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후판수요 원천 '조선산업' 韓 경제기여도 추락
[진단] 후판수요 원천 '조선산업' 韓 경제기여도 추락
  • 김종대
  • 승인 2020.0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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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수출액 13년만에 추락...수출 총액 비중 1위서 7위 추락
올 상반기 신규수주 목표 달성 실패시 하반기 조업축소 중단 우려
수출 비중 3.7%․품목별 순위 7위, 1989년 이후 가장 낮아

2019년 조선 산업 수출액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1위에서 7위로 하락, 국가 경제 기여도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는 조업 계획 축소 최악에는 중단까지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은 철강 '빅3'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후판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은 철강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를 토대로 197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업종별(MTI 3단위 기준) 연간 수출입 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조선업(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수출액은 201억8300만 달러로 2018년 212억7500만 달러에 비해 5.1% 줄었다. 이는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던 2006년(221억2300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연간 수출 총액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3.7%로, 업종별 수출 순위는 7위였다. 2009년 1위에서 급격히 하락한 것은 물론, 1989년 2.9%로 10위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 자료 = 한국무역협회 >

업종별 수출입 통계를 잡을 수 있는 42년의 기간 동안 연간 수출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업종은 반도체로 24년(1992~2007년, 2010년, 2012~2019년)이었으며, 다음으로는 의류가 12년(1977~1982년, 1986~1991년)을 기록했다.

조선업은 6년(1983~1985년, 2008~2009년, 2011년)으로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수출 톱에 오른 업종이다. 이밖에 석유제품이 2012년 수출 톱 업종에 올랐다. 조선업 수출이 1위에 올랐던 해에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3년 15.3% ▲1984년 16.0% ▲1985년 16.7% ▲2008년 10.2% ▲2009년 12.4% ▲2011년 10.2%를 기록했다.

업종별 수출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 주력산업의 진화 과정에서 조선업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통상 주력산업은 한 국가에서 참여 인력과 생산 규모가 가장 많아야 형성된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1960년대 수출 드라이브가 개시된 후 1970년대까지를 주도했던 경공업의 대표주자인 의류가 수출을 주도했다. 1980년대 전자·정보기술(IT) 관련 공업 투자가 본격화한 덕분에 1990년대부터 반도체가 대표업종으로 부상했다.

의류에서 반도체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을 연결해 준 업종이 바로 조선업이다.

경공업에 이어 정부는 19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폈고, 가장 큰 성공작이 조선업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 조선 산업 호황으로 수출액이 증가한 이유도 있다.

그보다는 의류와 반도체 등 최대 주력산업이 경기 불황으로 수출액이 급감할 때, 상대적으로 경기의 부침이 적었던 조선업이 안정적인 수출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조선업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과잉 투자의 실패 사례로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조선업은 대규모 부지에 거대한 설비를 들여와서 다수의 인력들이 모여 엄청난 크기의 선박을 만든다.

고용 증대와 대규모 수익을 거둬들여 지역경제를 받치고, 국가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해 온 배경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1999년)와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2008~2010년) 당시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선 수출 순위는 1~3위에 오르며 국가 수출 감소폭을 줄이는 방어막이었다.

이러한 조선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존재감은 흐려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요인이 겹쳤다.

대외적으로 직접적인 연관 산업인 해운업 불황과 발주시장은 축소됐다. 중국은 자국의 수요와 함께 든든한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절대 다수의 조선소를 건설했다. 글로벌 시장에는 무차별적 공세가 나타났다.

대내적인 요인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중견·중소 조선소의 난립으로 수주 절벽에 처한 조선 업계에는 연쇄 도산이 이어졌다. 미약한 국내 발주 시장마저도 외국기업에 빼앗기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들은 사실상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어려움을 반영해 현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고 추진한 지난 2년 동안 오히려 조선업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방안이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향후 조업 물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존 수주량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버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기간에 신규 수주를 목표대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하반기부터 또 다시 조업 계획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인력 감축과 협력사 물량 축소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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