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 극일(克日)’, 벤치마킹이 먼저다
[사설] ‘철강 극일(克日)’, 벤치마킹이 먼저다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10.1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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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克日)이 요즘 화두지만 우리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과제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와 애증(愛憎)의 관계다.

사람과 문명이 한반도를 통해 일본 열도로 적지 않게 이주했다. 3국 시대 난민(難民)의 피신처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들의 지배집단이 백제·고구려 유민이라는 학설은 일본인들이 믿고 싶지 않아도 사실이다. 철기문화도 그렇게 일본으로 건너갔다.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지만 고고학적으로 취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고려, 조선 시대에 걸쳐 왜구(倭寇)의 침입은 물론 임진왜란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특히 일제 36년 강점은 우리에게는 치욕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착취와 민족정기 말살은 되짚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어 정치경제적으로 그들과의 협력과 공생은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철강산업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역사적으로 철강산업의 상공정 기술과 투자는 좀처럼 해외 이전의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예외가 우리의 첫 일관제철소 건설이다. 그만큼 철강산업의 경우 일본과의 관계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철강 역시 ‘극일(克日)’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세계 철강산업을 한중일 3국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양의 중국, 질의 일본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지속생존은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승부처는 역시 질에 있다. 규모나 산업구조상으로도 우리는 일본에 가깝다. 그러므로 일본을 넘어서는 것이 유일한 활로다.

하지만 일본 철강산업의 움직임은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화도 충분하다. 지속적인 구조조정, 끊임없는 기술과 제품 개발, 무엇보다 지극히 협력적인 정부와 업계 간의 관계는 안정적인 내·외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는 물론 세계 각 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지구촌 최후의 성장 지역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도 이미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미래보다 과거에 매여 있다. 구호는 있지만 계획과 실행은 부족하다. 특히 철강 생태계의 불건전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다. 정책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극일’은 요원한 일이다. 일본 철강산업은 분명히 여러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결코 흥분할 일도 실망할 일도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이 우리다. 특히 철강산업이 그렇다.

일본이 잘하는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포스코 등 리딩 기업들이 신뢰도 높은 철강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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