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정·투명한 거래질서가 중요
[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정·투명한 거래질서가 중요
  • 최영수
  • 승인 2024.03.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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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전 공정위 규제개혁 단장
최영수 전 공정위 규제개혁 단장

중소제조업을 영위하는 이웃집 회사대표가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요즘 경제형편이 어려워 너무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 중인 태영건설을 비롯하여 PF사업이 어려운 가운데 건설경기가 올해에는 최악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물론 화약고는 건설분야 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고 아우성들이다.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과 국지전쟁 장기화 등으로 우리의 대·내외 경제 여건은 악화되고, 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불공정거래행위 유형도 더욱 복잡·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철강산업을 위시한 중소사업자의 경영악화로 인한 분쟁 발생 위험도 상당폭으로 증가할 것이 자명(自明)하다. 그러면 응당 공정위에 불공정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IMF시절에 하도급법 위반 신고건수가 급증한 것이 그 단면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지난 2월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지난해 통계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도 분쟁사건 전체 접수 건수는 3,481건으로, 2022년도(2,846건) 대비 22% 증가하였다.

분야별 접수 현황을 보면, 일반불공정거래 분야가 1,372건 다음으로 하도급거래 분야가 1,044건, 가맹사업거래 분야가 605건, 약관 분야 339건 등의 순이다. 각 분야별 접수 건수는 일반 불공정거래 및 약관 분야의 접수 건수 다음으로 하도급 분야 중 건설 하도급 분야의 접수 건수가 2022년도(492건) 대비 25%나 증가하였다.

분쟁이 접수된 사건의 신청이유별 현황을 보면, 하도급거래 분야는 총 1,044건 중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가 648건(62.1%)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 75건,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의무 위반 행위 72건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가 운용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原事業者)와 수급사업자(受給事業者)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활동 중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하도급거래는 비용절감 등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갑질행위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거래구조이다. 수직적 분업구조에서 공고해진 대기업의 막강한 시장지배력 및 협상력에 의해 끊임없는 단가인하에 기초한 납품경쟁이 심화되면서 하도급업체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경우 거래상 열위에 있어 대기업이 불공정거래를 강요하더라도 혹시 모를 거래중단의 위험을 우려하여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분쟁 관련 통계와 같이 일방적인 납품단가인하나 발주취소 등 대기업들의 우월적 힘을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관련 피해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계약체결단계, 계약이행단계, 목적물인수단계, 대금지급 및 거래종료단계별로 규제되고 있는 사항들을 기존 공정위의 심결례를 통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발생된 사안들을 들여다보면 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사업자가 각 거래단계에 따라 하도급법에서 정한 의무사항과 금지행위를 잘 점검하고 지켜 나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건전한 하도급거래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기업이나 원사업자가 이를 지키지 아니하거나 관련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거래단절 및 보복조치를 우려하여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아니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기업활동 과정에서 먼저 하도급법 규정에 대한 부단한 연찬이 필요하며, 다음으로 원사업자이건 수급사업자이든지 간에 관련 법 준수를 위한 의식을 고취하고 실행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또한, 어려운 경제상황에 따른 분쟁을 예방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이기는 하나 그 이전에 하도급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거래단계별로 각종 증거서류를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녹취나 간접적인 정황증거를 미리 확보해 분쟁에 대비하여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서로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공정과 협력의 하도급문화 선진화가 자리 잡아야만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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