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00호 특별기고] 철강산업 세 개의 도그마(dogma)
[지령 100호 특별기고] 철강산업 세 개의 도그마(dogma)
  • 민동준 교수
  • 승인 2023.08.16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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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성장’모델 중국과 글로벌 분업체계 벽에 직면
미래주도권 선점 국가간 경쟁국면 ‘질적성장’ 모색
글로벌 공급망 담대한 계획과 인센티브 투자 필수
인구절벽시대 재교육 체계 인력 효율적 확보 절실
정보 불평등 최소화 변화보다 더 빨라야 생존 가능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는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아집과 편견이라는 도그마를 상징한다.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도라는 과거의 도그마를 극복한 업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모릴법령(Morill Act, 1862년)이라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 교육 정책과 109개 대학설립을 통하여 ‘실용성으로의 혁신’이라는 오늘의 미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사실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링컨은 모릴법령에 서명하면서 언급한 “The Dogmas of the quiet Past are inadequate to the stormy as our case is New, so must we think a new.” 라고 연설했다. 과거의 도그마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이야 말로 미래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여야 할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도그마에 대한 링컨의 고민과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 아놀드 J.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새로운 변화 시대에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사회는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파했다. 과연 우리는 저출산, 디지털 전환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는 탄소중립이라는 비가역적 전환을 얼마만큼의 위기의식으로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 변화, 인구 절벽, 글로벌 공급망의 이슈는 자원-시장-인재의 무한성이라는 과거의 도그마가 유한성으로 대전환하는 힘들고 고된 첫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에너지산업 전시회인 ‘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 WCE 2023)’에 참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솔루션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은부스 전면에 놓인 유동환원로를 형상화한 수소환원제철(HyREX) 오브제.
포스코는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에너지산업 전시회인 ‘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 WCE 2023)’에 참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솔루션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은부스 전면에 놓인 유동환원로를 형상화한 수소환원제철(HyREX) 오브제.

 

첫 번째 도그마 '외면'

오랫동안 애써 외면하였던 기후 위기와 인구 절벽 현상은 에너지-생산-소비-환경등 모든 측면에서 비가역적인 위기로서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러한 위기 요소들이 우리나라의 치명적인 약점인 식량, 에너지, 자원의 한계성과 결합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과 자원-인재-시장 체계의 유한성과 복합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외면이라는 도그마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으로서 첫 번째 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비가역적 변화의 본질은 브레튼우즈 체계와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한 자유무역체제의 퇴조, 미중 무역 분쟁과으로 30년 동안 구축되었던 동북아 및 글로벌 분업체계의 재구성되고 있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초석인 기술-시장-자원-에너지의 자유시장이 미래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으로 죽음의 계곡으로 진입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동안 자유 무역체계의 전주기적 산업구조는 가격경쟁력에 의한 양적 성장이라는 만성적 착시현상을 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모델은 현재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과 글로벌 분업체계의 재구성이라는 변화와 마주하면서 새로운 질적 성장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도그마 '탄소중립'이라는 파도

2021년 10월, ‘2050 Net Zero’라는 선언과 함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를 논의하면서 정치권과 정부, 언론, 학계, 산업계는 물론 기후 전문가와 시민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전략과 강력한 실행만이 좁은 문을 넘어 새로운 녹색 경제체계라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기후 위기에 의한 재난’이라는 거대 담론 이외에 구체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실천이 없는 사회주체간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진국들은 탄소중립화를 미래로의 좁은 문으로 인식하고, 산업-외교-통상영역까지 확장된 국가전략으로 설정하고 수소경제기술개발-탄소국경세-자원재순환 정책을 국가 생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말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의 수준이 좁은 문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탄소누출(Carbon Leakage)과 함께 산업몰락이라는 검은 청사진(Black Scenario)을 걱정한다. 특히 철강-석유화학-시멘트 그리고 RE100 기반의 반도체-2차 전지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 산업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미증유의 기술적 도전을 받고 있다.

금속이나 화학 소재가 없는 자동차, 조선, 가전 산업이라는 문명이 상상되는가?

소재산업은 탄소 집약적 공정이라는 기술적 한계 돌파만이 미래로의 좁은 문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다.

소재 산업의 탄소중립은 전력화, 수소화, 자원재순환이라는 녹색기술개발과 미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 전환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이 지점이 좁은 문의 시작이다. 특히 연간 200~300만 톤 이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30~100만 톤 규모의 실증연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 실증 연구 설비 구축을 위해서는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3년 이상의 설계-건설 기간과 2년간의 연구 기간을 고려하면 이제는 예산을 넘어 시간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2030의 NDC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됐다. 이후 검증된 탄소중립 실증 설비기술로 ’기존 설비의 대체라는 산업 전환‘이라는 큰 강을 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탄소중립의 길은 산 넘고 강을 건너야 하는 고단한 여정인 것이다. 큰강 너머에는 녹색 경제를 위한 새로운 자동차-조선-건설-신재셍에너지-수소관련 소재를 비롯한 초장수명 소재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신천지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 여정을 위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투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긴 여정의 예산을 요청하면 재정당국이나 국회는 탄소중립의 시급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예산 지원에는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화려한 목표설정에 비해 지원이 아쉬운 경우가 많다.

지난해 산업부가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 사업‘에 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올해 추진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를 결정하고 단행해야 할 절박한 기업들에 비해 R&D와 수소환원제철 실증의 조기화를 위한 정책과 예산을 책임지는 국회와 정부는 선진국보다 절박감이 덜한 것 같다. 지난 4월 11일 NDC 목표의 확정과 함께 탄소중립의 경주가 시작됐다.

