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스마트폰의 역설, 사색은 없고 검색만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스마트폰의 역설, 사색은 없고 검색만
  • 김진혁
  • 승인 2021.06.02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출시 이후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들 52%가 휴대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중독 증세를 보인다. 전철 안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대부분 사람 모두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옷이나 음식점을 검색하고 SNS에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읽거나 직접 쓰기도 한다. 일부는 게임에 완전히 넋을 빼앗긴 사람도 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50년 전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스마트폰은 현인 1000명의 지혜와 백과사전 수십 권의 분량의 지식을 제공한다. 넓은 통신망이 거미줄처럼 곳곳에 퍼진 ‘월드 와이드 웹’은 인류에게 정보 과잉을 선사했다. 불과 20~30년 전까지 사람들은 희소한 정보를 수집하기 바빴지만, 오늘날에는 세상만사를 한 손안에서 생중계로 보고 듣는다. 하지만 쏟아지는 정보에 생각하거나 사색이 사라졌고 검색만 있다.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다. 가족의 출생과 임종도 스마트폰으로 지켜본다. 세계 전역의 매장이 1600개가 넘는 장난감 최대 업계인 토이저러스가 매장 문을 모두 닫았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서 게임하고 동영상 시청하는 데 시간을 써서 장난감을 덜 산다. 더 치명적인 것은 장난감을 살 때 인터넷 쇼핑으로 사기에 매장이 필요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산업 상황은 장난감뿐만 아니라 백화점, 마트, 전문적인 전자 마트나 의류 판매점에도 적용된다.

스마트폰은 문명의 시계를 바꿔 놓았다. 문명은 속도와 비례하여 발전한다. 걷거나 뛰던 인간이 말을 길들인 뒤에는 평균 시속 20㎞로 빨라졌다. 증기기관차는 19세기 말 속도를 시속 60㎞까지 높였다. 20세기에는 자동차 덕분에 시속 100㎞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초고속 열차는 시속 300~400㎞로 달리고 비행기는 시속 1234킬로가 넘어 남는 시간에 더 효율적인 일을 하게 되었다.

고대인이나 현대인이나 하루 24시간은 똑같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조선 시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가는 길은 한 달 이상 걸어갔지만, 지금은 5시간 이내 모든 곳을 갈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해 24시간 편의점도 있다.

현대인은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바쁘다고 호소한다. 자동차가 느리게 가는 것을 못 참고 엘리베이터 타는 순간 닫힘을 누른다. 식당에 음식이 늦게 나오면 짜증을 낸다.

출퇴근 길의 버스, 지하철은 과거 왕이나 귀족들의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빠르고 편리하다. 먹고 마시는 것도 스마트폰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오늘날 평범한 사람의 생활이 17세기 유럽 귀족보다 부유하고 안락해졌다.

식탁에는 세계 곳곳의 식자재로 만든 음식이 넘쳐나고 있다. 조선 시대 왕의 밥상은 12첩 반상이 기본 상차림이다. 전국 각지에서 진상된 최상의 재료로 최고 수준의 요리사가 만들었지만, 당시 좋은 재료라고 해도 지방에서 서울로 오기 때문에 절이거나 말려야 했다. 반면 뷔페에 가면 수십 종의 메뉴와 산지에서 가공하지 않고 즉석에서 먹는 요즘 사람들의 먹거리가 훨씬 낫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소득이 늘고 문명의 이기를 받을수록 더 커지는 것은 아니다.

속도보다는 경험이, 검색보다는 사색이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이리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