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시각]100년 전통 日조선사 ‘야마니시’ 파산보호 신청
[재계시각]100년 전통 日조선사 ‘야마니시’ 파산보호 신청
  • 김종대
  • 승인 2020.0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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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지역 최대 조선소, 3.11 대지진 직격탄
정부 지원 바탕으로 부흥 노렸으나
복구비용 부담·신조 불황에 좌절

 

100년 전통의 중견 조선소(造船所)의 위기 後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한 중견 조선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사업 지속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고용 보장과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내세우고, 새로운 주인 물색작업도 4개월여 만에 이뤄내겠다는 등 부활을 위한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법원과 정부, 금융기관의 지원 결정 여부 등 숙제는 남아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 산업 위기의 여파라는 점을 이해하고, 개별 기업을 살린다는 차원을 넘어 조선소의 가치망에 속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 볼만 하다.

사양 산업이며 국가경제에 누를 끼친 주범으로 낙인찍힌 한국 조선 산업으로서는 부러운 대목이다.

 

단독 경영으로 생존 한계

일본 도호쿠(東北)지역 최대 조선사인 야마니시(미야기 현 이시노마키시 소재)가 지난달 31일 도쿄지방법원에 회사 갱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일본의 회사 갱생법은 미국의 파산보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자력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야마니시의 부채총액은 약 123억 엔(한화 약 1356억 원)이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하 3.11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야마니시는 이듬해 본사 공장에서 선박 건조를 재개하는 등 이 부흥의 상징으로 지역 경제를 견인해왔다.

회사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야마니시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해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할 것을 결의하고, 도쿄 지방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도쿄 지방 법원은 감독명령, 조사명령 및 변제 금지 보전 처분을 발령했고, 타카이 종합 법률 사무소 타카이 아키미츠 변호사가 감독 위원 겸 조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야마니시는 조선 산업 불황으로 신조선 사업의 이익 증가와 함께 회사의 자금사정 및 재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어 자력으로 재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법원의 관여 아래 회사의 사업 유지 갱생을 도모하는 것이 당사의 재건 수법으로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해 갱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판단했다.
 

사업 연속·고용보장 요청

카호쿠 신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오후 본사에서 나가쿠라 키요하기 사장 등 경영진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갱생법 신청 배경과 향후 회사 생존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나가쿠라 사장은 “지원처에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다. 체제를 리셋해 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나가쿠라 사장은 이달 중순경 법원으로부터 갱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을 것 예상으로 예상했으며, 개시 결정 직후 자신은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법원 및 감독 위원 겸 조사위원의 지도아래, 갱생 절차 개시 결정 후는 관재인의 지휘 아래 경영 체제·재무 체제의 재건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야마니시는 갱생 절차 신청 직후 지원 스폰서 선정 준비에 착수했으며, 이날 시점에 이미 당사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구체적인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해당 제안을 포함하여 가급적 신속하게 지역의 조선 클러스터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적의 스폰서를 정식으로 선정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 나카쿠라 사장은 선정 시기로 “4월 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향후 사업 지속을 위해 주거래 은행에 자금 지원을 의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새로 계약을 체결하고 갱생 절차 개시 후 적절한 시기에 당분간 필요한 자금에 대해 신규 융자, 즉 ‘DIP 파이낸싱’을 실행할 예정이다.

DIP 파이낸싱(Debtor-In-Possession financing)은 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 파산보호절차를 신청한 기업에게 제공되는 신규 대출자금으로, 이를 제공한 금융기관은 채권자로서 채권 회수시 담보채권자나 무담보채권자, 주주 등 다른 채권자들에 비해 최우선 순위를 갖는다. 한국에서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법원이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에게 DIP금융 지원을 요구한 적이 있다.

한편, 갱생 절차 신청을 통해 야마니시는 신조선·수리조선·철 구조물 제조 등 3개 사업을 계속하는 것과 직원 150명의 고용 유지를 요청했다.
 