문제는 준비가 없는 탄소중립의 길은 예산이 아닌 시간의 문제로서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위기가 될지 모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개발 기간을 가속할 수 있는 특단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요구된다.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은 각 국가별 산업 특성과 각국의 자원의 차별성을 노정하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인 그린 전력과 수소 체계로의 산업 전환은 탄소기반의 표준화된 글로벌 공급체계가 국가별 그린에너지 공급체계로 차별화돼 새로운 경쟁력 요소로 부각된다. 따라서 EU, 일본, 중국, 미국등의 선진국과 같이 CCS, 신재생에너지-수소원자력과 ESS를 포함한 전력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그린 에너지 공급 능력에 대한 국가 인프라의 혁신을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그린 에너지원의 잠재력과 경제성은 소망적 수준이다. 그린에너지를 경제적 공급을 위한 국가 대전환이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담대한 계획과 인센티브, 인프라 투자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국가의 책임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그린 전력, 수소. 공급 로드맵, 그린 공정기술의 개발 로드맵, 그리고 실용화를 위한 정책 및 금융 정책 로드맵이다.

2030년 NDC 목표와 현실의 충돌을 완화하는 첫 번째 접근은 파괴적 혁신기술의 가용성, 그린기술 투자의 수용성, 이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우위성이다. 3가지 중 한가지라도 부족하다면 우리나라는 탄소누출에 의한 고용, 산업경쟁력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산업 대전환을 위한 기술 수용 기간과 투자의 어려움의 해소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의 경우, 공정개발에 10년 이상, 상용화에 10년 이상 그리고 제철소당 250만 평 부지에 120조 원 이상의 투자와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 3.5GW의 그린 전력과 500만 톤급의 수소 공급 전략 이외에도 수소 공급, 저장, 수송 그리고 그린 전력과 자원 재생 및 이를 정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가적 콘트럴 타워와 로드맵 그리고 녹색 금융 정책이 반드시 요구된다.

세 번째는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경제성 확보와 에너지 가격 차별성을 극복할 수 통상전략이 반드시 요구된다. 탄소국경세와 같은 새로운 환경 관세장벽은 산업 전환에 따른 비용과 원가 상승요인이 맞물려 산업전환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형성할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곡을 넘으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 설계-건설-조업-제품‘을 전주기화한 그린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산업으로의 진화를 통해 미래 철강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형 EPC 산업은 국내 철강공정은 물론 탄소중립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철강 후진국의 EPC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점이 선진국과 기술을 경쟁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래 철강산업은 양적 성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으로의 질적 전환과정에서의 글로벌 시장 선점여부에 우리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람과 시간이다.

세 번쩨 도그마 '인구절벽'

인구 절벽을 단순한 인구 감소로 이해하면 이민이나 외국인 노동인력의 유입은 단기적인 산업인력의 부족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양적 부족을 채우면 된다는 해결 방향은 숙련도라는 경쟁력 요소로서 양적 해결 정책으로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력에 관한 양적 해결이라는 과거의 도그마가 "탄소중립, AI, 스마트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환경에서 유효할까?“라는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인재의 정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산업은 임금을 기준으로 인재를 구할수 있다는 양적 발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나 이차전지를 비롯해 모든 산업영역의 인력수급 문제는 계약학과 산학 장학제도등의 인재 확보 경쟁을 넘어 산업영역 간 인재 확보 경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출생 인구와 청년 인구감소가 가시화된 2023년부터 시작하여 NDC2030과 AI 산업이 시작되는 시점인 2030년경에는 절대 노동인구 감소가 본격화됨으로써 모든 전환의 기폭점이 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기폭점(Singularity)에서 인구문제는 지금까지의 정년 연장과 외국 노동력 확보와 같은 양적 방법보다는 질적 혁신방안을 요구한다. 새롭게 산업현장에 진입하는 신규 인력에 대한 대학 교육과정의 혁신은 물론이고 새로운 산업 환경인 탄소중립, AI, 스마트화 등에 산업현장의 경험을 접목할 수 있는 재숙련화(Re-Skilling)이라는 새로운 교육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동안 확보된 경험을 AI, 탄소중립 공정화, 자원재순환과 탄소중립공정이나 스마트 공정에 적응 가능한 잠재력으로 진화시키는 재교육(re-Skilling) 산업교육체계는 앞으로 인구절벽 상황에서 산업인력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인재의 정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재는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육성하는 것으로 산업도 인력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제언

2030년은 인구-탄소중립-AI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하여 양적 해결이라는 현재의 도그마로부터 질적 해결이라는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의 경쟁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산업적 난제를 파괴적 국가정책과 기술개발을 통해 좁은 문을 통과한다면 미래 선점을 통한 새로운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스마트 도시, 농업, 제조공정, 무인화, 로봇산업 등이라는 무한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철강과 소재시장은 어떠한가?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보여주고 있는지 질문한다면 매우 답이 궁색하다.

실제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의한 녹색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초고강도, 초장수명, 초경량, 초고기능소재 등에 대한 비전과 같은 꿈이 있는데 말이다. 이제 새로운 소재를 포함한 철강산업을 위한 재교육(Re-Skilling) 및 인재양성 체계(Education)를 통해 미래에 대한 정보의 불평등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겪어야 하는 인구절벽 상태에서 새로운 사회로 진입함에 있어 예상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도 변화보다 더 빨리 달려야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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