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토류 분쟁에서 승리한 일본을 보라
[사설] 희토류 분쟁에서 승리한 일본을 보라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09.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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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백기' 근본대책 마련 위해 시간 벌며 광산·기술 개발
5년 만인 2015년 1월 중국 희토류 수출 규제 전면 철폐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정령) 개정안 통과로 8월 말부터 1,100여 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시 건별 허가가 필요하게 됐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이어 대한국 수출규제 확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확대 후 우리나라와 일본은 무역 전쟁을 넘어 정치, 안보 싸움으로까지 격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무역전쟁 시대다. 미국은 중국을, 일본은 한국을 대놓고 공격하고 있다. 결과적 형태는 무역 전쟁이지만 그 내면에는 사뭇 정치적 의도와 국익(國益), 그리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국의 저가 수입품이 미국의 국부를 빼앗아 갔고 제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으며 일자리를 없애 버렸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세계 1위 국가로서의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적지 않다. 일본 역시 경제적으로 한국에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에, 징용 배상문제 등 국제정치적 위기감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보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쉽사리 사그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그 영향은 양국 간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세계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걱정되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우리가 경제 산업적인 대응을 넘어서 정치적으로 대응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배상문제를 정치적으로 비화시킨 일본의 대응이 지나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시 정치적 대응이 불가피한 이유다.

하지만 냉정한 판단과 대응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권은 실질적인 대응과 해결보다는 국민의 감정과 자존심을 격앙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해 걱정이 된다. 냉정을 잃지 말고 정치적으로 대응할 것은 대응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극일(克日)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이를 철저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 해경의 중국인 선장 체포로 촉발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사건과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WTO 협정 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이번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희토류 중 일부가 일본 경제의 버팀목인 첨단 자동차 생산에 필수 불가결한 소재인 점과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의 기간인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점도 같은 일이다.

희토류 수출규제 이후 일본인들의 반응은 무서우리만치 냉정했고 미래를 위해 움직였다. 당시 자동차는 물론 전자제품 필수 소재인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던 일본은 선장을 석방하는 등 백기를 들었다. 이면에는 근본적 대책을 위한 시간 벌기가 존재했다.

이후 일본은 전 국가적으로 희토류 재활용 및 인도, 베트남 등지의 희토류 생산 광산 개발, 희토류 사용량 절감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갔다. 이와 별도로 2012년 3월 미국, EU와 함께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했고 2014년 8월에는 협정 위반 판결을 얻어냈다.

결국 희토류 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2009년 86%에서 2015년 55%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 희토류 업계는 2014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가격 폭락 때문이었다. 또 WTO 패소로 2015년 1월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일본 기업은 2010년의 충격을 잊지 않고 지금도 희토류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4월 히타치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모터를 개발했고, 2018년 도요타자동차는 희토류 사용량을 반으로 줄인 자석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 정책 역시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세운 희토류 종합대책은 자민당 정권 하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소동을 2022년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수출로 살아가는 나라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오랜 시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쉽사리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수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개발해내야 한다. 고부가 제품 개발과 시스템 개선 등도 꼭 필요한 일이다.

철강에 있어서는 수입을 크게 줄여야 한다. 그만큼 수입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고 국내 철강시장과 업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내부 생태계, 다시 말해 상하공정 업체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바야흐로 무역전쟁 시대다. 하지만 수출국가인 한국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수출이다. 이를 전제로 한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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