3.11 대지진때 공장 괴멸, 1년 만에 조업 재개

지난 1920년 설립된 야마니시는 어선과 원양어선 등을 주로 건조하다가 1975년부터 화물선을, 1980년대에는 페리 및 RO-RO선(화물을 적재한 트럭이나 트레일러 또는 일반 차량을 수송하는 화물선) 건조를 시작했다. 2003년에는 건조가 어려워 다른 조선소가 맡지 않았던 1만9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을 수주해 20척 이상을 인도했으며, 2만4000DWT급도 건조했다. 다른 조선소들의 선대가 부족하자 선주의 요구로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컨테이너 운반선 등 외항선도 진출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야마니시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오일쇼크 영향 등을 받은 1977년에 이어 두 번째다. 1992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야마니시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최고조였던 2010년 3분기의 매출은 약 198억2100만 엔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 벌어진 3.11 대지진으로 공장 시설은 괴멸 상태가 되었고, 창업 이후 보관해 두었던 선박 설계도면과 고객 정보들을 모두 유실했다. 건조 중이던 2척의 벌크선이 유출되고, 안벽 작업 중이던 선박은 직원들이 승선한 가운데 쓰나미에 밀려 방조제로 올라서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약 170억 엔을 은행과 기업재생지원기구로부터 지원 받아 복구 작업을 시작하는 동시에 인접 공장에서 수주 받은 선박을 건조한 야마니시는 2012년 본사 공장에서 기업재생지원기구 등으로부터 약 56억 엔을 지원받아 건조를 재개했고, 2014년에는 지진 후 처음으로 1만t급 화물선을 건조했다.

그러나 주력인 신조선 사업이 침체를 면치 못한 것이 재건의 발목을 잡았다. 나가쿠라 사장은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전에는 조선업이 붐이었다. 이후 수주가 뚝 떨어진 시점에 지진 재해가 왔다”고 말했다. 수요가 줄어든 외항선을 대신해 화물선 등 일정한 발주가 있는 내항선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이익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진 재해로 설계도를 유실한 것 등도 비용 증가의 원인이었다. 신조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형 조선소도 철수하느냐 통합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선업이 활발한 서일본 지역 조선소들의 대형화 붐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단독 경영을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수익이 줄어드니 복구비용 및 감가상각비 등의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을 압박해 재정 악화가 계속됐다. 2018년 3분기 매출은 68억9600만 엔에 그쳐 2014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 92척을 수주해 매출은 지진 후 최대인 111억 엔을 넘었지만, 채무 초과는 약 42억 엔에 달했다.

 

어려워도 젊은 세대 뽑는다

조선 산업은 연관 산업의 저변이 넓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야마니시 본사의 부지 면적은 24만5108㎡(약 7만4145평)로, 한국의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약 26만5000㎡(약 8만163평)과 비슷한 규모로 중견 또는 중소 조선소지만, 일본 동북부 지역의 최대 조선소라는 상징성에 더해 150명의 본사 인력과 가족, 또 조선소 주변에 위치한 각종 부대시설을 감안하면 위상은 적지 않다. 또한 야마니시와 조선소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사도 13개사다. 이미 일본 정부는 조선 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위상이 상당히 위축되어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만약 야마니시가 조선소 문을 닫는다면 니시노마키시 지역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나가쿠라 사장은 “종업원 고용 유지와 사업 지속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한으로 막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전 직원의 고용 유지가 최대의 소원이다. 주거래 은행에 급여 등 자금 대출의 도움을 요청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직원의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조직의 세대교체를 꾀하면서 직원 평균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신입직원 3명을 내정했는데, 젊은 세대 인재 확보 차원에서 입사를 위해 협상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갱생법 신청 직후 협력사 대표들을 불러 경위를 설명하고 향후도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했다.

신청 대리인인 마츠시마 히데키 변호사도 “스폰서의 힘을 빌려 철저하게 경영개혁을 할 것이다. 현장의 능력은 높다”면서 “종업원이나 협력사들이 비관적으로 되지 않도록 실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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