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산업, 내부 생태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철강산업, 내부 생태계 강화해야 한다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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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이다. 경제도 산업도 휘청거리고 있다. 철강산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철강산업, 철강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코로나 때문만으로 치부하기에는 개운치가 않다.

지난 수 년간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돌아보면 개별 업체들의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만 산업 전반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협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정부, 기관, 업계 모두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

서서히 그러나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국의 양적·질적 성장은 중대한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진정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의 우리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철강산업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 분명하고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

개인과 회사의 이익이 아닌 철강산업 전체, 대한민국 제조업을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가 필요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정부, 그리고 업계 리더인 포스코, 현대제철을 이끌고 있는 CEO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철강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특성 중에 하나는 차공정(Re-roller), 다시 말해 냉연판재류와 강관사들이 일관제철의 하공정이 아니라 별도의 회사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철강산업이 산업화 초기 열연강판을 수입해 냉연강판이나 강관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봉형강 부문에서도 반제품인 빌릿을 구입해 압연만 해서 철근, 형강류를 판매하는 전문압연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대부분이 자연도태됐다.

여하튼 현재의 철강산업 내에는 이들 리롤러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철강산업은 수입이 항상 큰 골칫덩어리였고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 철강산업은 제품 기준으로 7천만톤을 생산하고 2천만톤을 수입하는 공급구조를 유지해왔다. 수요 측면에서는 6천만톤을 내수로, 3천만톤을 수출해 수급 균형을 맞춰왔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수출입, 무역 비중이 높은 어떤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철강 대국이었다.

원인은 리롤러들이 소재로 사용하는 열연강판, 선재 등 소재성 제품, 그리고 반제품의 수입이 엄청난 탓이다. 연간 수입량의 절반 가량이 이들 리롤러들의 수입이다. 
다시 말해 이들 차공정 철강사들이 소재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산을 사용한다면 수입은 1천만톤 내외로 감소시킬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수출을 줄여도 가동률을 유지하고 매출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통상마찰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차공정용 수입이 여전하다. 그 이유가 뭘까?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철강산업 내부 생태계가 강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입품의 가격이 싼 이유도 있지만 상하공정 철강사 간의 소통과 신뢰, 협력 부족 때문은 아닐까?

우리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방안의 하나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 진정한 철강산업의 리더라면 무엇보다 이러한 내부 생태계 강건화에 주력해야 한다. 철강산업 내외부 참여자 간의 신뢰와 협력을 제고해 산업 구조적으로 안정을 꾀하는 일, 그것이 바로 철강산업의 리더가 이뤄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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