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일본 제조업의 반성과 시사점
[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일본 제조업의 반성과 시사점
  • 손영욱
  • 승인 2022.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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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필자가 2016년도에 읽은 “제4차 산업혁명-경영자여, 이대로 생존할 수 있겠는가?”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요시카와 료조는 일본의 기업 전문가이자 경영학 교수이면서 1994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 상무로 있었던 이력을 가진 분이기도 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2016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소개된 이후 이 책은 향후 기술발전과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와 방향성에 대한 것들을 기업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필자가 이 책을 관심 있게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더 관심 있게 보게 된 것은 ‘일본사람이 지적하는 일본 제조업에 대한 문제점과 반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성찰의 내용은 우리 한국 기업들에게도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아직도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필자가 가장 강한 메시지를 받았던 부분은 일본 제조업이 한국 제조업에게 자리를 내어준 가장 큰 실패요인에 대한 언급이었다. 비록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본 제조업이 한국 제조업에게 추월당하게 된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저자는 ‘일본 제조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자만심’을 언급하고 있다.

즉 “우리 회사 기술력이 제일이다”라는 일본 제조업의 자만심이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때 읽지 못하고 결국 더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이다.

이 말을 풀어서 쓰면 “앞선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반드시 팔릴 것이다”라는 착각이 빠른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표현하면 ‘비이커 속 개구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기술 중심의 경직된 사고가 아닌 고객니즈 중심의 제품개발과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술 우선’보다는 다양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시장변화와 고객니즈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기술과의 갭(Gap)이 패러다임 변화와 별개로 갈 수가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철강산업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소에너지, 탄소중립,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과 자동차산업에서 전기차, 수소차 확대 등이다. 수소에너지 화에 따른 새로운 강재 및 제품개발 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소차 확대에 따른 경량화 이슈로 알루미늄, 탄소섬유, 경량복합소재 등 철강 대체재 사용 확대가 철강산업에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이 책의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앞으로 한국 철강산업에서도 기술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더 많은 그리고 더 폭넓고 다양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지금은 기존 기술을 잘 융‧복합하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이다. 융‧복합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개발을 하면 제품개발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철강산업도 기존의 ‘소재중심의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입히는 융‧복합 기술을 이용한 제품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끝으로 국내 철강산업이 ‘비이커 속 개구리’가 아니라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융‧복합 기술에 의한 제품개발 등 다른 유관 기술들에 대한 관심과 수용성을 높여 현재 직면하고 있는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해나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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