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국제강 임병문 소장 "최첨단 미래형 철강공장을 그리다"
[인터뷰] 동국제강 임병문 소장 "최첨단 미래형 철강공장을 그리다"
  • 김종혁
  • 승인 2019.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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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욱 부회장 불황탈출 4차산업혁명 과제실행
SF위원회 발족 저비용 고효율위한 미래공장 구축
신기술·신가치 창조하는 혁신연구소 10년…글로벌 TOP 지향
고 장상태 회장 “철강기술 원천은 연구소” 생존철학
장세주 회장 기획~완공-신기술 신가치 기반구축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는 올 10월 준공10주년(창립14주년)을 맞았다. 연구소는 동국제강의 창업정신과 철학, 역사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녹아든 곳이다.

고 장상태 회장이 포항공장을 최첨단으로 건설한 이후 기술 중심의 철강을 다음 세대로 연결해 주기 위한 뜻이 담겼다. 장세주 회장은 연구소를 완성했고, 장세욱 부회장은 미래형 최첨단 동국제강으로 건설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동국제강 싱크탱크인 연구소 운영을 맡은 임병문 소장을 만나 10주년이 된 연구소 설립부터, 현재와 미래를 위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 소장은 1989년 연합철강으로 입사한 이후 6개월 만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신철강연구조합 프로젝트에 6년간 참가했다. 2005년10월 연구소 설립을 위한 TFT에 합류해 기획단계에서부터 2007년 연구소 설립까지 참여했다. 2015년 7월 부산공장(구 유니온스틸) 연구소와 함께 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포항에 위치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전경
포항에 위치한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전경

 

기술중심의 철강기업...거듭된 진화

중앙기술연구소는 동국제강 기술 자립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신기술 신가치를 창조하는 열정 혁신 연구소”가 비전이다. 5대 전략은 ▲고강도 고기능 제품개발 ▲친환경 공정기술 개발 ▲1등제품 1등기술 도전 ▲고객 지향적 R&D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으로 기술선도이다. 이 같은 연구소의 정체성은 최첨단 설비를 우선 갖춰야 한다는 창업주의 정신에서 비롯됐다.

연구소의 철학은 동국제강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해야 바로 알 수 있다. 동국제강 전신인 부산 용호동 공장은 1998년 폐쇄됐다. 공장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장상태 회장은 용호동 공장을 매각하고 차기 입지로 포항을 선택했다. 전망이 밝은 후판 원자재인 슬래브를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가 인접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새로운 생산기지가 됐다. 국내에서는 모두 최첨단 설비로 통했다. 1991년 1후판 공장으로부터 형강, 철근 공장이 차례로 건설됐다. 이렇게 탄생한 포항제강소는 장상태 회장이 2세대 경영에서 사실상 자력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당시 장상태 회장은 이 첨단 공장도 후대에는 낙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의 설립은 그의 숙원사업이 됐다.
 

1960년대 용호동 공장전경(좌) 및 최신식 후판설비(우)
1960년대 용호동 공장전경(좌) 및 최신식 후판설비(우)

장세주 회장은 경영을 맡고 부친의 뜻을 따라 연구소를 완성했다. “철강기업의 경쟁력은 공장으로부터 나온다.”는 철학을 담았다. 제품을 만들어 내는 원천은 기술연구소로 판단했고, 최신의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동국제강의 사명이 됐다. 이후로 장세주 회장은 사내에서 최고의 인재를 기술연구소에 전면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한 ‘싱크탱크’ 기술연구소는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동국제강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가 됐다.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 역할은 더 강조된다. 사실상 실행과 성과의 단계에서 들어선 것이다. 특히 2016년 이후 장기불황으로 빠진 글로벌 철강경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도 안게 됐다.

대표적으로 철강사업의 원동력이었던 후판은 1,2공장이 폐쇄됐다. 최신식인 당진공장만이 후판명가의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선업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이 가시지 않았고 전망도 밝지 않았다. 독일의 딜링거제철소가 후판 명문에서 특수강으로 완전 탈바꿈한 사례와 비춰진다. 연구소는 이 같은 현실을 새로운 미래로 바꿔 열겠다는 열정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 개발을 완료한 ‘DK-LP PLATE'가 대표적인 성과다. 구조 및 강관용 이종두께 후판으로 명명된다. 선박몸체에 적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후판은 서로 두께가 다른 면을 접합할 때 가공과 용접이 필수적이다.

