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TICAD7 회의가 갖는 의미
[사설] 일본의 TICAD7 회의가 갖는 의미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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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28~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제 7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7)가 열렸다.
  일본 주도로 열린 회의에는 아프리카 각국 정상(54개국 중 42개국)들과 아베 총리까지 참가해 그 열기를 더했다. 아베 총리는 폐회식에서 “민간 기업의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적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 인재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향후 6년간 3천명의 산업 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지원책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미 28일 기조연설에서 향후 3년간 200억달러가 넘는 민간 투자의 실현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의도도 갖고 있다. 중국은 2000년부터 중국아프리카협력 포럼을 총 7차례 열었고 2018년 회의에서는 3년간 약 600억 달러의 투자, 지원계획을 전한 바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아프리카 직접투자 총액에서 중국은 5위인 430억달러인 반면, 일본은 11위인 90억달러(2018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기업 차원의 FDI뿐만 아니라 ODA 등 공공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통한 우군 확보와 영향력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향후 3년간 34억달러 규모의 엔화 차관을 출연키로 했다. 또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역시 향후 3년간 45억달러의 대출을 통해 도로, 다리 등 인프라와 풍력 지열 발전 등 에너지 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은 30일 폐회식에서 채택한 ‘요코하마 선언’에서 드러난다. 요코하마 선언은 일본의 ‘2016 인도태평양 구상’의 일환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에서의 정치 경제적 연계를 일본 주도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전략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사(傾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 확대를 염두에 두고 유엔 여러 조직의 개혁을 결의하는 제스처도 취했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 보고서는 아프리카가 인구 12억 명에 2조5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높은 경제 및 소비시장 성장으로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찍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한 일본은 자원개발에서 자동차, 철강, 일반 소비재 판매 등 아프리카 진출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의 중요성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보호무역으로 수출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세계 각 국에 있어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으로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과거 정치, 경제적 리스크가 높았던 아프리카는 풍부한 광물자원이 거의 유일한 진출 이유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유럽, 인도 등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일본은 새로운 전략으로 아프리카 진출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투자와 무역규모 면에서 중국과 인도 등에 뒤졌다는 판단 하에 이왕에 아프리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과 제휴 및 인수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자원개발과 플랜트 조직자(Organizer) 중심에서 금융, IT, 쇼핑센터 운영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빠른 아프리카 시장 확보 배경에는 사실 1960~70년대부터 자원분야 중심으로 진출해 왔던 경험과 거점 확보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아프리카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높은 현지 정보수집 능력과 현지화 역시 순조로운 사업 확장에 기여했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경우 중국의 아프리카시장 영향력 강화에 맞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증액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해주고 있다.

  주요 일본 기업들의 진출 역시 상당 기간 전략적인 검토와 지점 개설 등 거점 확보가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철강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루베니의 경우 철강 계열사를 활용해 철강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제철과 이미 2008년 남아공에 연간 가공능력 15만톤의 냉연 스틸서비스센터를, 2010년에는 나이지리아에 역시 비슷한 규모의 냉연 스틸서비스센터를 설립했다. JFE스틸과는 2016년 이집트의 냉연 표면처리 업체인 Kandil Steel의 주식을 공동 인수해 북아프리카 철강시장을 공략 중이다.
  아프리카 시장규모 확대와 사업 환경 변화에 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해 과거 자원개발 중심에서 제조업 및 시장 확대로 전략적 변화를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TICAD7’을 보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구촌 최후의 거대시장인 아프리카 확보를 위해 정치 경제적 전략 수립과 실행에 힘쓰고 있는 일본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권과 정부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은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몇몇 민간 기업들의 진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지향적 전략 수립과 실행을 등한히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결코 밝을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부품소재 ‘극일(克日)’을 달성해도 시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량을 앞세운 중국, 명분과 전략, 실리로 무장한 일본이 정치권과 기업들이 협력해 미래를 위해 뛰어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습인지, 답답함을 넘어 괴로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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