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남영준 칼럼]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 남영준
  • 승인 2020.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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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본사 고문 (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남영준 본사 고문 (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고된 시집살이에 울고 있는 딸을 찾아간 친정엄마가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하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코로나로 일상이 어려워지고, 서로 비난하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조그만 일이 있어도 편을 나누고, 비난하고, 다투는 세상이다.

코로나를 걸리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 확진자가 되면 비난받는다. 자기가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르고 다니다가 전염시키면 욕을 먹는다. 코로나를 우리가 만들거나 전염시키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코로나로 소상공인들이 죽을 지경이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 임대료는 커녕 전기료도 내기 힘들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가 힘들다. 이런 소상공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취업이 역대 최고로 힘들다. 기업들이 어렵다 보니 뽑는 곳이 거의 없다. 공무원 시험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데가 없다. 아르바이트도 거리 두기와 영업 제한으로 구하기 힘들다. 그냥 집에서 쉬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침체 되고,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존을 다투고 있다. 곳곳마다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남아 있는 직장인마저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른다. 해고되고, 정리되어 나온 직장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애써 키운 농작물이 긴 장마와 연이어 닥친 태풍으로 망쳐 버렸다. 익어가던 과일은 태풍으로 주르르 떨어졌다. 긴 장마를 가까스로 견딘 벼는 태풍으로 쓰러지고 물에 잠겨 이삭이 익지를 않는다. 망친 일 년 농사를 바라보는 농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학교는 부분 개학했다, 쉬었다를 반복한다. 학생들은 입학식을 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수업도 하지 못했다. 수능 시험은 다가오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공부도 제대로 안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 있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잦다. 아이들이 학교에 매일 가지를 않는다. 어린이집이 때때로 휴관이다. 집에 머무는 식구가 많다 보니 삼식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이다. 아이들은 먹을 게 없느냐고 보챈다. 반년을 넘어서니 몸도 마음도 지친다. 식구들에게 짜증을 낸다. 일상에 지친 주부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딸이 시집 식구에게 야단맞아 울고 있을 때, 친정엄마가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딸을 보듬어 안는다. 세상 어느 곳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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