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공정법 집행 변화 "철강산업 대비해야"
[최영수의 철강공정(公正)] 공정법 집행 변화 "철강산업 대비해야"
  • 최영수
  • 승인 2023.06.07 0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한 시사점은 바로 이 사건은 검찰이 카르텔 형벌감면 지침(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한 업체의 자진신고를 받고 공정위의 고발 없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라는 점이다.

최영수 前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최영수 前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최근 공정거래법 집행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상당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그 진폭 또한 지금까지의 비교적 잔잔한 수준을 뛰어넘어 급속한 충격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상 이런 분위기의 첫 번째는 33년 만에 공정위의 조직 변화와 집행기준이 새롭게 바뀐 것이고, 두 번째는 검찰의 법 집행 강화 움직임에서 기인한다.

먼저 공정위의 변화이다.

향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시 조사공문에 기재되는 법위반혐의 관련 내용이 더욱 구체화되고, 현장조사에서 조사목적을 벗어난 자료가 제출된 경우에는 피조사인이 해당 자료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환·폐기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조사·심의 과정에서 피조사인의 의견 개진 기회도 확대된다.

공정위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고시)',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고시)', '현장조사 수집·제출자료에 대한 이의제기 업무지침(예규)' 등을 지난 4월 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새로 시행되는 규정에 따라 공정위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가 기존보다 명확해진다. 더불어 조사·심의 과정에서 피조사인과 피심인의 의견 개진 기회도 확대된다.

또한, 현 사무처를 정책부서와 조사부서로 완벽히 분리하고, 기능별 책임성·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개편 사항도 반영되었다. 기존 사무처장의 조사업무는 조사관리관이 수행하게 되고, 사무처장은 조사관리관 업무에의 관여가 금지된다.

이러한 공정위의 변화는 개괄적으로 보면 조사를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 좋아진 부분도 분명 있는 듯하다. 피심인 방어권을 강화하고자 공정위 조사를 받는 사업자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을 명문화하고 당사자 진술에 대한 진술조서 작성도 의무화한 것이 바로 그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검찰의 법 집행동향이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의 빌트인 가구(특판 가구)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을 벌인 국내 가구업체 8곳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이 업체들의 담합 규모는 9년간 2조 3,000억 원대에 이른다는 내용인데,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19일 관련 8개 업체와 전 한샘 회장 등 각 업체 최고책임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영업담당 직원 2명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약식기소하기도 하였다.

검찰시각은 혐의 업체들이 건설사의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입찰에서 낙찰 순번을 합의하고, 낙찰 예정 업체는 다른 회사들에 전화나 메신저로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하였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낙찰 예정사의 입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한 것으로서 이들 기업의 담합 때문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시사점은 바로 이 사건은 검찰이 카르텔 형벌감면 지침(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한 업체의 자진신고를 받고 공정위의 고발 없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라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2순위 자진신고자까지 검찰 고발을 면제해주지만, 검찰에는 2순위 신고자에 대한 기소 면제 혜택이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공정위와 검찰에 접수된 1순위 자진신고자는 같았지만 2순위 업체는 서로 달랐던 것으로 나타나 2순위 신고업체는 기소가 된 것은 유의미한 대목이다.

철강산업 관련 기업도 이처럼 공정위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법집행을 강화한 듯한 시사점을 계기로 새롭게 바뀌고 있는 기업 환경 아래 향후 공정거래법 집행에 대하여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자문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33년 만에 새롭게 조직을 바꾼 공정위가 의욕적으로 변화를 성과로 만들기 위해 강력하게 법적용을 할 것이란 점, 그리고 검찰의 새로운 방식의 법집행, 즉 공정위가 먼저 조사를 하고 검찰에 고발하면 이를 수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정위 처분 이전에 법집행을 한 가구담합 사례에서 철강업계는 그 해답을 얻어야 한다.

이는 공정거래법 운용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 내고 철강산업도 규범적 차원과 실질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산출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두 가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를 위해 철강업계는 먼저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는 유연한 조직을 구축하고, 다음으로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되도록 조직의 신축적 운영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그 예로써 첫째, 조직을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도록 편제하여야 한다.

소위 ‘신속대응팀’을 조직하여 현장감·현실감 있게 적응해야만 한다.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에 정통한 전문가 집단을 확보하여 맞춤형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를 활용하는 한편, 법률서비스 조력을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으로써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에 대해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되고, 기업의 경영환경도 안정적으로 유지·발전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이들 조직이 잘 운영되도록 힘써야 한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관련 교육이나 연수를 강화하는 한편, 공정거래자율준수(CP)문화를 도입하여 확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공정거래 관련 교육기관이나 단체, 대학 등을 통해 위탁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전문 교육컨설팅을 제공하는 강좌나 정기 또는 수시 세미나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기업 내에 공정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위기가 철강산업 전반에 충만해질 때 이번 공정거래법 집행 변화 이슈는 분명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철강산업계가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나갈 수 있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