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값싼 中産 외면 15년 국산 컬러강판 고집-김관섭 한산패널 대표
[인터뷰] 값싼 中産 외면 15년 국산 컬러강판 고집-김관섭 한산패널 대표
  • 김종혁
  • 승인 2020.03.17 0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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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재 사용은 고객과 신뢰를 지키는 일”
외강내유의 뚝심경영 정품만 사용 기본정신 투철
생산성 품질 주력…안정적인 경영핵심은 권한부여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늦은 2월. 곤지암에 위치한 한 패널 회사를 찾았다. EPS 패널 전문 생산기업인 한산패널이다. 앞서 대형 컬러강판 대리점의 대표이사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국산 컬러강판만 쓰는 고집스런 회사가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경직돼 있는 가운데서도 염치 불구하고 소개를 부탁했다. 한산패널은 “하나의 큰 산으로 발전하자”는 의미다. 이 회사를 설립한 김관섭 대표가 지었다. 산은 사계절 변화에도 뚝심으로 한 자리를 지킨다. 각 종 동식물들은 그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이 회사 대표와 2시간여 인터뷰를 통해 얻은 한산패널의 인상이 바로 ‘하나의 큰 산’이었다. <편집자 주>

외강내유의 뚝심경영...설립 15년만에 자가공장 얻어

김관섭 한산패널 대표
김관섭 한산패널 대표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 오뚝한 코, 날카로운 턱 선은 김관섭 대표의 단단함, 강인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편안하게 짓는 웃음 밖으로 눈가에 자연스럽게 잡힌 몇 줄의 주름은 산전수전을 겪은 경영인의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함께 표출된다. ‘외강내유’의 캐릭터다.

김 대표는 매스컴을 통해 접해봤을 법한 전형적인 자수성가(自手成家)형 인물이다.

철강과는 인연이 없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1993년 패널 회사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생산, 시공, 영업 업무를 두루 맡았다.

영업은 특히 김 대표가 가장 재미있는 일로 꼽는 분야였다. 고객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우리 회사의 제품을 파는 일은 재미 그 자체였다.

그렇게 사회 인맥이 쌓이던 도중에 한 지인이 회사 설립을 권유했다. 한산패널이 1997년 2월 태어날 수 있었던 출발점이다. 사업의 첫 시작은 쉬울 리 없었다. 자금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전세금을 빼서 중고 설비를 들여 공장을 우선 구축했습니다. 젊은 혈기였죠. 경기도 광주에 공장부지를 월세로 임대를 했고, 돈은 차근차근 갚아나갔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지 15년이 지난 2013년에 사업을 처음 시작한 광주에 땅을 매입했다. 처음으로 자가공장, 한산패널 가족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그 때를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한다. 착공에서 완공까지의 6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찾았다. 공장 바닥 공사에서부터, 직원들이 머물 사무동 구석구석까지 번듯한 모습으로 자리잡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었다.

“공장이 완공되고 나서 자가용으로 마당(하치장)을 몇 바퀴나 돈 지 몰라요(웃음)”

사업 초기, 일도 많았고 재미가 있었다. 그간 쌓은 지인들도 진심을 다해 도움을 줬다. 광주 지역은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성장을 도왔던 고객사 및 협력 관계사들이 함께 터전을 잡고 있는 곳이어서 의미가 깊다. 김 대표에게는 제 2의 고향과도 같다.

곤지암에 위치한 한산패널 공장 전경
곤지암에 위치한 한산패널 공장 전경

한산패널은 1997년 2월에 설립됐다. EPS판넬 1호 생산라인으로 첫 출발을 했다. 이듬해 5월 2호 라인을 설치하고, 4년 뒤인 2002년 2월 신규 라인을 들였다. 2004년 EPS판넬 성형기(500골)를 증설한 데 이어 2008년 V45 성형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2010년과 2012년 사이딩 및 메탈 성형기를 증설해 현재의 기반을 갖췄다. 2013년 12월 현재 사옥 및 공장을 신축하면서 본격적인 확장기에 들어섰다.

