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철강능력 발표, “행간(行間)을 읽자”
[사설] OECD 철강능력 발표, “행간(行間)을 읽자”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10.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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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는 세계 철강생산능력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움프 줌클리(Ulf Zumkley) 위원장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와 보호무역 확산으로 철강 시황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철강 생산능력 과잉은 공급 초과와 가격 하락 원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 이후 주춤했던 세계 철강 생산능력(조강 기준)은 2019년부터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까지 1억1천만톤이 늘어나면서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철강사의 수익성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OECD가 발표한 자료 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00년 이후 단순가동률(생산량/생산능력*100) 추세다. 80% 대를 유지하던 가동률은 2009년 지속적인 능력 증강과 금융위기로 생산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70%로 떨어졌다. 이후 70% 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81%로 회복됐다. 세계 철강업계의 구조조정과 생산능력 감축 노력이 성과를 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OECD 등 서방 선진국들은 철강 공급량 증가와 수입 증가가 중국 등 신흥국들의 급격한 설비 증설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와 보호무역 확산 분위기 속에 생산능력 확대와 생산량 증가는 OECD 주장대로 세계 철강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장기침체 가능성까지도 우려되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경쟁력 저하는 논의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OECD가 지속적으로 철강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조사, 발표하는 의도와 또 다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공급과잉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생산능력 확충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세계 철강 공급과잉 및 수출 국가들의 입지 축소 및 제재의 기본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과 한국이 가장 큰 피해자다.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3국이 세계 전체 철강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철강업계를 주도하는 것은 유럽과 미국이다. 그 주도권(이니셔티브)의 밑바닥에 OECD 철강생산 능력 발표가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는 철강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으로 설비가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중국, 인도, 베트남, 중동 등 현재 증설을 주도하는 국가들의 향후 국제경쟁력은 막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는 과거와 달리 국경을 넘어선 투자가 상공정(일관제철)까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포모사핫띤스틸(FHS), 인도네시아 PT크라카타우포스코(PTKP)가 대표적이다. 동남아, 브라질,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도 대상이 되고 있다. 철강산업이 국수주의를 넘어 글로벌 투자로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철강생산능력 확장은 단순한 능력 확대를 넘어 철강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시사한다. 이를 OECD 발표 자료가 보여주고 있다. 행간(行間)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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