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통계가 통계를 왜곡한다
[남영준 칼럼] 통계가 통계를 왜곡한다
  • 남영준
  • 승인 2020.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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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본사 고문(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남영준 본사 고문(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여론조사가 맞다 안 맞다가 시중의 화제다. 미국은 여론조사가 가장 발달 했지만, 대통령선거를 맞추지 못했다. 뉴욕타임즈, CNN 등 주요언론은 바이든이 압승한다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경합 주에서 막판에 승리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전화 응답률이 낮아 조사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국내 여론조사도 보수 진영에서는 잘 믿지 않는다. 보수 쪽 사람들은 조사에 많이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대부분 조사는 표본 조사이다. 전수 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모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다. 여론조사 표본도 성별, 지역별, 연령으로 구분하여 만든다. 문제는 응답률이다. 직접 전화를 하면 20% 정도, 자동응답(ARS)은 5% 이내가 응답한다. 조사기관이 보정을 하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발표는 95% 신뢰수준에 ±3.1%라고 나온다. 이는 지지율이 20%이면 17~23% 안에 95%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누가 22%만 되어도 크게 앞선다고 표현한다. 실제는 19~25%이니까 대부분이 그 안에서 겹친다. 오차범위는 표본 수가 1,000이면 3.1%, 2,000이면 2.2% 이다. 오차범위 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통계 해석이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상승률이 낮다. 그래서 정부 당국자는 이 수치를 잘 인용한다. 반면 같은 기관에서 발표하는 월간 상승률은 높다. 이는 월간이 조사시간이 길어 잘 반영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적을 이야기할 때도 종종 오류를 일으킨다. 실적을 과거와 비교해서 몇 % 증가했든가, 감소했다고 한다. 여기서 비교하는 과거가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 확 달라진다. 기준 시점이 낮을 때면 증가하고, 좋아 보인다. 만일 높을 때로 하면 감소하게 된다.

비교 시점만이 아니다. 통계 기준과 포함되는 범위에 따라 다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에 가계 대출이 10조 늘었다고 한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6조라고 한다. 포함되는 금융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는 수치로 표현하니까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다. 통계는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도 질문 내용과 순서를 조금만 바꾸어도 결과가 달라진다. 여론조사를 다른 기관의 조사와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조사방법과 설문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의 흐름을 보는게 중요하다. 통계를 믿기도 안 믿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통계의 속성을 알고, 이를 악용하는 것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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