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前 포스코회장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 출간
권오준 前 포스코회장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 출간
  • 김종대
  • 승인 2020.05.31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속공학자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의 모든 것’을 이론·실무적으로 총정리한 교양서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 (부제 ‘철의 문명사적 궤적’)』를 오는 6월 10일 출간한다.

저자는 서울공대에서 공부를 시작한 청년 시절부터 포스코 회장,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철과 깊이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고 책의 머리말에서 술회한다. 철의 기본 이론을 배우고, 철 관련 연구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신기술도 여럿 개발하고 개발한 신기술을 생산과 판매에 활용하였다.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연구발표를 하고,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 철을 주제로 토론하고, 세계철강협회 임원진·회장단에 참여하여 철강 기술과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여 미래 전략을 수립하였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철강회사 포스코의 연구소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맡아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매진하는 등 철과 인연을 쌓으며 오랜 세월을 보냈고, 이 과정에서 쌓은 철 관련 내공을 540쪽짜리 역저에 쏟아놓았다.

사진=페로타임즈 DB

원자번호 26번인 철(Fe)은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원소 92개 가운데 원자핵의 안정성이 가장 높은 원소다. 철보다 원자번호가 낮은 가벼운 원소들은 몸집을 불려 철을 닮으려 하고,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반대로 몸집을 줄여 철을 닮으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137억 년 전 발생한 빅뱅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원소인 철이 뒷날 어떤 과정을 거쳐 우주에서 탄생하였으며, 그렇게 생겨난 철이 어떻게 지구에 스며들어 지구에서 가장 많은 금속이 되었는지에 관해 저자는 이 책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

철은 지구 표면에서 철 자체의 순수한 모습이 아니라 산화물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산화물 철광석에서 불순물을 분리하고 철을 뽑아내는 기술이 바로 제철기술이다. 아득한 옛날 우주로부터 불쑥 날아든 철 덩어리인 운석에서 철을 처음 구경했던 인류는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나서야 지구상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분리하는 제철기술을 궁리해 냈다. 제철기술의 등장 이후 인류역사는 어떤 집단이 철을 잘 다루느냐에 따라 지역별, 민족별, 국가별로 커다란 우열(優劣)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것을 저자는 ‘철의 문명사’라는 범주 속에서 시계열에 따라 살피고 있다.

원시사회 이래 인류는 철을 사용해 농업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유목생활에서 정착농업생활로 전환하였으며, 잉여생산물이 발생함에 따라 신흥 권력세력을 만들어 왕권정치의 체제를 위협하면서 국가통치철학으로 유교의 입지를 공고히 하였다.

철은 자본주의의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또 이에 대한 대안체제로 사회주의를 태동시키기도 했다. 원시시대 이래 철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인자로, 철제 무기의 제조기술과 그 성능에 따라 크고 작은 국가가 나타났다가 더 큰 제국에 의해 소멸되곤 하였다. 대영제국의 번성도 철제 전함과 함포에 기인하였으며, 미군이 주축을 이룬 연합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도 천문학적 분량의 철제 군수품의 조달로 가능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철은 무엇보다 먼저 지구 자체를 거대한 자석으로 만듦으로써 우주로부터 지구로 날아드는 태양풍, 즉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막아 인류의 집단적 생존을 보장한다. 인류 개개인의 물리적 생존에도 철은 인체에 함유된 소량의 철분을 통해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이렇게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을 떠받친 철은 이번에는 인류 문명, 특히 현대문명의 필수불가결한 소재(素材)가 되어 사람들의 삶을 지탱한다. 현대사회에서 철은, 자동차 차체나 부엌칼처럼 아예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예외도 있지만 많은 경우 외피(外皮) 등에 싸인 채 가려 있다. 그렇더라도 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책은 철의 기원에서 미래까지를 수미일관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짚어준다.

<각계의 추천사>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는 책에서는 이론이 현장으로 분석되고, 현장은 이론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철로 본 문명의 궤적이자 공학도가 만난 문명사이기도 합니다. 기술서로서 역사서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예측서로서 적어도 며칠간은 우리를 잡아 놓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정명식, 포스코 전임회장

“저자는 학업부터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게 철과 함께 해왔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을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세계적 철강사인 포스코 CEO 경험이 더해져 이 책은 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깊이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원장

“철강기업의 CEO가 철강문명사에 대한 과학적 역사적 관찰을 거쳐 한국철강사의 눈물겨운 스토리로 이어지는 이렇게 진솔한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감동적이다. 저자는 문명사가(家)도 역사가도 아니다.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다. 그런데 문명사이자 자전적 경험, 과학적 탐구와 세대적 관심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이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잘 헤아릴 수 없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