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스크랩, 가격에만 몰두할 때인가
[사설] 철스크랩, 가격에만 몰두할 때인가
  • 정하영
  • 승인 2022.07.15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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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JFE스틸은 철스크랩 활용률을 높여 CO₂ 배출량을 대폭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기술의 핵심은 새로운 용선예비처리 방식인 ‘DRP(Double-slag Refining Process)’ 기술이다. 이 설비를 2021년 전체 제철소에 도입해 전로(轉爐)에서의 최소 용선 투입비를 기존 90%에서 82%로 낮췄다.

JFE의 연간 조강 생산량이 2500만톤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DRP 설비로 철스크랩 사용량을 200만톤 정도 늘렸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2021년 CO₂ 배출량은 2013년 대비 약 17만톤 줄였다고 밝혔다.

전 세계 철강사들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세계 배출량의 7%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에서의 CO₂의 배출 삭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업계 등을 중심으로 이미 수요산업의 저탄소 강재 요구는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볼보자동차가 최근 ‘스틸제로(Steel Zero)’에 가입했다.

스틸제로는 영국의 더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중심이 돼 철강 제조 시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한 철강재를 사용하겠다는 비정부 조직이다. 대표적인 가입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인 덴마크의 오스테드사와 호주의 건설사 레이튼 그룹 등이 가입해 있다. 스틸제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철강재를 100%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고 가능하면 이를 최대한 단축하려 하고 있다.

철강 생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 하려면 ‘수소환원제철법’이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다. 이를 위해 세계 유수의 철강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안정, 저가의 수소공급이 뒤따라줘야 한다.

따라서 중간 단계에서 철강사들의 탄소 배출량 삭감 노력은 철스크랩 사용량 확대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인 CCS나 CCUS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철스크랩 사용량 확대는 전기로에 의한 고로-전로 대체, 전로 투입량 확대로 크게 구분된다. 전자에는 고로-전로 방식을 직접환원철-전기로로 대체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한 기존 전기로 방식에서는 어려운 고급강 제조를 위한 기술적 진보도 포함돼 있다.

탄소 배출량 삭감을 위한 노력과 투자는 전 세계 철강사들 대부분이 진행하고 있으며 철스크랩 수요는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대량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향후 철스크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 여부가 철강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고급 스크랩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국내 철강사와 철스크랩 업체들은 최근에도 가격 문제에만 몰입해 있다. 이래서는 철스크랩산업의 성장과 산업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강사의 일방적 권한 독점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고 철스크랩 업계의 대(對) 제강사 협의체 구성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품질 철스크랩의 안정적 확보는 현재 시점에서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와 철강사, 철스크랩 업계의 인식전환과 실질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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