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철강업계 비상(非常) 선포...비상(飛上)의 기회로
[페로칼럼] 철강업계 비상(非常) 선포...비상(飛上)의 기회로
  • 김종혁
  • 승인 2019.10.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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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철강 기업들이 최근 비상경영을 잇달아 선포한다. 올해 많은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는 데다 적자도 적지 않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포스코조차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분기 연속 하향세다. 현대제철은 3분기 적자만 아니면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돈다.

앞으로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사실상 찾기 어렵다. 공급과잉은 더 심화되고 수요 개선의 빛은 미약하기만 하다. 현 정권의 정책적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변이 온통 경고등이니 비상은 비상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나름의 결론이 나왔다.

희망적인 얘기를 하자면, 현재 가격은 상승 시점을 예측할 위치에 와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얘기는 그간의 철강 가격 패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면 광산기업으로부터 철강메이커, 유통, 수요산업까지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이 상호 작동한다. 판매 가격이 한계원가 이하로 떨어지면 모두가 나서 추가 하락에 대한 저항을 높인다. 이미 수리일정 등을 활용해 감산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유통은 이미 가격 하락에 대비해 연초부터 재고를 줄여서 운영했다.

위기는 얼마나 지속되는가가 아닌 대응력의 문제다.

과거 데이터에서도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1997년 IMF위기를 거쳐 2008년 리먼사태에 이르까지 만 10년, 그 이후 10년을 보내고 2019년은 또 다시 최악의 위기가 돌아왔다.

앞서 2차례 위기의 공통점은 그 해 전후로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1997년 4월 열연 가격은 톤당 345달러로, 앞서 1996년 2월 255달러를 저점으로 100달러가량 급등했다. 역사적 기록를 낸 2008년 7월은 1110달러까지 치솟는다. 2007년 11월 580달러에서 갑절이나 뛰었다.

2019년은 연초부터 줄곧 하락세다. 앞서 정점은 640달러에 이른 2018년 3월, 이로부터 현재까지 약 200달러나 빠졌다. 앞서 2차례와 같이 급등을 장기침체의 전조로 본다면 침체국면은 이미 1년 전에 시작됐다. 사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위기를 절감했다. 이미 위기 대응의 체질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위기에 대한 오진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비상’을 회사의 ‘절망’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안타깝지만 통상 위기라는 것은 경영진이 가장 많이 느낀다. 회사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없으면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없다.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너무 비상을 강조해도 부작용이 따른다. 늘상 비상을 외치다보니 구성원들은 무감각해지고, 정작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간과하기 쉽다.

사소한 것이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고,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 것은 그 시작도 알 수 없게 소멸되기도 한다. 상처가 아닌 곳을 여기저기 건드려놓았는지 되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요즘 업계 관계자들과 위기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누다보니 철강은 호황기보다 불황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위기를 통해서 대응력을 키웠다는 점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 기간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로 결코 짧지 않다. 비온 뒤 날이 개이듯 현재의 위기가 기회로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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