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대응 전략 마련한 일본, 대한민국은?
[사설] 중국 대응 전략 마련한 일본, 대한민국은?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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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일본제철 하시모토 에이지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중장기 생존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거대공룡 중국에 대응해 지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치중해왔던 일본 철강업계로서는 획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양적 성장은 일본 국내가 아니라 해외, 그것도 그린필드(Green Field)가 아닌 브라운필드(Brown Field), 다시 말해 인수합병(M&A) 방식을 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해외투자는 지금까지 상공정이 아닌 하공정이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중국을 필두로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상공정이 충분히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상공정 현지 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에사르스틸 인수와 추가 투자, 미국에서의 아세로미탈과 합작 사업 확대 등을 거론했다. 이를 통해 일본 국내 8천만톤, 해외 2천만톤으로 1억톤 생산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결국 지금까지 고수했던 국내 1억톤 생산은 포기하지만 합리화, 디지털화 등을 통해 보다 더 수익성 중심으로 변화를 지속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수요 감소가 이런 판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내 수요 위축을 현실로 받아들여 국내 생산 규모를 축소하는 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적극적인 투자로 규모를 확보해 종합경쟁력 세계 1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가 주목할 사실은 일본제철의 이러한 판단 근거에는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 철강 공룡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시모토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중국의 조강 생산량 최고치가 계속 갱신되고 있어 상황 변화시 세계 시장의 수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제조업 강국으로의 성장 계획을 그동안 야심 차게 진행해 왔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조강 생산능력을 10억톤 이하로, 대신 설비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현재 시점에서 그들의 이러한 목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중국 철강산업은 본격적인 질적, 양적 성장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진행 중인 증설 투자 계획도 약 6천만톤에 달한다. 중국 1위 바오우는 지속적인 M&A와 투자로 이미 1억톤을 상회하는 세계 1위 철강사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안산과 번시강철을 통합한 안번강철도 세계 3위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방성항 제철소 등 임해제철소의 건설을 속속 진행, 마무리하면서 수출 기지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기술 수준 제고, 대형 철강사 중심의 통합을 통한 질과 양적 경쟁력 향상으로 모아진다. 여기에 수출시장 확보, 해외시장 직접 진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철강시장을 자신들의 수중에 넣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철강업계는 국내 고도화, 해외 직접투자라는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업계와 정부가 공유하며 적극적인 실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철강업계 및 정부는 철강 공룡 중국에 대응해 나갈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한 치 앞의 생존, 그리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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