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공정위 현장조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
[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공정위 현장조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
  • 최영수
  • 승인 2023.09.01 0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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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법무법인 스퀘어 고문(前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논란의 진위에 대하여 국회 및 정부, 관련 업계 등에서 나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보는 시각이나 관점에 따라 동 사안의 심각성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조직 개편 후 급증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현장조사는 증가한 반면 조사인력은 감소했다는 나름의 분석이다.

금융, 사교육 등 대통령이 언급한 분야에 대한 즉각 조사가 이어지며 자칫 공정위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덧붙인다.

실제로 지난 6월 공정위는 109개 업체 현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지난 1월(52개)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조직 개편 전인 1~3월 평균(71.6개)에 비교해서도 현장조사가 활발해졌다는 반증이다.

이같은 현장조사 증가는 조직 개편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측면도 있다는 것인데 이는 조사와 정책 업무가 분리돼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논란의 시발점은 대통령이 금융 분야 독과점 폐해 개선을 주문한 이후 공정위는 지난 2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조사한 점이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혁파를 지시한 지난 7월에도 즉각 대형 학원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현장조사에 전격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공정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공정위의 당연한 소임이자 책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원칙 하에 시장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 법위반 혐의가 있는 분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단순 실적채우기나 기업옥죄기 용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국회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렇듯 국회의 주장이나 공정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점은 자칫 공정위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고 구체적 혐의를 바탕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현장조사가 아닌 처벌을 위주로 정밀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란들이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기를 바라지만 철강기업의 입장에서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보다 든든한 대비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몇가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기업의 외부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이다. 막상 경쟁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알 수 없기 마련이다. 관련 협회나 사업자단체 등이 업계에서 사전에 조사방향이나 동향을 미리 기업에 알려주어 거기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이를 충족하지 아니하여 기업은 외부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협회 등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평소에 경쟁당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응방식을 제공하는 한편, 필요한 목소리를 경쟁당국에 전달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다음으로 내부 안전진단이 필수적이다.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계 교수 등을 비롯하여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공정거래 전문가로 하여금 해당 분야 리스크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소위 「안전진단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부지불식 간에 잠재적으로 행해졌던 사업방식에 대하여 다양한 조사기법과 솔루션을 제공받음으로써 기업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철강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업무행태에 따른 분석을 통하여 업무과정은 물론, 구성원의 인식과 행태를 개선하는 것이다. 경쟁을 회피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는 유혹을 뒤로하고 현행 법체계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아서 구성원 스스로가 이를 지켜가는 공정문화를 정립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법제화 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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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2 2023-09-01 17:31:52
잘봤습니다. 논리가 명쾌하니 읽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