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귀소본능과 추석, 그리고 코로나
[남영준 칼럼] 귀소본능과 추석, 그리고 코로나
  • 남영준
  • 승인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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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본사 고문 (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사장)

귀소본능은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려고 하는 본능적인 성향을 말한다. 귀소본능의 대표는 연어와 비둘기이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간다. 그리고 3년 정도 지난 후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를 이용해서 연어 치어를 남대천에서 방류해 매년 10월경이면 ‘남대천연어축제’가 열린다.

개도 귀소본능이 강한 동물이다. 1995년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간 진돗개가 300km를 걸어 진도의 집으로 찾아온 사연은 유명하다. 2004년 진도에 ‘돌아온 백구상’이 세워졌다.

말도 귀소본능이 있는데 김유신과 천관녀의 일이 잘 알려져 있다. 다시는 술집에 들르지 않기로 어머니께 맹세한 김유신이 말 위에서 졸면서 집에 돌아가던 중, 말이 늘 가던 대로 천관녀의 집에 이르자 말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이용해 통신으로 이용했다. 전서구로 훈련한 비둘기는 100km 넘어서도 돌아온다. 비둘기를 전서구로 가장 많이 활용한 시기는 1차 대전 때이다. 영국군은 10만 마리의 비둘기를 훈련해서 통신에 사용했다.

붉은바다거북은 알에서 부화하면 바다를 향해 죽자 살자 기어간다. 바다에 도착한 녀석들은 대서양을 20년 동안 돌아다니다가 자기가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태어난 수천 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 살아남지만, 귀소본능이 놀랍다.

흑염소는 보통 방목하여 키우는데 2주 정도만 축사에 가두어 놓고, 자기 집이라고 인식시키면 방목하여도 돌아온다고 한다.

동물뿐이랴. 사람도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 다음날 아무 기억을 못 해도 신기하게 집을 찾아온다. 때로는 집 앞에서 쓰러져 자는 사람이 있지만 말이다.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찾는 일도 귀소본능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고향이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정지용의 시 ‘고향’에서부터 ‘고향생각’, ‘내고향’, ‘고향역’ 등 고향 노래가 많다.

추석이 되면 너도나도 귀향길에 오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친구를 만난다.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가는 일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고향으로 가는 차들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고향 집에 어머니가 만든 터키 구이를 먹고, 미식축구를 보는 게 미국인의 모습이다.

일본은 우리 추석과 비슷한 ‘오봉’이 있다. 양력 8월 15일 전후인데 우리의 추석처럼 대이동을 한다. 오봉 때에는 흩어진 가족이 모여 ‘하카(墓)마이리’라고 부르는 성묘를 함께 한다.

올해 일본의 ‘오봉’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귀성이 대폭 줄었다. 예년 같으면 꽉 막혔을 고속도로가 한산했고, 기차인 신칸센의 발매율이 50% 정도밖에 안 되었다. 여행도 코로나로 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올해 추석은 코로나로 귀향이 어려워졌다. 손자, 손녀를 보고 싶지만, 안전을 위해 오지 말라고 하는 고향 부모가 많다. 추석이 되어도 무언가 허전하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연어처럼.

미국에서는 화상회의 도구인 줌을 이용해서 11월 26일의 추수감사절을 지내겠다는 사람이 벌써 수백만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는 가족들이 안 모이고 각자의 집에서 줌으로 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줌을 많이 쓰고 있지만, 연로한 부모님들이 모른다. 미리 부모님에게 사용 방법을 알려주어서, 각지에 있는 가족들 모두가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안 되면, 카톡의 페이스톡을 이용해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방법도 좋다. 코로나 시대의 추석은 새로운 방법으로 지내야 하는 뉴노멀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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