주력 생산 품목은 징크패널, 징크강판, 디자인패널, 사이딩패널, 난연 EPS패널 등 다양한 내외장 샌드위치 패널이다. 30여명의 임직원들은 공정 및 품질 관리, 건축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토탈서비스(Total Service)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징크패널은 순수 아연에 티타늄, 구리 등의 금속이 첨가된 합금 판재다. 징크강판의 아름다움과 함께 패널 성형부의 돌출된 부분이 음영효과로 시각적 입체감을 준다. 돌출된 이음의 세련된 아름다움을 샌드위치 패널에 그대로 접목시켜 벽체 및 지붕재 등에 활용도가 높은 자재다.

디자인패널은 다양한 외장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중 세라믹스톤패널은 벽돌 문양을 샌드위치패널에 그대로 적용한 제품이다. 세라믹스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편리하다는 게 강점이다. 주택, 상가, 사무동 등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다.

한산패널은 ‘약속을 지키는 기업’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변화하는 생활공간과 건축문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에 역점을 두면서 합리적 경영체제 구축, 철저한 공정관리, 품질관리로 고객에게 이익과 감동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산패널의 제품이 적용된 건축물. (왼쪽부터) 세라믹스톤패널, 징크패널, 라인메탈패널, 대리석패널
한산패널의 제품이 적용된 건축물. (왼쪽부터) 세라믹스톤패널, 징크패널, 라인메탈패널, 대리석패널

 

안정적인 경영 핵심은 권한...대형사 욕심보다 틈새시장 노려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경영에 관심을 집중했다. 다소 늦은 나이에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까지 마칠 정도로 열의가 있었다. 가장 먼저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기본은 이윤 추구입니다. 안정적인 경영은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직원들의 책임감과 행동, 결단력이 필수입니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고객의 필요는 접점에 있는 임직원들이 가장 잘 안다고 믿었다. “권한을 부여하면 고객의 니즈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대할 수 있습니다. CEO와 같은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이죠”

임직원들과의 소통은 자연히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는 한산패널의 안정적인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일거리는 손이 부족할 정도였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물량 증대는 물론 품질도 높일 수 있었다. 더 큰 회사로 만들기 위해 욕심도 부릴 법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한 EPS패널 시장에 집중했다. 틈새시장이었고, 이곳에서 작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일이 들어오다 보니 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형업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습니다.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잘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객과의 약속 공생이 경쟁력...정품만 사용하는 기본정신 투철

패널 소재인 컬러강판은 대리점에서 구매했다. 매출 등 회사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컬러강판도 더 많은 양이 필요했다. 철강 메이커에서 직거래 요청도 있었다. 한산패널과 같은 중소기업들에게는 원가절감, 안정적인 소재공급 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거래다.

김 대표는 고집을 피웠다

“철강 메이커와 직거래도 좋지만, 성장을 함께 한 파트너 회사와의 관계가 더 중요했습니다. 직거래는 정중히 거절했고, 파트너사와 공생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고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국산 컬러강판만 사용하고 있다. 중국산 컬러강판은 많은 패널 회사들이 소재로 쓰고 있다. 중국산은 원가가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김 대표도 많은 제안을 받았다.

“중국산 등 수입재 가격이 싸다고 부적합한 자재를 쓰는 일은 절대 금기시 했습니다. 눈을 속일 수 있어도 마음을 속일 수 없는 일입니다. 중국산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사실을 알고도 거래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중에서도 소위 ‘두께 빼기’를 한 소재는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정품을 쓰는 것은 김 대표가 중요시 하는 고객과의 약속과도 같았다.

“현재 한산패널만 보고 거래하는 기업이 많은데,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오래 관계된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비단 중국산을 쓰지 않은 다는 사실보다는 한결 같은 모습을 봐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산패널은 설립 20년이 지난 현재 2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EPS패널 중심에서 글라스울, 우레탄 패널 시장으로의 확장을 염두하고 있다. EPS패널로는 대형 건축물 등의 수요에 대응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패널 회사들은 보통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공, 건설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확장에도 “내 갈 길을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시공, 건설 등에도 관심이 있지만 욕심은 내지 않습니다. 고객사과 겹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내 갈 길을 가자는 의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고객과의 신뢰, 공생은 기업 경영의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뚝심으로 걸어온 20년, 김 대표가 추구하는 ‘나의 갈 길’은 한산패널 가족과 고객과 함께 하나의 큰 산으로 가기 위한 하나하나의 계단이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強小企業)의 힘은 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돼 공생으로 가는, 결코 짧지 않지만 김 대표가 생각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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