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전망] 중국 양회(兩會) 내용으로 보는 2024년 철강 경기 전망
[분석전망] 중국 양회(兩會) 내용으로 보는 2024년 철강 경기 전망
  • 김홍식
  • 승인 2024.03.14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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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부동산 등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어
통화량↑ 소비자/생산자물가↓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중국 2024년 철강재 수출량 1억 톤 돌파 가능성 높아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를 합친 말)가 3월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내렸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양회는 그 해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의 목표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크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리오프닝(코로나 봉쇄 해제)과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서방 경제학자나 기관들은 “중국이 일본의 장기불황과 같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또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이번 양회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새로운 정책은 없었다. 리창 총리는 개막식 국정운영 보고에서 “올해 5% 이상 성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과연 가능할까? 철강재 수요는 지난해보다 늘어날까, 줄어들까?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수요가 줄면 중국 철강사들은 어떤 전략을 펼까? 이번 호에는 이를 집중 조명해 보기로 하겠다. [편집자 주]

회복보다 내치(內治)를 택한 14기 전인대(全人代)...‘새로운 질적 생산력’ 강조

이번 전인대에서 가장 나온 단어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다. 시진핑 주석이 2021년부터 주장해 온 ’고품질 발전(高品質發展)‘의 업그레이드(Up-grade) 버전으로 미국과의 기술 경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과학기술 예산이 전년대비 10% 늘었다.

2024년 중국 정부 주요 목표는 ▲성장률 5.0% 내외 ▲GDP 대비 재정적자 3.0% 내외 ▲재정적자 규모 4조6,000억 위안 ▲소비자물가 3.0% ▲도시 실업률 5.5% 내외 ▲도시 신규고용 1,200만 개 등으로 모두 지난해와 같다. 국방비 증가율은 7.2%로 3년 연속 7%대 증가율을 유지(`23년 7.2%)했다. 식량 및 에너지 공급 안정과 함께 친환경 정책을 지속 추진, GDP 단위당 에너지 소비를 2.5% 감축키로 했다.

또 10대 중점과제로 ▲산업 현대화 ▲과학교육 발전 ▲내수 확대 ▲구조개혁 ▲대외 개방 ▲주요 리스크 방지 ▲농촌 발전 ▲도농 통합 ▲녹색발전 ▲사회보장이다. 내수 확대 등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가운데 기술혁신 등을 통한 산업고도화를 크게 강조했다.

내수 확대 정책 중 관심을 끄는 부문은 노후 소비재에 대한 교체 추진과 노인 복지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NDRC는 장비갱신에 5조 위안 이상, 교육, 사회보장, 고용 예산 4조 위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차, 가전, 가정장식, 주방, 욕실 등 소비재 보상판매 촉진키로 했다. 또한 7,000억 위안의 중앙정부 예산을 디지털, 기술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다.

재정적자 목표치(3.0%)는 전년(3.0%)과 같지만 지방정부 특별채 한도를 작년 3.8조 위안에서 금년에는 3.9조 위안으로 소폭 늘렸다. 또한 초장기 특별 국채(금년 1조 위안)를 향후 수년간 발행할 계획이다.

구조개혁과 관련해선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개혁을 지속하면서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부동산, 부채 등 핵심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억제할 방침이다. 지방정부 부채와 중소은행 등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부동산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키로 했다.
 

리스크 핵심인 부동산 및 지방부채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어

한편 이번 발표에 대해 해외 언론은 올해 중국경제는 4% 중후반대 중속 성장이 예상되나 정부 주도 성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재정 여력이 축소되고 구조개혁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년에도 10개 중점사업 중 1·2위를 기술혁신에 두면서 GDP의 13%인 신흥산업(AI 등) 비중이 2025년에는 17%로 높아질 것으로 보았으며(HSBC), 소비지원 정책에 따라 약 0.6%p의 GDP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GS).

그러나 중점과제가 작년 8개에서 10개로 늘어나면서 정책역량이 분산될 소지가 있고, 국채 및 지방특별채 발행 확대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정책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지방정부 부채·조세개혁 관련 언급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정책은 없다. 따라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인프라 사업 중단 등에 따른 성장률 저하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1인 집권 체제 부작용이 커지면서 향후 민간기업 신뢰도를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펴지 못하는가?

지방 정부의 부채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10월에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약 721조원) 규모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놨는데, 지방 정부들이 과도한 부채를 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말 기준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37조 위안(약 6,644조원)에 달한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이용해 차입한 숨겨진 부채까지 고려하면 부채 규모는 더 커진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가 설립한 수천 개 금융기업의 숨겨진 차입금을 포함하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소비 지난해보다 늘어날까?

마이스틸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요는 9억2,240만톤으로 전년대비 1.6%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야별로는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희망대로 될까? 개인적으로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요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현재 중국이 처한 경제 상황을 도표를 보면서 설명해 보겠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시중에 통화량은 늘고 있는데, 소비자물가와 생산자 물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모습이다.

2월 제조업 원자재구매지수(PMI)도 49.1로 11개월째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르게 다시 늘고 있다. 실업률 증가는 IT기업 퇴출과 외국기업의 철수, 부동산기업 부도 등의 여파다. PMI는 보통 2~3개월 후의 경기를, 실업률은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연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정부의 장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사정도 비슷하다.

조선과 세탁기를 제외하고 2월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론 춘지에(春節) 연휴가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나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출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해 중국 수출(금액기준)은 전년대비 5.3%가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경기 부진이다. 헝다를 시작으로 컨트리가든, 완다 등 상위 1~3위 업체가 파산했거나 부도 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빈부격차와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집값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주택도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 다는 것이다. 시진핑 3기 밑그림인 ’공동부유(共同富裕)‘는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지금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집값을 바로잡자니 경제가 어렵고, 그대로 두자니 빈부 문제가 결혼 기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채 문제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꺼리고 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인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영토 문제와 반부패 문제다.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출 1억톤 돌파 가능성 높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전체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한 과잉 문제와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현재 중국의 공식 생산능력은 알려진 게 없다. 2016년~2018년 노후 설비에 대한 과감한 셧다운을 시행하면서 2억톤 가까이 생산능력을 줄였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이구환신(以舊換新 :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인데, 탄소강업체가 STS나 특수강을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개조나 증설을 했다.)이나 최근 전기로 증설 등으로 생산능력은 구조조정 이전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중국 조강생산은 10억2,000만톤으로 전년대비 0.7%가 늘었다. 그것도 연말 대대적인 감산 덕분이다.

중국 철강업계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유지보수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다 보니 감산이 쉽지 않고,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래서 수출을 늘리는 모양새다. 2023년 수출은 연간 9026만 톤으로 2016년(1억843만 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2%나 늘었다. 월 평균 수출은 796만 톤으로 800만 톤에 달했다. 중국 철강재 수출은 2015년 1억1,240만 톤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지금과 같은 가격 약세와 내수부진이 지속될 경우 월 수출량도 1,000만톤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슬래브와 빌릿 반제품에 대해 수출 관세를 높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주요 수출 국가에 대한 무마용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산 반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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