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규제의 양면, 솔로몬의 지혜는?
[사설] 수입규제의 양면, 솔로몬의 지혜는?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10.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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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산자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포스코의 STS 판재류 반덤핑 제소와 무역위원회가 조사개시를 결정한 것에 대해 독점기업 이익보호라는 질의를 던졌다. 저가 수입재를 쓰는 중소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

반면 13일 기획재정부는 덤핑방지관세(AD)와 상계관세(CVD) 제도를 보완·정비하기 위한 관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 취지는 불공정무역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운영 절차 및 요건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무역과 수입규제라는 2가지 상반된 주장 앞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산업은 특성상 전형적인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독과점적이다. 또 가동률 확보는 경쟁력, 나아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 등이 철강 수입을 규제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다.

철강산업에 있어 국가 간의 수입규제 조치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심하다. 철강은 기초소재 중의 기초소재로 철강 자체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건설, 자동차 등 여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철강을 갖지 못한다면 나라를 갖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철강이 곧 국가’라는 미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나올 정도다.

세계 철강산업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을 좀 한다하는 국가들은 모두 자국 시장을 지키고 수출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여념이 없을 정도다.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철강 산업경쟁력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5~2018년 전 세계 기초금속 분야의 무역구제조치 조사개시 건수는 2094건으로 전체(6613건)의 32%를 차지했다. 단연코 세계적으로 최대 분쟁품목이다. 무역위원회의 ‘무역구제’ 2020년 가을호에 따르면 올해 8월 21일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 29개국으로부터 225건(조사 중 61건)의 수입규제를 당하고 있으며 이중 철강/금속이 104건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2위인 화학은 45건에 불과했다. 반면 기획재정부의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수입규제는 16개 품목 20건에 불과하다. 이중 철강재는 H형강, STS후판 등 5개 품목 6건이다.

한국은 철강재 생산량의 40% 이상을 직접 수출하고, 자동차, 선박 등 2차 제품을 통해 또한 적지 않은 양을 간접 수출하고 있다. 당연히 세계 각 국으로부터 수입규제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만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수출량이 많으며. 특히 수입이 적어 순수출량이 월등히 많은데도 수입규제에서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명확하다. 자유무역의 원칙 하에서 보장된 반덤핑과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철강 수입규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저가 수입재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살아야 하고, 철강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과연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방법은 없을까?

바로 수입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일이다. 국내 철강 생태계를 보다 강건하게 만들면 된다. 업계 리더인 포스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수요가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싸고 서비스가 좋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또 철강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입을 방어할 수 있는 올바르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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