이종두께 후판은 선박 한 면을 모두 커버할 수있다. 쉽게 말해 선박 아랫면은 두껍고 위로 갈수록 얇게 만드는 기술이다. 최상의 압연 기술을 요하며, 이는 고객사들에게 시간과 원가를 모두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난관을 적극적으로 타개한 대표적 사례다.
 

컬러강판 글로벌 기술선도 입지구축

동국제강이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컬러강판은 동국제강이 총 8기를 보유, 연산 75만톤 규모로 단위공장으로는 전세계 최대 규모다. 경쟁력은 비단 외형만이 아니다. 연구소는 연관 부서 및 고객 등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기술적 경쟁력을 선도하는 데 집중했다.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강판은 현재와 미래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과 유사한 외관을 구현한다는 게 특징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여러 업체가 주목하는 인테리어 등 외관재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앞서 2년전부터 파일럿 설비를 통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특히 연속라인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이달부터 상업 양산 단계에 돌입한다. 내년 1월이면 풀생산 체제로 돌아간다. 특히 컬러연속코팅라인(CCL)에 1300폭으로 인라인 설비와 외장용으로 적용한 것으로 세계에서 유일하다.

여기에 적용한 설비와 잉크 등에는 80억원이 투입됐고, 동국제강 자체 기술을 통해 국산화를 완성했다.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획기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또 3도 프린트로 3가지 문형을 낼 수 있어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부산공장에 들어서면 대형 벽화가 공장 벽면을 장식했다. 그림이 아닌 1m짜리 프린트강판을 50개를 붙여 만들었다. 동국제강의 랜드마크로서의 컬러강판 공장 벽에 가장 먼저 구현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 벽면에는 1m짜리 프린터강판 50개를 붙여 만든 벽화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동국제강 부산공장 벽면에는 1m짜리 프린터강판 50개를 붙여 만든 벽화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중앙기술연구소 SF위원회 동력 ‘미래형 동국제강 구축’ 허브

동국제강 기술연구소는 이제 또 다른 미래의 철강메카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장상태 회장에서 시작된 최점단 공장의 차세대 버전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SF위원회’를 발족했다. SF는 스마트팩토리(SmartFactory)의 약자다. SF위원회는 작년부터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소, 생산, 영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소리 없이, 또 치밀하고 일사분란한 협업으로 미래 전략을 짜고 있다.

연구 개발의 핵심은 저비용, 고효율이다. 작년과 올해 1단계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2단계는 4차 산업혁명의 골격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전공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된다. 엔지니어 등 각 담당자들은 매월 SF위원회에서 저비용 고효율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펼친다.

‘스마트 아크’는 최근 진행된 대표적인 연구 사례다. 전기로를 기존 하루 29차지에서 현재 31차지 생산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놨다. 정련(LF)에서 성분 조절은 자동으로 제어된다. 품질 안정 및 개선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임병문 기술연구소장은 동국제강 허브인 연구소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다.

“세계 제1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앞으로 제조업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공존이라고 말한다.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 내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임병문 통합연구소장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임병문 통합연구소장

철강 수요는 매년 5~1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까지 초호황을 누렸던 철근 형강 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맥없이 무너졌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력감축은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고, 자동화와 수율 향상은 경쟁력의 필수 요건이다. 동국제강이 SP위원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즉 저비용, 고효율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힘쓰는 이유다.

임 소장은 늘 “할 수 있다”는 발전방향을 직원들에게 제시한다.

“고객사 중에는 몇 년 전까지도 일본과 동등한 품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요즘은 동국처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고객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성과로 이어지고, 또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동국제강이 타사 대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제조 방법을 연구하고 필요한 설비 개발 및 도입을 통해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또 글로벌 전반의 장기침체, 저성장 등 외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내부 경쟁력 강화로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현재 제강, 봉형강, 후판, 소재, 칼라, 열연설비기술, 냉연설비기술, 연구지원 등 총 8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설립 당시 150명을 목표로 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절반인 80명가량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규모가 아닌 효율성, 즉 동국제강이 목표로 삼는 저비용, 고효율 조직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기술연구소는 동국제강 기술자립 및 미래 성장동력 개발에 매진할 방침이다. 그 안에는 기술 중심의 철강, 동국제강의 이윤을 극대화 하면서 고객가치와 신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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