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중국산 위협은 수입만이 아니다
[페로칼럼] 중국산 위협은 수입만이 아니다
  • 김종혁
  • 승인 2019.11.25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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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중국 징예강철이 영국 브리티시스틸을 인수한다. 인수금액은 70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1000억원이다. 징예그룹은 자산 규모 6조6000억원 정도로, 동국제강과 비슷하다.

중국 거대 철강그룹이 아닌 징예강철이 인수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인수금액도 헐값 얘기가 나올 만 했다. 브리티시스틸은 연산 300만톤 정도로 우리나라로 치면 KG동부제철 규모에 이른다. 최소 2조원의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합병에서 2가지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 철강사들이 1억5000만톤의 설비를 폐쇄한 이후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현지는 물론 국경을 넘어선 해외 시장이 모두 해당된다. 이는 또 내수 둔화를 만회하는 한편 글로벌 무역장벽을 넘어설 전략으로 풀이된다.

먼저 중국은 구조조정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철강사의 대형화다. 친환경, 신설비는 필수 옵션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상위 철강사 주도로 전환하면서 가격 수급 등에서 안정을 꾀하자는 의도다.

우한, 마강 그룹을 잇달아 합병한 바오우그룹 등 6대 철강그룹은 3억1900만톤의 생산능력, 중국 내 30%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중국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증산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은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 대상국이다. 중국의 자체 생산을 늘릴수록 우리의 입지도 자연히 좁아든다.

또 주목되는 행보는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브리티시스틸을 포함해 현재 중국 철강사들이 합병을 추진하는 공장은 8곳에 이른다고 한다. 생산능력만 150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미 합병을 완료한 곳을 포함하면 4000만톤을 넘는다.

해외에서 포스코만한 중국계 제철소가 우회적으로 탄생하는 셈이다. 청산강철도 인도네시아에 이어 우리나라에 생산기지 건설을 시도했다. 또 중국의 한 제철소는 동국제강이 진출한 브라질까지 손을 뻗어 연산 300만톤 규모의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인수 이후에는 정상화는 물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장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징예강철의 경우, 브리티시스틸에 향후 10년간 12억 파운드를 투자해 연 1500만톤의 생산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모든 합병이 완료된 이후 생산능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철강 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중국산 수입만이 아니다. 중국이 자체 생산능력을 키우고, 아시아 역내로부터 유럽까지 현지 진출을 가속화 하면 자연히 우리 수출 시장을 더 위협할 수 있다.

중국의 해외 기지 확대는 무역갈등을 해소할 방안이자 전략이다. 한국이 2,3년간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은 체질을 강화는 물론 내수둔화와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왔다.

한국에서는 세아제강이 미국 현지 강관사 인수로 SSUSA를 설립하고, 세아베스틸이 태국, 베트남 등에 공장을 건설한 정도다.

해외 진출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철강산업은 장기적인 내수침체에 더해 수출시장마저 보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산은 2010년 이후 한국 시장을 흔들어 놓은 데 이어 우리 수출시장까지 위협할 존재로 떠올랐다. 바오산강철이 일본 자동차 시장의 성지로 인식되는 현지 도요타 공장에 전기강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톱’ 제품시장에도 성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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