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력을 찾다⑨] 고산 에이팀벤처스 '3D프린터' 창업에서 '제조플랫폼'으로
[미래동력을 찾다⑨] 고산 에이팀벤처스 '3D프린터' 창업에서 '제조플랫폼'으로
  • 정현준
  • 승인 2024.03.05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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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D프린터 제작 스타트업 창업 경험
제조업 어려움 경험 통해 플랫폼 개발 결심
주 고객인 제조 공장 지원으로 ‘상생’ 노력
3월 커뮤니티 오픈으로 홍보·구인 ‘원스톱’
철강 원자재 분야 업체와 협력 가능성 시사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빅3’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도 몇 년 전부터 자사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해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학 중 스타트업 문화에 감명을 받아 2013년 스타트업인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하고 보급형 3D프린터를 제작하며 제조업계에 뛰어들었다.

고산 대표는 이후 2020년 9월 온라인 제조플랫폼 ‘캐파(CAPA)’를 론칭했다. 캐파는 제조와 수요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장의·공장에 의한·공장을 위한’을 표방한 플랫폼이다. 대표로서 제조업체를 운영해보며 제조업의 특성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고산 대표는 “3D프린터 제조업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제조분야의 수요사는 공급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느꼈다”며 “수요사와 공급사를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끼게 돼 직접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며 공급사인 공장과 수요사인 기업 간에 어디를 주 고객으로 삼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공장을 고객으로 삼고 플랫폼을 통해 공장에 여러 지원을 해주면서 공장들과 함께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업방향을 공장을 위해 수요사를 유인하고 인력을 연결하며 홍보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설정했다.

고 대표는 “3월부터 공장들이 자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픈할 예정이며,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장과 외국인 근로자를 연계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공장을 위해서 고객을 찾아주는 것부터 원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홍보와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까지 도와주는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철강 원자재 분야 업체들과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캐파에는 뿌리 산업을 중심으로 전체 2500개 정도의 공장과 2만 개 정도의 수요 기업들이 등록돼 있는 중이다.

고 대표는 “원자재 공급망 확보와 판로개척 등 철강 업체들도 저희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라면 어떤 사업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사업 제안들은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본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Q> 에이팀벤처스에서 지난 2020년 9월 온라인 제조플랫폼 ‘캐파(CAPA)’를 론칭하셨습니다. 해당 플랫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캐파는 제조 분야의 비교 견적 플랫폼으로, 제조와 수요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장의·공장에 의한·공장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주요 서비스로는 공급자인 공장들에게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인 고객들을 모아서 연결하는 것입니다.

<Q> 과거 한국인 최초로 우주인에 도전하셨는데, 해당 경험이 창업과 이번 플랫폼 사업 시작에 어떤 영향을 주신건지요?

우주인 도전은 관련이 없고 이후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미국의 스타트업 문화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유학 후 귀국해서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운영을 하다가 2013년에 스타트업인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해 보급형 3D프린터를 제작했습니다. 대표로서 제조업체를 운영해보니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공장들이 고객사를 찾는데 어려워하는 것을 경험했고 플랫폼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돼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캐파를 론칭할 당시 국내외 벤치마킹 사례가 있다면?

미국의 조메트리(Xometry)와 픽티브(Fictive), 일본의 캐디(Caddi)가 저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메트리는 제조업 플랫폼 회사로, 부품 제조를 희망하는 고객이 도면을 올리면 제조사들이 이를 보고 도면을 제조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공장과 납품 제조사 중 어느 쪽이 주요 고객으로 보시나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수요 기업과 공급 공장 중 고객을 어디로 타겟으로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수요자들이 저희 고객이면 플랫폼 시장에서 고객을 뺏기 위해 경쟁을 일으켜야 됩니다. 저희는 그게 아닌 공장들 자신의 능력치를 플랫폼 내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공장들이 잘 가동될 수 있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면서 공장들과 함께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공장을 위해서 수요 기업도 끌어오고 소모품도 저렴하게 공급하며 인력을 연결하고 홍보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향으로 가려합니다.

<Q> 캐파의 회원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지금은 회원사들에게 무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2분기 정도부터 일부 유료화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제조사와 매칭이 잘되고 있는 공장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회원비를 받을 예정입니다.

<Q> 현재 캐파에 등록된 제조업체는 어느 정도며, 어떤 부문과 지역의 비중이 높나요?

뿌리 산업 위주로 전체 2500개 정도의 공장과 2만 개 정도의 수요기업들이 등록돼 있습니다. 부문으로는 CNC 가공 부문이 전체의 20%로 가장 많습니다. 금형 제작·사출(20%)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며, 이어서 제품 개발과 디자인 설계가 각각 10%를 차지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역으로는 수도권이 절반을 차지하는 등 가장 많으며, 경상도 기업들도 많습니다. 산업 분야로는 항공 우주에서 의료기기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Q> 캐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로켓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들이 꽤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그런 곳들이 캐파를 이용해 주문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 플랫폼이 우주 산업에도 간접적으로나마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밌었습니다.

<Q> 월간, 연간 거래량은 어느 정도가 되나요? 인기 또는 추천 품목이 있다면?

현재 거래량은 월 60억 원 규모입니다. 품목으로는 기계 부품류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주문 수는 월 1000건 정도를 기록하고 있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Q> 올해 캐파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플랫폼에서 마켓을 통해 공장들이 필요로 하는 철강 등 원자재와 윤활류 등 소모품, 도구 등을 유통할 예정입니다. 3월에는 공장들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오픈할 예정이고,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장과 외국인 근로자를 연계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공장을 위해서 고객을 찾아주는 것부터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홍보도 할 수 있게 해주며,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올해 어느정도 매출을 목표를 하고 계시나요?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뿌리 산업 제조업 위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업종 다각화를 통해 일반 공장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회원 수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Q> 제조업 특히 뿌리산업 부문 시황 악화로 인해 플랫폼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가요?

플랫폼은 사실 상황이 좋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제조업체들이 각자 도생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사업 환경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타개할 창구로 저희 같은 플랫폼에 무료로 등록해 매칭을 통해서 수요 기업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과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저희는 국내는 물론 향후 해외에서도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방향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Q>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온라인 사업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다른 플랫폼과 비교할 때 캐파만의 강점,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저희 회사는 3D프린터 제조로 시작해 제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조업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잡고 있다는 점이 제조 공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장점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에서 여러 공장의 견적들을 보면서 각각의 역량이나 단가 등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보는 수고로움을 덜면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철강업계에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철강 원자재 쪽도 저희가 공장들에게 연계할 예정이어서 그런 쪽 기업들도 저희와 함께 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자재 공급망 확보와 판로개척 등 저희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고, 저희는 공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라면 어떤 사업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사업 제안들은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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