부족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 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하면 시장은 더 불규칙하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배출권 거래가 기업에게 탄소 저감을 유인하는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앞으로 배출권 시장은 유상할당을 늘리고 참여업체도 확대해서 시장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한다, 배출권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 철강회사들의 탄소중립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 배출권 시장과 연계해서 CBAM에 대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ESG경영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한 시민단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A회사가 멋진 ESG보고서를 발간하지만 지난 10년간 철강 제품 단위당 탄소배출량은 전혀 개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각 회사는 발표한 탄소중립 전략이 제품 단위당 탄소배출량에 어떤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ESG보고서로 보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와 실적 간에 GAP이 있다면 그 요인과 앞으로의 대책도 같이 보고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세계 각 철강사들은 석탄, 철광석, LNG 등 국제표준원가로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대칭 원가 요인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즉, 전력(재생에너지) 가격, 그린수소 가격, 탄소국경세 등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이는 개별기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앞서가는 나라들이 철강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위상을 달성하는데 큰 밑바탕이 되었던 철강산업은 이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큰 기로에 섰다. 과거 철강 종주국들은 탄소중립을 새로운 산업의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그린수소, 전력산업, 배출권 거래, 철스크랩 산업화 등 탄소중립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모든 정책들이 작동이 안 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이전에 한국경제를 키웠던 정부정책과 전력산업이 이제는 역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그 댓가는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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